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아졌다, 길어졌다" 불규칙한 주기 무시하면 안 되는 이유
주기가 규칙적이고 정상 범위 안에서 유지된다면 호르몬 균형과 생식 건강이 잘 유지되고 있다는 의미다. 반대로 주기가 갑자기 짧아지거나 길어지고 출혈량이나 기간이 달라진다면 자궁, 난소, 또는 내분비계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
대한산부인과학회와 국제 의학계는 정상 생리주기를 21~35일 간격, 2~7일간의 지속 기간, 출혈량은 평균 20~60ml로 정의한다. 실제로 국내 조사에서도 여성의 95%가 생리를 ‘자신의 건강을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지표’라고 답했다. 그만큼 여성들은 생리주기에 민감하고 그 변화를 민감하게 받아들인다.
이처럼 여성의 생리주기는 몸속 균형과 건강 상태를 알려주는 중요한 신호다. 평소 자신의 생리주기를 잘 관찰하고 기록하는 습관만으로도 다양한 질환을 조기에 알아차릴 수 있다.

◇ 생리주기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
여성의 생리주기는 단순히 난소 기능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나이, 호르몬 변화, 생활습관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그에 따라 주기에도 변화가 생긴다.
먼저 생애주기별 변화를 살펴보면 사춘기에는 초경 이후 1~2년간 호르몬 균형이 안정되지 않아 생리 주기가 불규칙한 것이 자연스럽다. 가임기인 20~40대에는 비교적 일정한 주기가 유지되지만 35세 이후부터는 난소 기능이 서서히 저하되면서 점차 변화를 보인다. 갱년기 전후에는 여성호르몬 분비가 급격히 줄어들며 생리주기가 짧아지거나 무월경으로 이어질 수 있다.
호르몬 변화도 주요 변수다. 에스트로겐은 생리 전반기에 자궁내막을 두껍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에스트로겐 수치가 지나치게 높아지면 생리가 지연될 수 있다. 반대로 프로게스테론은 배란 후 자궁내막을 유지하는 역할을 하는데 분비가 부족할 경우 생리주기가 짧아질 수 있다.
외부 요인 역시 생리주기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과도한 스트레스, 수면 부족, 급격한 체중 변화 등은 호르몬 균형을 무너뜨려 주기를 불규칙하게 만든다. 이 외에도 피임약 복용, 갑상선 질환 치료제, 스테로이드와 같은 약물도 생리주기에 영향을 줄 수 있다.
◇ 생리주기 변화의 해석, 주기가 짧아지고 길어지는 이유
생리주기는 매달 일정하게 유지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지만 주기가 짧아지거나 길어지는 변화가 생기면 몸속의 또 다른 신호일 수 있다.
주기가 짧아지는 ‘빈발월경’(21일 미만)은 보통 난포 발달이 빨라지거나 황체 기능이 충분히 유지되지 않을 때 발생한다. 특히 35세 이후에는 난포자극호르몬(FSH) 분비가 증가하면서 난포 성숙이 빨라지고 그로 인해 주기가 점점 짧아지는 경향이 있다. 자궁선근증, 심한 스트레스, 급격한 체중 변화 같은 생활 습관 요인도 원인이 될 수 있다. 생리 주기가 너무 잦아지면 철 결핍성 빈혈이나 난임으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반대로 주기가 길어지는 ‘희발월경’(35일 이상)은 배란이 이뤄지지 않는 무배란성 월경, 다낭성난소증후군(PCOS), 갑상선 기능 이상 등과 관련이 깊다. 일시적인 기능성 변화일 수도 있지만 주기가 지속적으로 늘어난다면 조기 난소부전이나 조기폐경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어 반드시 진료를 받아야 한다.
◇ 불규칙한 주기...3개월 이상 지속되면 ‘질병의 신호’ 의심
생리주기의 변화는 흔히 ‘스트레스 때문’이라며 가볍게 넘기기 쉽다. 하지만 반복되거나 장기화되는 경우, 단순한 주기 변화가 아닌 여성 건강에 이상 신호를 보내는 것일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대표적인 질환으로는 다낭성난소증후군(PCOS)이 있다. 남성호르몬 과다로 인해 배란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으면서 희발월경이나 무월경이 발생하고, 여드름이나 다모증 같은 외형적 증상도 동반된다. 이를 방치할 경우 난임은 물론, 자궁내막암 위험까지 높아질 수 있다.
자궁 관련 질환 역시 생리주기 변화의 주요 원인이다. 자궁근종은 생리량 증가 및 기간 연장, 자궁내막증은 극심한 생리통과 함께 주기 이상을 유발한다. 자궁선근증은 주기 단축과 과다 출혈을 일으키는 특징이 있다.
이 외에도 갑상선 질환과 난소 질환도 생리주기 이상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갑상선 기능항진증은 생리량 감소 혹은 무월경으로 기능저하증은 대사율 저하와 함께 생리주기 연장을 초래할 수 있다.
난소낭종은 비정상적인 출혈과 주기 불규칙을 유발하며 조기폐경은 40세 이전 난소 기능이 소실돼 무월경으로 이어진다.
이에 전문가들은 “주기가 3개월 이상 지속적으로 불규칙하거나 출혈량, 통증 등의 변화가 동반된다면 반드시 산부인과 진료를 받아야 한다”라고 강조한다.
오하은 하이뉴스(Hinews)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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