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news 하이뉴스] 이전 글에서는 병원 마케팅 현장의 고충과 AI 자동화의 필요성, 그리고 AARRR 퍼널 기반 자동화 시스템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 살펴봤다. 환자 한 명의 경로를 따라가며, 검색부터 재방문까지 모든 과정이 자동화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제 가장 중요한 질문에 답할 차례다. "우리 병원은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AI 자동화 도입을 검토하는 병원들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있다. '처음부터 완벽한 시스템'을 구축하려 한다는 것이다.
더 현명한 접근법은 작게 시작해서 단계적으로 확장하는 것이다. 작년 초, 한 50평 규모의 피부과 원장을 만났다. "일단 블로그부터 자동화해보겠습니다"라며 조심스럽게 시작했다.
처음 2개월은 블로그 자동 발행만 했다. ChatGPT로 글을 쓰고, Canva로 이미지를 만들었다. 단순했지만 효과는 확실했다. 홈페이지 방문자가 3배 늘었다.
자신감을 얻은 그는 3개월째부터 상담 신청 폼을 연결했다. 상담 신청자에게 5분 내 자동 이메일이 발송되도록 설정했다. 잠재 환자 DB가 쌓이기 시작했다. 리프팅 프로모션과 연계하자 상담 신청이 전월 대비 2배로 뛰었다. "이제 뭐하는 환자가 많은지 데이터로 보이니 마케팅이 쉬워졌어요“
김국주 헬스인뉴스 아카데미 대표강사
6개월이 지나자 그 병원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CRM과 문자 발송까지 연동했다. 시술 후 30일째 자동 발송되는 경과 체크 문자, 계절별로 발송되는 피부 관리 팁, 재방문 환자에게 자동 제안되는 패키지 상품. 마케팅 담당자는 이제 콘텐츠 제작에 시간을 쏟지 않는다. 데이터만 본다. "어떤 환자군이 반응이 좋은가? 어떤 콘텐츠가 전환율이 높은가?" 전략 수립과 성과 분석에만 집중한다.
이 사례가 시사하는 바는 명확하다. 처음부터 모든 것을 완벽하게 갖추려 하지 말고, 한 가지씩 검증하며 확장하라는 것이다. 콘텐츠 자동화로 시작해 2~3개월 후 효과를 확인하고, 그 다음 단계로 나아가면 된다.
다만 AI 자동화를 도입하기 전에 반드시 준비해야 할 것들이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개인정보보호다. 환자 데이터를 다루는 만큼 개인정보보호법 준수는 필수다. 동의 절차, 데이터 암호화, 보안 프로토콜을 먼저 구축해야 한다. 이 부분을 소홀히 하면 법적 리스크와 평판 하락이라는 큰 대가를 치를 수 있다.
어떤 진료과목을, 누구에게, 어떤 순서로 노출할지 환자 경로 설계도 핵심이다. 30대 직장인과 60대 은퇴자의 경로는 완전히 다르다. 퍼널 설계가 잘못되면 아무리 좋은 자동화 도구도 무용지물이다. 타겟 환자군을 명확히 정의하고, 환자 경로를 세밀하게 설계하는 것이 성공의 첫걸음이다.
환자 DB를 어떻게 분류하느냐도 모든 것을 결정한다. 나이, 증상, 관심 진료과목, 과거 방문 이력 등으로 세밀하게 태그를 달아야 한다. 이 작업이 정교할수록 자동화의 효과는 배가된다.
병원 예약 시스템, 마케팅 자동화 도구, CRM, 이메일/문자 발송 시스템을 연결하는 것도 생각보다 복잡하다. IT 업체와의 협업이 필요할 수 있다. 시스템 간 연동이 제대로 안 되면 오히려 업무가 늘어나는 역효과가 날 수 있으니, 초기 설계에 충분한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랜딩페이지 최적화도 필수다. 아무리 좋은 콘텐츠로 유입을 시켜도 랜딩페이지가 엉망이면 환자들은 바로 이탈한다. 모바일 최적화, 로딩 속도, 상담 신청 폼의 간결함이 전환율을 결정한다.
최근 한 대형 병원 마케팅 이사와 대화를 나눴다. "환자들이 기대하는 수준이 달라졌어요. 24시간 응답하고, 개인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이제 기본이 돼가고 있습니다“
AI 자동화는 병원 마케팅의 미래다. 환자들은 이미 더 정교한 맞춤형 정보를 기대하고 있다. 지난 6개월간만 해도 관련 문의가 3배 이상 증가했다. 질문은 "도입할까 말까"가 아니라 "언제, 어떻게 시작할 것인가"로 바뀌었다.
20년 전, 병원들이 홈페이지를 만들기 시작했을 때와 비슷하다. 처음엔 "우리 같은 작은 병원에 홈페이지가 필요해?"라고 했다. 지금은? 홈페이지 없는 병원은 상상할 수 없다.
AI 자동화도 마찬가지 길을 걸을 것이다. 2~3년 후에는 자동화 없이 마케팅하는 병원을 상상하기 어려울 것이다. 지금 준비하는 병원과 그렇지 않은 병원의 격차는 시간이 갈수록 벌어질 수밖에 없다.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