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news 하이뉴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라는 말은 오래전부터 회자되어 온 일상적 통념이다. 누군가의 행동이 예상대로 반복될 때 우리는 습관처럼 ‘성격이 그렇다’고 말한다. 그러나 심리학의 시각에서 보면 이 말은 절반만 맞는 이야기다. 심리학에서는 인간의 행동을 설명할 때 ‘성격(Personality)’과 ‘성품(Character)’을 명확히 구분한다.
성격은 개인의 고유한 사고, 감정, 행동의 패턴으로 비교적 안정적인 특성을 지니지만 성품은 가치관과 도덕적 의지에 따라 변화하고 성장할 수 있는 내면의 힘으로 본다. 즉, 성격이 ‘나는 어떤 사람인가’를 보여주는 틀이라면, 성품은 ‘나는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를 결정하는 방향이다.
이 구분은 심리학에서의 학문적 정의를 넘어 인간의 성장과 삶의 질을 이해하는 핵심 개념이 된다. 성격이 타고난 기질이라면 성품은 선택과 훈련의 산물이다. 따라서 사람의 본성은 쉽게 바뀌지 않더라도 그 본성을 어떤 가치로 이끌어갈지는 분명 달라질 수 있다.
'구두쇠 스크루지' 이야기에서 주인공 스크루지는 평소 인색하고 야박하기로 유명했다. 그는 하루 간 강력했던 자기 성찰을 통해 진정한 공감과 배려의 삶을 선택하게 됐다.(이미지 디자인 =GDH AI Design Team)
◇ 성격 - “나는 어떤 사람인가”
성격은 한 개인이 세상을 인식하고 반응하는 일관된 심리적·행동적 패턴을 의미한다. 유전적 기질과 환경적 경험이 상호작용을 해 형성되며 시간에 따라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된다. 현대 심리학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성격 모델은 ‘빅파이브(Big Five)’이다. 이 모형은 성격을 다음 다섯 가지 차원으로 설명한다.
개방성(Openness): 새로운 경험을 수용하고 탐구하는 경향
성실성(Conscientiousness): 계획성과 책임감
외향성(Extraversion): 사회적 상호작용과 활력
친화성(Agreeableness): 협력적이고 배려적인 태도
신경성(Neuroticism): 정서적 안정성과 스트레스 반응
이 다섯 요인은 직장 적응, 대인관계, 의사결정 방식 등 삶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외향성 높은 사람은 활발한 사회적 상호작용을 선호하지만 내향적인 사람은 깊이 있는 관계와 안정된 환경을 더 선호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성격이 좋고 나쁨을 가르지는 않는다. 즉, 성격이 나빠서 관계에서의 갈등을 일으킬 수는 없다는 것이다.
◇ 성품 -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성품은 개인이 지닌 도덕적 가치관과 윤리적 의지, 그리고 이를 행동으로 실천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정직함, 책임감, 공정함, 용기, 배려와 같은 특성은 성격이 아닌 성품의 영역이다.
심리학자 고든 올포트(Gordon Allport)는 성품을 “도덕적 선택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내적 특성”이라고 설명했다. 즉, 성품은 어떤 삶을 선택할까에 대한 문제다.
성품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다. 환경과 교육, 경험, 그리고 반복되는 자기 성찰을 통해 점진적으로 발달한다. 특히 도전적인 상황, 갈등 상황에서 성품은 뚜렷하게 드러난다. 갈등 상황에서도 타인에게 공감하고 배려하려는 태도, 불이익을 감수하고도 올바름을 선택하는 행동은 성품의 표현이다. 우리는 주로 이런 사람에게 ‘성격 좋다’는 피드백을 하기도 한다. 이를 바르게 표현하자면 성품이 좋다고 할 수 있다.
성격은 행동의 경향성을 설명하고 성품은 성격을 어떤 가치 기준으로 사용할지를 결정한다. 따라서 비슷한 성격을 지닌 두 사람도 전혀 다른 선택과 삶의 방향을 보일 수 있다. 결국 “사람 성격은 안 변한다”라는 말은 절반의 진실이다. 기질적 경향은 쉽게 바뀌지 않지만 그 경향을 다루는 방식은 끊임없이 발전할 수 있다. 인간의 성숙한 성장은 타고난 성격을 넘어 개인의 선택과 책임, 배려와 용기라는 성품의 영역에서 이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