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news 하이뉴스] 암을 가족력이나 유전 문제로 떠올리는 경우가 많지만, 혈액암은 부모에게서 물려받는 유전병과는 성격이 다르다. 서정호 경희대병원 종양혈액내과 교수는 “혈액암은 유전자 변이와 관련돼 있지만, 대부분 발병 과정에서 생긴 후천적 변화”라고 설명했다.
혈액암은 혈액이나 림프계에서 암세포가 발생해 정상적인 혈액세포 생성을 방해하는 질환이다. 발생 부위에 따라 골수계와 림프계로 나뉘며, 세포 종류에 따라 백혈병, 림프종, 다발골수종 등으로 구분된다. 이들 질환의 핵심 원인은 세포 속 DNA에 생긴 변이로, 생식세포 단계에서 이미 결정되는 유전병과는 명확히 구분된다.
혈액암은 유전병이 아니라 대부분 후천적 유전자 변이로 발생해, 혈액검사 수치 변화에 대한 주의가 중요하다. (사진 제공=클립아트코리아)
◇가족력보다 노화·환경 요인이 더 큰 영향
일반적인 유전병은 정자나 난자에 존재하는 유전자 변이가 다음 세대로 전달돼 가족 내 반복 발생하는 질환을 말한다. 유전성 유방암이나 난소암이 대표적이다. 일부 위암이나 대장암처럼 가족이 같은 생활환경과 식습관을 공유해 위험이 높아지는 경우도 있다.
반면 혈액암은 가족력보다는 노화와 환경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강한 방사선 노출, 항암제나 유독 화학물질, 흡연과 음주, 비만과 운동 부족 같은 생활습관, 나이가 들며 누적되는 DNA 손상 등이 발병 위험을 높일 수 있다. 특히 다발골수종은 환자의 다수가 고령층으로, 50대 이후 발생률이 뚜렷하게 증가한다.
◇멍·코피 잦다면 혈액검사로 확인해야
혈액암의 흔한 증상은 빈혈이다. 어지럼증보다 기운이 없고 숨이 차거나 집중력이 떨어지는 증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이외에도 원인 없는 발열, 체중 감소, 잦은 출혈이나 멍, 복부 불편감, 림프절이 만져지는 증상이 동반될 수 있다.
서정호 경희대병원 종양혈액내과 교수
서정호 교수는 “이런 변화가 평소와 다르게 이어진다면 전혈구 검사(CBC)를 받아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며 “간단한 혈액검사만으로도 초기 혈액암의 단서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종양이 뚜렷한 형태로 나타나지 않는 혈액암은, 덩어리를 찾기보다 혈액 수치의 변화를 꾸준히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혈액암은 증상이 뚜렷하지 않아 진단이 늦어질 수 있지만, 치료 성과는 꾸준히 나아지고 있다. 항암치료와 조혈모세포이식, 면역세포치료 등 다양한 치료법이 활용되고 있는 만큼, 이상 징후가 있다면 의료진과 상담해 적절한 진단과 치료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