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news 하이뉴스] 암 치료 과정에서 많은 환자가 예상치 못한 불편을 겪는다. 그중 하나가 구강건조증이다. 단순히 입이 마르는 현상으로 여길 수 있지만, 실제로는 치료 효과, 영양 섭취, 감염 위험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 한윤식 서울대학교병원운영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치과 교수는 “암 치료를 받는 환자 2~3명 중 1명은 구강건조증을 경험한다. 방치하면 삼키기 어려움, 통증, 염증으로 이어져 치료 중단까지 발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구강건조증은 나이, 성별, 당뇨병 등과 관련이 있지만, 특히 항암화학요법이나 머리·목 부위 방사선치료를 받은 환자에서 많이 나타난다. 방사선 치료는 침샘을 직접 손상시키고, 항암제는 침샘 세포까지 공격해 침 분비를 감소시킨다. 여기에 스트레스, 약물 부작용, 흡연, 건조한 환경 등이 겹치면 증상이 더 심해진다. 한윤식 서울대학교병원운영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치과 교수는 “환자들이 처음 경험하는 입안 건조와 삼킴 곤란은 생활의 질을 떨어뜨리는 큰 문제다. 하지만 적절한 관리로 충분히 완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암 치료 중 구강건조증은 흔하지만 관리와 치료로 생활의 질과 회복 속도를 크게 개선할 수 있다. (사진 제공=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구강건조증의 증상과 일상 관리
구강건조증은 서서히 시작된다. 처음에는 입안이 끈적거리거나 거품 침이 생기고, 혀와 입술이 갈라지며 음식물을 삼키기 어렵다. 시간이 지나면 목이 마르고, 말이 어눌해지거나 쉰소리가 나기도 한다. 침의 항균 작용이 떨어지면 구취, 충치, 잇몸질환, 칸디다증 등 감염이 발생할 수 있으며, 드물게 헤르페스나 구강점막염이 동반되기도 한다. 맛이 변해 음식 섭취가 줄고, 영양 상태가 악화되면 회복 속도에도 영향을 준다.
생활 속에서 가장 기본적인 관리법은 충분한 수분 보충과 실내 습도 유지다. 특별한 질환이 없다면 하루 1.5~2리터 정도의 물을 여러 번 나눠 마시고, 오이나 수분이 풍부한 채소를 함께 섭취하는 것이 좋다. 카페인 음료와 알코올은 체내 수분을 배출해 증상을 악화시키므로 피한다. 실내 습도는 40~60% 정도가 적당하며, 가습기를 사용하면 밤 동안 입안이 마르는 것을 줄일 수 있다.
한윤식 교수는 “환자들이 입술을 핥거나 침을 자주 바르는 습관은 오히려 건조를 악화시킨다. 바셀린이나 립밤으로 보습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또한, 수분 섭취만으로 부족할 때는 얼음 조각이나 무가공 과일을 섭취하면 삼킴이 어려운 환자에게 도움이 된다.
한윤식 서울대학교병원운영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치과 교수
◇구강 위생과 병원 관리
입안이 건조하면 세균이 쉽게 번식하므로 구강 위생 관리가 필수적이다. 치약은 거품이 적고 SLS(라우릴황산나트륨) 없는 제품을 선택하고, 청량감이 강한 멘톨·유칼립톨 성분은 피하는 것이 좋다. 구강청결제는 알코올 없는 제품이 안전하며, 치간 칫솔이나 워터픽으로 남은 음식 찌꺼기를 제거하면 충치와 잇몸질환 예방에 도움이 된다.
두경부 방사선 치료를 받은 환자는 고농도 불소 치약(5,000ppm)이나 불소 겔 사용을 치과 전문의와 상의하는 것이 권장된다. 한 교수는 “정기적인 치과 검진과 조기 관리만으로 통증, 치료 지연, 비용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증상이 심하거나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라면 병원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인공타액·구강 보습제는 침과 유사한 성분으로 점막을 보호하고, 남아 있는 침샘 기능이 있다면 침샘 자극제(필로카르핀·세비멜린 등)를 처방받을 수 있다. 입안 감염이 발생하면 원인균에 따라 항생제, 항진균제, 항바이러스제로 치료한다. 한 교수는 “작은 관리가 치료 전체 과정에 큰 차이를 만든다. 구강 건강을 지키는 것이 회복과 전신 건강을 지키는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