[Hinews 하이뉴스]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본 보호자라면 한번쯤 강아지, 고양이의 입냄새에 흠칫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보호자는 이를 단순히 위생 문제나 먹은 음식 탓으로 생각하지만, 구강 내 질환으로 인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반려동물의 치과 질환은 매우 흔하다. 하지만 치료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 치아 상실은 물론이고 전신 건강에도 영향을 미친다. 구강 내에는 수많은 세균이 존재하는데, 이 세균들은 음식 찌꺼기와 단백질 잔여물에 달라붙어 플라그를 형성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치석으로 굳는다. 치석은 치아 사이, 치아와 잇몸 사이에 붙어 있는 딱딱한 돌덩이로 잇몸을 지속적으로 자극한다.

처음에는 잇몸에만 발생하는 치은염으로 시작하지만, 염증이 잇몸을 넘어 치주인대와 치조골까지 침범하면 치주염으로 발전한다. 치주염은 치아를 잃게 만들 뿐 아니라 구강 내 세균이 혈관을 타고 전신으로 퍼져 신장, 신장, 간 등 주요 장기에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결국 치과 질환은 단순히 국소적 문제가 아니라 전신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평소 보호자의 관리가 필수적이다.

반려묘를 키우는 보호자라면 특히 더 주의해야 할 질환이 있다. 바로 구내염과 치아흡수성병변이다. 먼저 구내염은 구강 내 점막, 잇몸, 목구멍 등에 만성적이고 광범위한 염증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명확한 한 가지의 원인보다는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하는데, 대부분 면역 질환에 의해 발생한다.

신종원 일산 해온동물의료센터 원장
신종원 일산 해온동물의료센터 원장
칼리시바이러스나 헤르페스바이러스 감염, 만성 치주질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주된 증상으로는 통증으로 인한 침흘림, 식욕 저하, 이로 인한 체중 감소 등이 있다. 또 구강 점막이 붉게 붓거나 궤양이 형성돼 있고, 구강 내 검사를 시도하려고 할 때 심한 통증 반응을 보인다. 만성 자극과 통증을 없애기 위해 대부분 발치 진행을 권한다. 발치 후에는 대부분의 증상이 사라지고 뚜렷한 호전을 보인다. 하지만 발치 후에도 염증이 남아 있는 경우에는 면역 조절제나 줄기세포 요법 등이 보조적으로 시도되기도 한다.

치아흡수성병변은 치아가 녹아 점차 치수가 노출되는 질환이다. 80% 이상의 고양이에게 발견되는 질환으로 나이가 많을수록 발병률이 높아진다. 치아흡수성병변의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만성 잇몸 염증, 치아 스트레스, 유전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구내염과 증상이 비슷하지만 치아 상태를 보면 잇몸이 치아를 덮거나 치아 경계선에 붉은 띠나 출혈이 보일 수 있다.

치아흡수성병변에서 필수적인 검사는 치과엑스레이 촬영이다. 육안으로는 멀쩡해 보이는 치아도 방사선 사진에서는 뿌리가 녹아내린 것이 확인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치아흡수성병변이 확인되면 원인이 되는 치아를 발치 후 추가적인 병변이 발생하는지 주기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보호자들이 가장 걱정하는 부분은 치아 발치 이후의 삶이다. 치아가 없으면 먹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지만, 실제로 고양이는 음식을 씹어 삼키는 것보다 찢거나 그냥 삼키는 방식으로 섭식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치아가 없어도 습식 사료나 불린 건사료를 무리 없이 섭취할 수 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오히려 만성적인 통증에서 해방되면 식욕이 회복되고 체중이 늘어나며, 다시 활력을 되찾을 수 있다. 여러 연구에서 전발치 이후 통증이 크게 줄고 보호자가 체감하는 삶의 질이 개선되었다는 결과가 일관되게 보고되고 있다.

가정에서 할 수 있는 관리 방법은 주기적인 양치질이다. 반려동물 전용 칫솔과 치약을 사용해 매일 해 주는 것이 가장 좋다. 만약 매일 하는 게 어렵다면 최소 주 2~3회라도 시행하는 것을 권장한다. 치석 억제용 사료, 간식, 구강 케어 스프레이 등은 보조적으로 도움이 되지만 양치를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

결국 치과 질환의 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예방과 조기 발견이다. 최소 1년에 한 번씩은 전신 마취 하에 구강 검사와 치과 방사선 촬영을 통해 초기 병변을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8세 이상의 고양이는 치아흡수성병변 위험이 높기 때문에 주기적인 검사가 필수적이다. 스케일링도 중요한 예방법 중 하나이다. 스케일링은 단순히 치석을 제거하는 차원을 넘어, 치석 속에 세균 집락을 근본적으로 없애 구강 내 염증 부담을 낮출 수 있다. 꾸준히 칫솔질을 해 주는 반려동물이어도 칫솔이 닿지 않는 곳에는 치석이 쌓이기 마련이다. 따라서 주기적으로 스케일링을 진행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반려견, 반려묘의 구강 건강은 단순히 치아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전신 건강과 직결된다. 보호자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정기적인 검진과 꾸준한 치아 관리이며, 작은 관리가 결국 반려동물의 평생 건강과 행복을 좌우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글 : 신종원 일산 해온동물의료센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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