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24주, 600g도 안 된 우즈벡 쌍둥이... 한국 의료진 품에서 100일의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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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24주, 600g도 안 된 우즈벡 쌍둥이... 한국 의료진 품에서 100일의 기적

임혜정 기자

기사입력 : 2025-11-03 09:48

[Hinews 하이뉴스] 임신 24주, 각각 590g과 670g으로 세상에 나온 우즈베키스탄 쌍둥이가 한국 의료진의 정성과 협력 속에 100일 만에 건강을 되찾았다는 소식이다.

지난 7월 20일, 예기치 못한 조기 진통으로 병원을 찾은 울리 씨는 임신 24주째였다. 당시 분만이 불가능한 상황이었고,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권역모자의료센터로 긴급 이송됐다. 의료진은 즉시 응급 제왕절개 수술을 시행해 산모와 두 아이의 생명을 지켜냈다.

쌍둥이는 태어난 직후 스스로 호흡할 수 없어 인공호흡기에 의존해야 했다. 구로병원 신생아중환자실에는 신생아, 소아심장, 소아신경, 소아내분비, 소아소화기 등 전문의들이 24시간 교대로 치료를 이어갔다. 미숙아에게 흔한 폐 질환과 감염 위험도 있었지만, 의료진의 세심한 관리로 두 아이는 큰 수술 없이 회복했고, 체중은 약 2kg까지 증가했다.

고대구로병원, 임신 24주 590g, 670g 초극소 저체중 우즈벡 쌍둥이 100일 잔치 (사진 제공=고대구로병원)
고대구로병원, 임신 24주 590g, 670g 초극소 저체중 우즈벡 쌍둥이 100일 잔치 (사진 제공=고대구로병원)
치료를 맡은 신승현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두 아이 모두 자발호흡이 가능할 정도로 회복했다”며 “각 분야 의료진이 유기적으로 협력한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산모의 수술을 집도한 조금준 교수는 “위급한 상황에서도 의료진이 신속하게 대응해 세 생명을 지킬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경제적 부담도 컸다. 한국에 입국한 지 3개월밖에 되지 않은 유학생 부부에게 의료비는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이에 구로병원 의료사회사업팀은 보험 적용 절차를 도왔고, 남촌재단과 연계해 치료비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아버지 하산보이 씨는 “가족도 친구도 없는 나라에서 아이들을 살릴 수 있을까 두려웠지만, 의료진의 헌신 덕분에 희망을 얻었다”며 “아이들이 앞으로 이 은혜를 잊지 않고 성장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의경 신생아중환자실장은 “병원은 초미숙아부터 만삭아까지 모든 신생아를 24시간 돌보고 있다”며 “앞으로도 생명을 지키는 공공의료 역할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민병욱 병원장은 “이번 사례는 한 가족의 회복을 넘어, 의료기관과 지역사회, 공익재단이 함께 만든 협력의 결과”라며 “누구든 안전하게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임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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