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news 하이뉴스]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사망원인 통계에 따르면, 암은 여전히 한국인의 주요 사망 원인으로 자리하고 있다. 인구 10만 명당 암 사망자는 174.3명으로, 전년 대비 4.5% 증가했다. 특히 폐암, 간암, 대장암, 췌장암, 위암 순으로 사망률이 높아 암이 국민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여전히 크다는 점을 보여준다.
암은 초기 단계에서 증상이 거의 없어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 불편감이 없다고 방심하는 사이 질병이 진행될 수 있으며, 발견 시기는 치료 가능성과 직결된다. 조기검진은 이러한 암의 특성을 고려할 때, 생존율을 높일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대응 전략이다. 위암과 대장암은 조기에 발견할 경우 90% 이상이 완치될 수 있고, 폐암과 간암처럼 진행이 빠른 암도 조기진단이 예후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로 꼽힌다.
조기검진은 암을 비롯한 다양한 질환을 조기에 발견해 치료 성공률을 높이고, 건강수명을 연장하는 가장 효과적인 예방 전략이다. (사진 제공=클립아트코리아)
◇검진의 패러다임, ‘질병 발견’에서 ‘위험 예측’으로
최근 건강검진의 목적은 단순한 질병 발견에서 벗어나, 미래 질병 발생 위험을 예측하고 사전에 대응하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 정승필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건강증진센터 센터장은 “건강검진이 이제는 단순한 확인이 아니라, 건강의 방향을 조정하는 예방 중심의 과정으로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변화의 흐름 속에서 유전자 기반 정밀검진이 주목받고 있다. 개인의 혈액 속 유전자 정보를 분석해 암 발병 가능성을 예측하고, 질환 위험도를 조기에 파악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유전자가위 기술을 활용한 암세포 탐색검사는 혈액검사만으로 간암, 췌장암, 대장암 등 11가지 주요 암의 위험을 평가할 수 있다.
이러한 검진은 단순히 암 유무를 진단하는 것을 넘어, 개인의 유전적 특성과 생활습관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맞춤형 관리 전략을 세울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즉, 조기검진은 ‘질병의 발견’이 아니라 ‘건강관리의 시작점’으로 진화하고 있는 셈이다.
정승필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건강증진센터 센터장
◇조기검진, 암을 넘어 만성질환 예방으로
조기검진의 가치는 암에 국한되지 않는다.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갑상선질환, 간질환 등 초기 증상이 거의 없는 만성질환은 정기검진을 통해 조기 발견할 수 있다. 이러한 질환은 생활습관 관리와 약물치료를 병행하면 장기적으로 합병증을 예방하고 삶의 질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건강검진은 단순히 질병을 진단하는 절차가 아니라, 생활 습관을 되돌아보고 미래 건강을 설계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정승필 센터장은 “암의 조기 발견은 치료율을 높일 뿐 아니라 개인이 자신의 건강관리 방식을 점검하는 기회가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예방의학의 핵심은 조기 대응에 있으며, 정기검진은 의료 기술이 발전하더라도 여전히 가장 확실한 예방 방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