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마케팅 AI 자동화, 이제는 준비해야 할 때 [AI와 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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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마케팅 AI 자동화, 이제는 준비해야 할 때 [AI와 의료]

임혜정 기자

기사입력 : 2025-11-26 17:06

[Hinews 하이뉴스] 작년 가을, 한 중형 병원 마케팅 팀장을 만났다. 그는 노트북을 펼치며 한숨을 쉬었다. "내일까지 보도자료 3건, 블로그 포스팅 5개, 카드뉴스 제작, 그리고 인플루언서 미팅까지... 정말 미치겠어요“

그의 하소연은 낯설지 않았다. 20년간 200여 병원의 마케팅을 지켜보며 수없이 들었던 이야기다. 디지털 채널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해야 할 일은 10배가 됐지만, 인력은 여전히 1~2명이다.

더 큰 문제는 환자들의 변화다. 이제 환자들은 네이버 검색으로 시작해 블로그, 유튜브, 인스타그램을 오가며 정보를 수집한다. 한 환자가 병원을 선택하기까지 평균 7~10개의 접점을 거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모든 채널에서 일관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은 사람의 손으로만 하기에는 불가능에 가깝다.

그로부터 6개월 후, 그 팀장에게서 연락이 왔다. "AI 자동화 도입했어요. 제 인생이 바뀌었습니다“

김국주 헬스인뉴스 아카데미 대표강사
김국주 헬스인뉴스 아카데미 대표강사
병원 마케팅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2024년 하반기부터 ChatGPT를 비롯한 생성형 AI가 등장하면서, 병원 홍보마케팅에 새로운 가능성이 열렸다. 디지털 채널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환자들의 정보 탐색 행동이 복잡해지는 지금, AI 자동화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돼가고 있다.

AI 자동화에 대한 흔한 오해가 있다. '인건비를 줄이는 도구'라는 것이다. 틀렸다. 현장에서 목격한 AI 자동화의 진짜 가치는 따로 있었다.

어깨 통증으로 고민하는 50대 직장인과 무릎 관절염으로 불편한 70대 어르신에게 같은 정형외과 광고를 보여주는 것은 예산 낭비다. AI 자동화는 각 환자군의 검색 키워드, 관심사, 증상에 맞춘 콘텐츠를 자동으로 생성하고 배포한다. 이것이 진짜 '환자 맞춤형 마케팅'이다.

선도적으로 도입한 병원들의 사례를 보면 가능성이 명확하다. 외부 대행사 비용은 30~50% 절감됐고, 5명이 하던 업무를 더욱 전략적으로 배분할 수 있게 됐다. 무엇보다 경력이 짧은 신입도 AI를 활용해 베테랑 수준의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다. 앞으로 이런 변화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그렇다면 실제 병원 현장에서 AI 자동화는 어떻게 작동할까? 필자가 직접 컨설팅한 한 사례를 소개한다.

허리 통증으로 고민하던 40대 직장인 A씨는 월요일 오후 2시, "허리 디스크 증상"을 네이버에 검색했다. 그가 클릭한 블로그 포스팅은 AI가 자동 생성한 맞춤형 콘텐츠였다. 증상별 자가 진단법과 치료 옵션이 상세히 정리돼 있었고, 자연스럽게 병원 랜딩 페이지로 연결됐다.

랜딩 페이지에서 '무료 상담 신청'을 남긴 A씨에게 5분 뒤 이메일이 도착했다. "A씨께서 궁금해하신 허리 디스크 비수술 치료법..."으로 시작하는 개인화된 안내문이었다. 마케팅 담당자가 손으로 보낸 게 아니다. 시스템이 자동으로 발송한 것이다.

A씨는 다음 주 병원을 방문해 시술을 받았다. 시술 30일 후, A씨의 휴대폰에 문자가 왔다. "시술 후 경과는 어떠신가요?" 간단한 설문과 함께 다음 진료 예약을 유도하는 메시지였다. 이것도 자동이다.

3개월 후, CRM 데이터를 분석한 시스템은 A씨가 재발 방지를 위한 도수치료에 관심이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적절한 타이밍에 도수치료 패키지 정보가 발송됐다. A씨는 6개월 패키지를 등록했다.

시술에 만족한 A씨에게는 지인 추천 이벤트 안내가 발송됐다. A씨는 직장 동료 2명을 소개했고, 네이버에 후기도 남겼다. 이 모든 과정이 마케팅 담당자 1명이 초기 설정만 해둔 채 24시간 자동으로 돌아간다. 이것이 AARRR 퍼널(Acquisition-Activation-Retention-Revenue-Referral) 기반 자동화의 실체다.

A씨 한 명의 사례지만, 이것이 시스템화되면 수백, 수천 명의 환자에게 동시에 적용된다. 허리 통증 환자에게는 허리 디스크 콘텐츠가, 무릎 통증 환자에게는 관절 치료 정보가, 피부 고민 환자에게는 피부과 시술 안내가 자동으로 발송된다. 각각의 환자에게 맞춤형으로.

이것이 AI 자동화가 가져올 변화의 본질이다. 단순히 업무를 줄이는 게 아니라, 한 명 한 명의 환자에게 개인화된 경험을 제공하면서도 담당자는 전략에만 집중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AI 자동화의 가능성은 충분히 확인했다. 그렇다면 이제 가장 중요한 질문이 남았다. "우리 병원은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다음 편에서는 실제 도입 사례를 통해 단계별 실행 전략과 준비해야 할 사항들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겠다.

(글 : 김국주 헬스인뉴스 아카데미 대표강사)

임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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