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 치료제 시타글립틴, 파킨슨병 진행 늦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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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병 치료제 시타글립틴, 파킨슨병 진행 늦춘다

임혜정 기자

기사입력 : 2025-11-04 09:42

[Hinews 하이뉴스] 정승호 용인세브란스병원 신경과 교수, 김연주 연세대 의과대학 의생명과학부 교수, 이필휴 세브란스병원 신경과 교수 공동연구팀이 당뇨병 치료제인 DPP-4 억제제가 파킨슨병의 진행을 늦출 수 있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를 제시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거트(Gut, IF 26.2)에 게재됐다.

파킨슨병은 중뇌 도파민 신경세포에 알파-시누클레인 단백질이 쌓이면서 생기는 퇴행성 신경질환이다. 손떨림, 경직, 느린 움직임이 주요 증상이며, 뇌 안에 단백질이 왜 축적되는지는 아직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다. 최근에는 이 단백질이 장(腸)에서 만들어져 신경을 타고 뇌로 이동한다는 ‘장-뇌 축’ 이론이 주목받고 있다.

연구팀은 DPP-4 억제제 시타글립틴이 이 ‘장-뇌 연결 축’을 차단해 신경세포 손상을 막을 수 있는지 살폈다. 파킨슨병을 유도하는 물질 로테논을 쥐에 투여한 뒤 시타글립틴을 함께 사용한 결과, 장내 염증 반응과 알파-시누클레인 단백질 축적이 현저히 줄었고, 도파민 신경세포의 손실도 약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또한 실험군은 운동 기능이 개선된 것으로 확인됐다.

장내 미생물 분석에서도 변화가 나타났다. 시타글립틴을 투여한 그룹은 유익균이 늘고 유해균이 줄어드는 방향으로 미생물 구성이 바뀌었으며, 이는 약물이 장내 환경을 조절해 뇌 신경 보호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음을 시사한다.

또 연구팀은 시타글립틴의 작용 경로를 규명하기 위해 GLP-1 수용체의 기능을 차단한 상태에서도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수용체를 막았을 때도 파킨슨병 진행 억제 효과가 그대로 유지됐다. 이는 DPP-4 억제제가 인슐린 조절 경로가 아닌 면역·염증 조절을 통해 작용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왼쪽부터) 정승호 용인세브란스병원 신경과 교수, 김연주 연세대 의과대학 의생명과학부 교수, 이필휴 세브란스병원 신경과 교수 (사진 제공=세브란스병원)
(왼쪽부터) 정승호 용인세브란스병원 신경과 교수, 김연주 연세대 의과대학 의생명과학부 교수, 이필휴 세브란스병원 신경과 교수 (사진 제공=세브란스병원)
정승호 교수는 “시타글립틴이 장과 뇌를 잇는 병리적 연결고리를 끊어 파킨슨병의 확산을 억제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이 약물이 GLP-1 신호와 무관하게 작용한다는 점은 염증 및 면역 조절 경로의 중요성을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이필휴 교수는 “기존 당뇨병 치료제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며 “파킨슨병의 진행 속도를 늦추는 데서 나아가 예방적 접근으로 발전할 여지도 있다”고 덧붙였다.

임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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