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news 하이뉴스] 어디를 가든 가장 먼저 화장실부터 찾고, 밤마다 한두 번도 아닌 여러 번 잠에서 깨어 소변을 봐야 하는 불편함은 전립선비대증 환자에게 흔한 일상이다. 본원을 찾은 70대 초반의 한 환자 역시 같은 고충을 겪고 있었다. 낮에는 빈뇨가 지속되고, 밤에는 서너 번씩 잠을 설쳤으며, 소변 줄기는 점점 가늘어지고 배뇨 시간이 길어지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약물 치료를 시도해봤지만 증상 개선은 뚜렷하지 않았다. 전신마취가 어려운 기저질환이 있었고 전립선 크기도 80g 이하로 비교적 작았기 때문에, 리줌(REZUM SYSTEM) 시술을 제안했다.
리줌은 칼이나 전기를 사용하지 않고 고온의 수증기를 전립선 조직에 주입해 열에너지를 전달하는 방식이다. 전립선 비대 조직은 열에 의해 괴사되고, 시간이 지나며 체내에 자연스럽게 흡수되면서 전립선 크기가 줄고 요도 압박이 완화된다. 출혈 부담이 적고 당일 퇴원이 가능하며, 전신마취가 필요 없다는 점은 고령 환자에게 특히 유리하다. 역행성 사정 발생률이 낮아 성기능 보존을 원하는 남성들 사이에서도 관심이 높다. 시술임에도 장기 효과가 우수해, 5년 후 재치료율이 4.4%에 불과하다는 점도 장점이다.
민승기 골드만비뇨의학과 잠실점 원장
최근까지 본원에서 시행한 리줌 시술의 중간 분석에서도 이런 장점이 확인됐다. 평균적으로 시술 1년 후 전립선 총 볼륨은 50g에서 29.3g으로 약 34% 감소했으며, 전이대 볼륨은 24.6g에서 12.4g으로 줄었다. 최대 요속(Qmax)은 10mL/s에서 15mL/s로 개선됐다. 또한 전립선 크기가 10% 줄어들 때마다 국제 전립선 증상 점수(IPSS)가 평균 7.5%씩 호전되는 상관관계도 관찰됐다.
다만, 리줌은 단순히 수증기를 넣기만 하면 되는 시술이 아니다. 주입량이 많다고 무조건 좋거나, 적다고 해서 더 안전한 것이 아니다. 전립선 형태, 전이대 비대 정도, 폐색 위치와 범위는 환자마다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에 ‘어디에, 어느 양을, 어떤 방식으로’ 넣느냐가 핵심 변수다. 해외 병원 연구들에서도 주입 횟수만 많다고 결과가 좋아지는 것은 아니었다. 반대로 주입이 지나치게 적으면 4년 이내 재수술 가능성이 증가하는 경향도 있었다.
결국 리줌의 성패는 ‘주입 횟수’라는 숫자가 아니라 개인별 해부학적 구조 분석을 기반으로 한 맞춤 전략에 달려 있다. 겉보기에 증상이 약해 보여도 특정 부위 폐색이 심한 경우 정확한 지점에 열을 전달하면 큰 호전을 기대할 수 있고, 전립선 크기가 80g 이상으로 매우 크다면 다른 수술이 더 적합할 수도 있다.
본원은 현재 리줌 시술의 단기 성적뿐 아니라 장기 구조 변화와 재발률까지 추적하며, 보다 정교한 치료 모델을 구축해가고 있다. 단순히 증상만 보는 것이 아니라 전립선의 구조적 특성과 환자가 겪는 삶의 질까지 함께 고려한 치료를 추구한다. 리줌은 단순한 시술이 아니라, 정밀한 판단과 계획을 전제로 하는 ‘맞춤형 전립선 치료’라고 보는 것이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