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아픈데 결과는 정상?"...자율신경실조증의 숨은 신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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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아픈데 결과는 정상?"...자율신경실조증의 숨은 신호들

오하은 기자

기사입력 : 2025-11-20 14:30

[Hinews 하이뉴스] 심장이 두근대고 머리가 멍해진다. 소화가 잘되지 않고, 쉽게 잠들지 못하는 날이 점점 늘어난다. 컨디션이 급격히 저하되어 병원을 찾아가도 “정상”이라는 말만 돌아올 뿐, 증상은 나아지지 않는다. 최근 이러한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는 몸과 마음의 균형이 무너져 발생하는 ‘자율신경실조증’의 대표적인 증상이다.

지금 우리는 빠른 속도, 과도한 정보, 높은 스트레스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이로 인해 심박수, 혈압, 체온, 소화 등 생명 유지 기능을 조절하는 자율신경계의 균형이 쉽게 깨질 수 있다. 자율신경계가 무너지면 몸은 사소한 자극에도 과도하게 반응하게 되고, 장기간의 스트레스가 신체화되어 결국 몸까지도 무너뜨릴 수 있다.

자율신경실조증은 몸을 자동으로 조절하는 신경이 균형을 잃어 심장이 두근거리거나 어지럽고, 소화가 안 되고, 불안이 커지는 등 온몸이 제멋대로 반응하는 상태다. (이미지 디자인 =GDH AI Design Team)
자율신경실조증은 몸을 자동으로 조절하는 신경이 균형을 잃어 심장이 두근거리거나 어지럽고, 소화가 안 되고, 불안이 커지는 등 온몸이 제멋대로 반응하는 상태다. (이미지 디자인 =GDH AI Design Team)

◇ 자율신경의 균형이 깨질 때 벌어지는 일

자율신경계는 교감신경(긴장·각성)과 부교감신경(휴식·회복)이 번갈아 작동하며 신경계의 홈오스타시스를 유지한다. 하지만 스트레스 상황이 지속되면 교감신경이 계속 켜진 상태로 고착된다. 이는 마치 엔진을 최대 RPM으로 돌리고도 브레이크는 작동하지 않는 상태와 같다. 몸은 회복 시간을 잃고 정신은 사소한 자극에도 과민해지며 결국 일상 기능 전반에서 어려움이 나타난다.

자율신경실조증의 증상은 매우 다양하고 하루에도 여러 차례 바뀌는 특성이 있어 많은 사람들이 혼란을 겪는다. 특히 검사 수치로 명확하게 설명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환자 스스로도 “내 몸에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모를 수 있다.

가장 흔한 증상은 심혈관계 변화다. 이유 없이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혈압이 급격히 오르내리고 특별한 원인 없이 가슴이 답답해지는 느낌이 나타난다. 이러한 증상은 공황 발작과 혼동될 정도로 강하게 느껴질 수 있다. 신경계에서도 변화가 나타난다. 머릿속이 뿌옇게 흐려지는 ‘브레인 포그’, 집중력 저하, 기억력 감퇴 등이 생기며, 일상적인 사고 과정이 무거워진 듯한 느낌이 지속된다.

소화기 증상도 매우 흔하다. 소화불량, 메스꺼움, 장의 긴장으로 인한 변비·설사의 반복 등 소화 기능이 불안정해지고 역류성 식도염 증상이 함께 나타나기도 한다. 체온과 발한 기능 역시 영향을 받는다. 이유 없는 식은땀, 손발의 냉증, 체온 조절 장애, 열이 위로 치솟는 상열감 등이 반복되면서 몸이 안정감을 잃는다.

수면 역시 크게 흔들린다. 쉽게 잠들지 못하거나 자는 동안 자주 깨고, 충분히 잠을 잤어도 피로가 회복되지 않는 ‘비회복성 수면’을 경험하는 경우가 많다. 정신·심리적인 변화도 빠지지 않는다. 이유 없는 불안, 초조함, 예민함, 우울감, 심장 두근거림과 함께 찾아오는 공황 증상 등이 함께 나타나며 정서적 안정감이 크게 떨어진다.

근육과 관절에도 영향을 미쳐 목과 어깨의 뭉침, 전신의 불명확한 통증이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이는 스트레스와 신경계 긴장이 근육에 그대로 전달되기 때문이다.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불안과 신체 증상이 서로를 자극하는 악순환이다. 가슴이 뛰면 불안해지고, 불안이 심해지면 다시 심장 박동이 빨라지는 식의 반복이 시작된다. 이처럼 자율신경실조증은 정신과 신체가 얼마나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현상이다.

특히 스마트폰의 블루라이트는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 분비를 억제해 수면의 질을 떨어뜨리며 이는 다시 자율신경의 회복력을 저하시켜 악순환을 만든다. (이미지제공=클립아트코리아)
특히 스마트폰의 블루라이트는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 분비를 억제해 수면의 질을 떨어뜨리며 이는 다시 자율신경의 회복력을 저하시켜 악순환을 만든다. (이미지제공=클립아트코리아)

현대인이 자율신경실조증에 취약해진 이유

지금의 세대는 과거 그 어느 세대보다 자율신경실조증에 취약하다. 가장 큰 이유는 만성 스트레스와 정서적 과부하다. 불안 수준이 높거나 완벽주의 성향이 강한 사람, 타인의 기대를 지나치게 의식하는 사람일수록 교감신경이 쉽게 과활성화된다. 코르티솔과 아드레날린이 지속적으로 분비되면 뇌는 '비상 상황'을 일상처럼 받아들이고, 자연스럽게 신경계의 균형이 무너진다.

여기에 디지털 과다 노출이 더해지면서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스마트폰의 푸시 알림, SNS에서의 끊임없는 비교와 자극은 자율신경계를 지속적인 흥분 상태로 만든다. 특히 스마트폰의 블루라이트는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 분비를 억제해 수면의 질을 떨어뜨리며 이는 다시 자율신경의 회복력을 저하시켜 악순환을 만든다.

장과 뇌가 긴밀히 연결된 ‘장-뇌 축’의 불균형도 중요한 요인이다. 장내 미생물 변화는 그대로 뇌의 신경전달물질 생성과 감정 조절에 영향을 준다. 잘못된 식습관, 잦은 항생제 사용, 지속적인 스트레스는 장내 환경을 교란시키고 미주신경을 통해 뇌의 스트레스 회로를 강하게 자극한다. 그 결과 불안, 우울, 브레인 포그가 더 쉽게 악화된다.

또한 수면 부족과 영양 결핍, 과로로 인해 신경 자체의 회복력이 떨어지는 것도 문제다. 스트레스가 오랫동안 누적되면 부교감신경 활성화가 어려워지고 몸은 휴식이 주어져도 제대로 쉬는 법을 잊어버린다. 결국 회복되지 못한 피로가 만성화되며 자율신경실조증의 취약성이 더욱 강화된다.

오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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