젓가락질 어렵고 걸음이 흔들린다면? 경추척수증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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젓가락질 어렵고 걸음이 흔들린다면? 경추척수증 경고

임혜정 기자

기사입력 : 2025-11-18 09:00

[Hinews 하이뉴스] 손끝이 저리고 저린 증상을 단순 목 디스크나 노화로 여기기 쉽지만, 손과 발 모두 감각이 둔해지고 걸음이 흔들린다면 경추 척수증(Cervical Myelopathy)을 의심해야 한다.

경추 척수증은 목뼈 안 척수가 눌려 손상되는 질환으로, 심하면 뇌졸중처럼 마비가 올 수 있어 ‘목 중풍’으로 불리기도 한다. 일반 목 디스크가 신경 뿌리 하나에 국한되는 반면, 척수증은 척수 전체가 압박돼 광범위한 손상을 일으킨다. 김태훈 건국대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척수는 한 번 손상되면 회복이 어렵다”며 조기 진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환자들이 흔히 겪는 초기 증상은 손의 세밀한 동작이 어눌해지는 ‘fine motor skill difficulty’다. 젓가락질, 숟가락질, 글쓰기, 단추 잠그기 같은 일상 동작이 서툴러지고, 물건을 자주 놓치기도 한다. 이와 함께 술을 마시지 않아도 몸이 휘청이며 계단 오르내리가 힘들어지는 보행 장애가 나타날 수 있다. 이런 증상이 2주 이상 지속되면 MRI 등으로 척수 압박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

젓가락질·걸음 이상 같은 손발 기능 저하와 보행 장애는 조기 치료가 필요한 경추 척수증 신호다. (사진 제공=클립아트코리아)
젓가락질·걸음 이상 같은 손발 기능 저하와 보행 장애는 조기 치료가 필요한 경추 척수증 신호다. (사진 제공=클립아트코리아)
◇치료 시기 놓치면 회복 어려워


경추 척수증의 원인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나이 들며 척추관이 좁아지는 퇴행성 협착, 다른 하나는 동양인에게 흔한 후종인대 골화증(OPLL)이다. 후종인대 골화증은 척추 뒤쪽 인대가 단단하게 두꺼워져 척수를 압박하며 가족력이 높다.

초기에는 약물치료와 물리치료로 관리할 수 있지만, 손 기능 저하나 보행 장애가 나타나면 수술적 감압이 필요하다. 김 교수는 “신경 압박을 방치하면 수술 후에도 회복 불가능한 변화가 생긴다”며 “걷는 데 이상이 느껴질 때는 망설이지 않고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술 방법은 척수를 누르는 위치에 따라 달라진다. 뒤쪽 압박이면 후궁성혈술 또는 후궁절제술로 공간을 확보하고, 앞쪽 압박이면 전방유합술로 눌린 부위를 제거하고 뼈를 고정한다. 최근 현미경을 이용한 최소 침습 수술과 척추 안정화 기술 발달로 회복 속도와 기능 회복 가능성이 높아졌다.

김태훈 건국대병원 정형외과 교수
김태훈 건국대병원 정형외과 교수
◇목 건강 지키는 생활 수칙


경추 척수증 예방과 재발 방지를 위해 목의 ‘C자 커브’를 유지하는 습관이 중요하다. 스마트폰을 사용할 때는 고개를 숙이지 말고, 화면을 눈높이에 맞춰 올려 보는 것이 좋다. PC 모니터도 눈높이에 맞추고, 장시간 앉았다면 10분 정도 목과 허리를 뒤로 젖혀 C자 커브를 만들어주는 스트레칭이 도움된다.

또 잠잘 때 베개 높이를 6~8cm로 조정하면 목의 자연스러운 곡선을 유지할 수 있다. 김 교수는 “몸이 보내는 신호를 무시하지 않고, 단순 노화로 치부하지 말아야 한다”며 “증상이 있다면 지체 없이 병원을 찾아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임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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