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절기 혈압 요동, 뇌동맥류 파열 부른다... 조기 검진이 생명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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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절기 혈압 요동, 뇌동맥류 파열 부른다... 조기 검진이 생명선

임혜정 기자

기사입력 : 2025-11-12 09:00

[Hinews 하이뉴스]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환절기에는 기온이 크게 오르내리며 혈압이 불안정해진다. 차가운 공기와 실내 난방이 교차하면서 혈관이 급격히 수축하거나 확장되는데, 이런 변화가 반복되면 뇌혈관 벽이 약해지고 파열 위험이 커진다.

장동규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겨울철보다 오히려 환절기에 뇌동맥류 파열이 자주 발생한다”며 “혈압이 불안정한 시기에는 체온과 혈압을 꾸준히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혈압이 급격히 오를 경우 뇌혈관이 순간적으로 팽창하면서 이미 약해진 부위가 터질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아침 기온이 낮을 때 갑자기 외출하거나 뜨거운 샤워를 하는 행동도 뇌혈관에 부담을 준다.

환절기 혈압 변동이 뇌동맥류 파열 위험을 높이므로, 정기 검진과 생활 습관 관리가 생명을 지키는 핵심이다. (사진 제공=클립아트코리아)
환절기 혈압 변동이 뇌동맥류 파열 위험을 높이므로, 정기 검진과 생활 습관 관리가 생명을 지키는 핵심이다. (사진 제공=클립아트코리아)
◇‘조용한 폭탄’ 뇌동맥류, 증상 없어 더 위험하다


뇌동맥류는 뇌혈관의 일부가 꽈리처럼 부풀어 오른 상태로, 파열 전까지 특별한 증상이 없다. 그러나 한 번 터지면 상황은 순식간에 치명적으로 바뀐다. 환자의 3분의 1은 병원에 도착하기 전에 사망하고, 살아남더라도 절반은 심각한 후유증으로 일상생활이 어렵다.

파열 시에는 ‘망치로 머리를 맞은 듯한 극심한 두통’이 가장 대표적이며, 구토, 목 뻣뻣함, 의식 저하 등이 동반된다. 증상이 갑작스럽고 강렬하기 때문에, 이를 단순한 편두통이나 피로로 착각해 시간을 지체하는 일이 많다.

조기 진단만이 유일한 예방법이다. 뇌 MRI, CT, 또는 조영제를 활용한 뇌혈관 조영술을 통해 뇌동맥류를 미리 확인할 수 있다. 건강검진 중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도 있으며, 이때 적절히 치료하면 파열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장 교수는 “40대 이후이거나 고혈압, 흡연, 가족력이 있는 사람은 10년에 한 번은 뇌혈관 검사를 받는 게 좋다”며 “평소 없던 심한 두통이 생기면 지체하지 말고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기 발견 시 완치 가능... 치료 기술도 진화 중

과거 뇌동맥류 치료는 머리를 여는 수술에 의존했지만, 최근에는 다양한 시술법이 발전하면서 환자 맞춤 치료가 가능해졌다. 파열 전에 치료하면 약 90% 이상이 정상적인 생활로 복귀할 수 있다.

코일 색전술은 넓적다리 동맥을 통해 미세관을 삽입해 뇌동맥류 내부를 가느다란 백금 코일로 채우는 시술이다. 머리를 열지 않아 회복이 빠르고, 출혈 위험이 적다. 클립 결찰술은 두개골을 일부 절개해 동맥류의 목 부분을 금속 클립으로 묶는 방법으로, 최근에는 절개 부위를 3~4cm 수준으로 줄여 부담을 최소화했다.

여기에 더해 메쉬 장치 삽입술은 그물망 형태의 금속 기구를 넣어 혈류를 차단하는 방식으로, 분지부(혈관이 갈라지는 부위)의 동맥류에 효과적이다.

혈류변환 스텐트(Flow Diverter)는 혈류를 정상 혈관으로 유도해 동맥류 내부로 피가 흐르지 않게 만들어, 크거나 재발 위험이 높은 동맥류 치료에 활용된다.

장 교수는 “최근에는 환자의 상태와 동맥류 모양에 따라 여러 치료법을 병행해 성공률을 높이고 있다”며 “이제 뇌동맥류는 조기에 발견하면 충분히 치료 가능한 질환으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장동규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신경외과 교수
장동규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신경외과 교수
◇혈압·흡연·음주... 생활 습관이 생사를 가른다


치료 못지않게 중요한 건 생활습관 관리다. 고혈압, 흡연, 과음은 뇌혈관을 약하게 만드는 대표적인 위험 요인이다. 특히 환절기에는 혈압이 쉽게 급등할 수 있으므로, 평소 정상 혈압이라도 아침과 저녁에 수시로 측정해야 한다.

평균 혈압이 160mmHg 이상으로 오르면 바로 병원을 찾아야 하며, 스트레스나 수면 부족, 갑작스러운 운동도 피하는 게 좋다. 또한 따뜻한 옷차림으로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하고, 물을 충분히 마셔 혈액 점도를 낮추는 것도 도움이 된다.

장 교수는 “뇌동맥류는 무섭지만, 미리 알고 대비하면 충분히 막을 수 있다”며 “정기 검진과 생활 습관 관리가 환절기 뇌혈관 사고를 예방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임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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