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news 하이뉴스] 병원 검사에서는 특별한 이상이 없다고 하는데, 일상에서는 계속해서 어지럽고 머리가 멍한 느낌이 이어진다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단순한 피로나 기분 탓으로 넘기기엔 증상이 반복되고, 밝은 조명이나 사람 많은 공간에서 유독 심해진다면 다른 원인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특히 “붕 뜬 느낌이 든다”, “현실감이 떨어진다”, “공간이 낯설게 느껴진다”는 식의 모호한 어지럼은 일반적인 귀 질환과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서현욱 해아림한의원 원장은 이러한 증상에 대해 자율신경계의 조절 기능 저하 가능성을 짚는다. 그는 “이석증처럼 고개를 돌릴 때 짧고 강한 회전성 어지럼이 나타나는 경우와 달리, 자율신경 문제로 인한 어지럼은 흐릿하고 지속적이며 설명하기 어려운 형태로 나타난다”며 “사람이 많은 공간, 지하철이나 엘리베이터 같은 밀폐된 환경, 강한 조명 아래에서 증상이 심해지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구조적 이상이 아니라, 외부 자극을 통합·조절해야 할 신경계의 균형이 무너지면서 감각 과부하가 발생한 결과일 수 있다는 것이다.
‘머리가 멍하다’는 호소 역시 비슷한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충분히 잤는데도 개운하지 않고, 생각이 또렷하게 정리되지 않으며, 집중력과 기억력이 함께 떨어진다면 단순한 수면 부족과는 구분해야 한다. 서 원장은 “자율신경의 균형이 깨지면 뇌가 휴식 모드로 전환되지 못하고 계속 각성 상태에 머무르게 된다”며 “겉으로는 쉬는 것 같아도 실제로는 신경계가 과부하 상태에 놓여 있어 회복이 더뎌진다”고 말했다. 그 결과 쉬어도 피로가 풀리지 않고, 오히려 ‘쉬었는데 더 피곤하다’는 역설적인 상황이 반복된다는 설명이다.
무기력감 또한 같은 흐름에서 이해할 수 있다. 며칠이 아니라 몇 주, 몇 달씩 이어지는 무기력은 의지 부족이나 나태함의 문제가 아니라, 회복 시스템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자율신경이 에너지 사용과 회복의 균형을 조절하지 못하면, 가만히 있어도 몸은 긴장 상태를 유지하게 되고 쉽게 방전되는 느낌을 받는다. 서 원장은 “이런 상태를 스스로의 성격이나 정신력 문제로 돌리기보다, 신경계가 지쳐 있다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검사상 이상이 없다는 말이 곧 ‘문제가 없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조언한다. 어지럼, 멍함, 무기력이 장기간 이어지고 일상 기능에 영향을 미친다면 몸이 보내는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휴식 시간을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자극을 줄이고 뇌가 실제로 회복할 수 있는 환경을 의도적으로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 무심코 넘겼던 증상이 반복된다면, 지금 내 몸의 조절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점검해볼 시점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