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news 하이뉴스] 이재명 정부가 ‘첨단전략산업 투자 활성화’를 명분으로 금산분리 원칙을 완화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시민사회와 진보정당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정부는 지주회사 체제 하에서 손자회사가 증손회사를 100% 보유해야 하는 현행 규제를 50% 이상으로 완화하고, 일반지주회사가 금융리스 회사를 보유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반도체·AI 등 첨단 산업에 대규모 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지만, 사실상 SK그룹, 특히 SK하이닉스를 염두에 둔 ‘맞춤형 규제 완화’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재명 정부가 ‘첨단전략산업 투자 활성화’를 명분으로 금산분리 원칙을 완화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시민사회와 진보정당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정부는 지주회사 체제 하에서 손자회사가 증손회사를 100% 보유해야 하는 현행 규제를 50% 이상으로 완화하고, 일반지주회사가 금융리스 회사를 보유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반도체·AI 등 첨단 산업에 대규모 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지만, 사실상 SK그룹, 특히 SK하이닉스를 염두에 둔 ‘맞춤형 규제 완화’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사진 = 참연연대 제공)
정의당, 노동당, 녹색당과 경실련, 참여연대, 금융정의연대, 금융과미래 등은 18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금산분리 완화 추진을 “재벌 총수의 지배력 유지를 제도적으로 지원하는 특혜”라고 규정하며 즉각 중단을 요구했다. 이들은 금산분리가 단순한 규제가 아니라, 산업자본의 실패 위험이 금융을 통해 사회 전체로 전이되는 것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는 점을 강조했다.
권영국 정의당 대표는 정부의 정책이 첨단산업 육성과는 무관하며, SK그룹 총수의 지배력 유지를 위한 맞춤형 조치라고 비판했다. 김찬휘 녹색당 공동대표 역시 이익은 재벌이 가져가고 손실은 국민에게 전가하는 구조를 강화하는 결정이라며, 재벌공화국을 공고히 하는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경실련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반도체 투자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산업 경쟁력 강화와 직접적인 관련성은 찾기 어렵고, 특정 기업의 지배구조 문제를 해결해 주기 위한 규제 완화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논란의 핵심은 규제 완화의 효과가 특정 기업에 집중된다는 점이다. 현재 SK스퀘어가 보유한 SK하이닉스 지분은 약 20% 수준으로, 대규모 유상증자를 통해 투자 재원을 조달할 경우 총수의 지배력이 약화될 수 있다. 시민사회는 이 때문에 SK그룹이 시장을 통한 자금 조달 대신 규제 완화를 통해 지배구조를 유지하려 한다고 보고 있다. 참여연대는 공적 자금과 정책 금융이 결합된 구조에서 개별 기업의 투자 판단이 사회 전체의 위험으로 전환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부가 조성 중인 대규모 정책 펀드 역시 논란의 대상이다. 국민연금과 정책금융기관 자금이 투입될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반도체 산업 특성상 경기 변동성이 큰 만큼 불황 시 손실이 국민 부담으로 귀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금융과미래 측은 금산분리 완화가 재벌을 옥죄는 규제가 아니라, 기업 실패의 위험이 시민의 빚과 실업으로 전이되는 것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금산분리 원칙을 훼손하는 것이 아니라 제한적 예외를 두는 것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국내 기업의 투자 여력을 키우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설명이다. 재계 역시 대규모 장기 투자가 필요한 산업 특성을 고려하면 현행 규제가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시민사회와 진보정당은 한 번의 예외가 금산분리 원칙 자체를 무너뜨리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반도체를 이유로 규제를 풀 경우, 배터리·바이오·플랫폼 산업 등에서도 유사한 요구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고, 결국 금융을 사금고처럼 활용하는 재벌 구조가 고착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정부와 국회가 재벌 총수의 지배력을 보호하는 선택을 할 것인지, 국민의 경제적 안전을 지키는 역할을 할 것인지 분명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