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news 하이뉴스] 통풍은 ‘술 좋아하는 사람의 병’으로 불릴 만큼 음주와 깊은 관련이 있는 질환이다. 최근 국내 연구에서는 같은 양의 술을 마시더라도 성별과 술의 종류, 음주 방식에 따라 통풍 위험을 높이는 정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 한국인의 음주 문화를 반영한 분석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삼성서울병원과 강북삼성병원 공동 연구팀은 성인 건강검진 수검자 1만7000여 명을 대상으로 음주 습관과 혈청 요산 수치의 관계를 분석했다. 연구 결과는 최근 대한의학회지(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에 실렸다.
혈청 요산은 통풍을 일으키는 핵심 요인이다. 요산 수치가 높아지면 관절에 결정이 쌓이고, 극심한 통증을 동반한 통풍 발작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음주는 요산 생성을 늘리고 배설을 방해해 통풍 위험을 키우는 대표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음주량이 늘수록 술 종류와 상관없이 요산 수치가 상승하며, 남성은 소주·여성은 맥주가 통풍 위험과 더 밀접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 제공=클립아트코리아)
◇음주량 늘수록 요산 상승... 술 종류 가리지 않았다
연구팀은 알코올 섭취량을 에탄올 8g을 기준으로 1표준잔으로 환산해 분석했다. 맥주, 소주, 와인 모두 음주량이 늘어날수록 혈청 요산 수치가 함께 올라가는 경향이 뚜렷했다. 술의 종류와 상관없이 ‘마시는 양’ 자체가 요산 상승과 직결된 셈이다.
이번 연구의 특징은 한국인의 음주 방식을 고려했다는 점이다. 폭탄주처럼 여러 술을 섞어 마시는 경우까지 포함해 음주 패턴을 세분화해 분석했다. 그 결과, 여러 주종을 함께 마시는 경우 남녀 모두에서 요산 수치가 더 높아지는 경향이 나타났다.
통계 분석을 맡은 김경아 교수는 “한국인은 한 번에 마시는 양이 많고 주종을 섞는 경우가 잦아, 음주량과 술 종류의 영향을 분리해 살펴보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남성은 소주, 여성은 맥주가 통풍 위험과 더 가까워
같은 음주량이라도 요산 증가와 더 밀접하게 연결된 술의 종류는 성별에 따라 달랐다. 남성에서는 소주 섭취가 요산 상승과 가장 강한 관련성을 보였다. 하루 소주 반 잔에도 못 미치는 소량의 음주에서도 요산 수치가 오르는 경향이 관찰됐다.
반면 여성에서는 맥주 섭취가 요산 상승과 가장 밀접했다. 연구팀은 맥주와 소주가 와인보다 1회 음주 시 섭취량이 많은 경향이 있어, 요산에 미치는 ‘양적 영향’이 더 클 수 있다고 분석했다.
흥미로운 점은 술과 함께 먹는 음식이었다. 남성의 경우 소주나 여러 주종을 함께 마시는 사람일수록 단백질 함량이 높은 음식을 선호하는 경향이 나타났고, 여성에서는 맥주를 즐기는 경우 고단백 음식 섭취가 더 많았다. 술과 안주의 조합이 요산 상승에 함께 작용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강미라 교수는 “이번 연구는 단순히 술의 양을 넘어서, 한국 특유의 술과 음식 조합이 요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데이터로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 “요산 관리의 출발점은 금주와 체중 조절”
음주 습관 개선의 효과는 비만 여부에 따라 차이를 보였다. 비만이 아닌 경우에는 음주를 줄였을 때 요산 조절 효과가 비교적 뚜렷했지만, 비만한 경우에는 체중 자체가 요산을 높이는 영향이 커 음주의 효과가 상대적으로 가려지는 경향이 나타났다.
(왼쪽부터) 강미라 삼성서울병원 건강의학본부 교수, 안중경 강북삼성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 김경아 의학통계센터 교수·홍성준 박사 (사진 제공=삼성서울병원)
안중경 교수는 “요산 수치가 높다고 무조건 금주를 요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이번 연구는 성별에 따라 어떤 술과 음식 조합을 특히 주의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임상 현장에서 활용도가 높다”고 말했다.
강미라 교수는 “고요산혈증이 있는 비만 환자의 경우 음주 조절과 체중 관리를 함께 진행해야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요산 수치가 걱정된다면 무엇보다 술을 줄이거나 끊는 것이 관리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통풍은 생활 습관의 영향을 크게 받는 질환이다. 술의 종류를 따지기 전에, 얼마나 마시는지부터 돌아보는 것이 요산 관리의 첫 단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