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보안사태로 드러난 시장독점의 민낯ᆢ"새로운 대안을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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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보안사태로 드러난 시장독점의 민낯ᆢ"새로운 대안을 찾아야"

한창호 문화경영연구소 소장 (전 인하대 초빙교수, 문화경영학 박사)

기사입력 : 2025-12-04 08:41

사진=송파구 쿠팡 본사 (사진출처=연합뉴스)
사진=송파구 쿠팡 본사 (사진출처=연합뉴스)
[Hinews 하이뉴스] 쿠팡의 보안 사태는 단순한 기술적 결함이나 운영 실수로 설명하기 어렵다. 그동안 쿠팡이 구축해온 막대한 영향력과 소비자 의존도에 안일한 쿠팡의 인식이 그대로 드러난 사건이다. 사고 직후 개인정보 유출 논란이 커지고 있음에도 소비자들은 여전히 쿠팡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 문제의 본질은 바로 여기에 있다. 믿지 못하지만, 대안이 없다는 사실이 더 큰 불안으로 다가온다.

쿠팡이 국내 배송·물류 혁신을 이끌어온 것은 분명 사실이다. 쿠팡 급성장과 함께 특정 플랫폼에 소비자 선택이 지나치게 집중되면서 독점에 가까운 구조가 형성됐다. 외국 자본 기반의 플랫폼이 국내 구매 데이터와 물류 시스템을 장악하고 있다는 점에서 개인정보 보호와 소비자 권익 측면에서도 여러 고민이 제기된다. 이번 사고는 그 고민이 결코 추상적인 것이 아니라는 점을 확인시켰다.

그동안 시장은 특정 기업의 속도와 편의성에 빠르게 적응해 왔다. 하지만 편리함이 선택지를 줄이는 방향으로 작동한다면, 그 편리함은 오히려 위험이 된다.

특정 플랫폼에 서비스, 데이터, 생활 편의가 지나치게 집중된 상황에서는 돌발 상황이 발생할 때 소비자 전체가 충격을 고스란히 떠안는다. 이번 사태는 그러한 취약성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쿠팡의 사고가 촉발한 불안은 단순히 한 기업의 문제로 끝나서는 안 된다. 소비자가 안심하고 선택할 수 있는 여러 길이 새롭게 마련되어야 한다.

다행히 국내에는 다양한 역량을 가진 기업들이 이미 존재한다. 네이버와 CJ대한통운의 물류 시스템, 신세계 SSG 배송, 마켓컬리의 프리미엄 새벽배송 등은 충분히 경쟁력 있는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지금까지는 각자의 영역에서 독립적으로 운영돼 왔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소비자들에게 더 실질적인 대안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리고 있다.

중요한 것은 특정 업체가 쿠팡을 대체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소비자들이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도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경로가 마련되는 것이다. 배송 시장에 새로운 흐름이 생기면 기업 간 경쟁이 촉진되고, 혁신도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무엇보다 소비자는 더 안전한 서비스, 더 책임 있는 플랫폼을 고를 수 있게 된다.

쿠팡 보안사고는 우리 모두에게 하나의 질문을 던진다. “편리함을 위해 무엇을 포기해 왔는가?”

이제는 그 질문에 답할 차례다.

배송이든 플랫폼이든, 소비자가 믿고 선택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을 찾아 나서는 것이 지금의 혼란을 줄이는 가장 현실적인 해법일 것이다.

한창호 문화경영연구소 소장 (전 인하대 초빙교수, 문화경영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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