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news 하이뉴스] 국내 경제가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총생산(GDP)은 50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고, 국민이 벌어들이는 소득도 기록적으로 늘었다. 하지만 경제가 좋아졌다는 통계와 달리 많은 국민들은 "살기가 더 팍팍해졌다"고 말한다. 취업은 어려워졌고, 물가는 오르고 있으며, 소득이 적은 계층의 생활은 오히려 더 힘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경제는 한마디로 '성장은 하는데 체감은 안 되는 경제'라고 표현할 수 있다.
국내 경제가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총생산(GDP)은 50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고, 국민이 벌어들이는 소득도 기록적으로 늘었다. 하지만 경제가 좋아졌다는 통계와 달리 많은 국민들은 "살기가 더 팍팍해졌다"고 말한다. 취업은 어려워졌고, 물가는 오르고 있으며, 소득이 적은 계층의 생활은 오히려 더 힘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경제는 한마디로 '성장은 하는데 체감은 안 되는 경제'라고 표현할 수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 경제성장률 50년 만의 최고, 그런데 왜 경기가 어렵다고 느낄까?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명목 GDP 성장률은 전 분기보다 10.5% 증가했다. 이는 1976년 이후 약 5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실질 성장률도 1.8%를 기록하며 코로나19 이후 가장 좋은 성적표를 받았다.
경제 성장을 이끈 주인공은 단연 반도체 산업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인공지능(AI) 시장 확대에 따른 반도체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수출이 크게 증가했다. 국민이 실제로 벌어들인 소득을 뜻하는 국민총소득(GNI) 역시 11% 증가해 역대 최고 수준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겉으로 보면 한국 경제는 매우 건강해 보인다. 그러나 성장의 온기가 국민 모두에게 전달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수출과 기업 실적은 개선되고 있지만 취업난은 계속되고 있고, 물가 부담도 커지고 있다. 특히 청년층과 저소득층은 경기 회복을 체감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경제가 성장하고 있다는 통계와 달리 많은 국민이 경기를 어렵게 느끼는 이유는 성장의 혜택이 일부 산업과 계층에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경제는 반도체 산업이 성장을 이끌고 있지만, 그 효과가 고용시장과 서민경제 전반으로 충분히 확산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청년층이 체감하는 고용 상황은 전체 경제지표와는 상당한 온도 차를 보이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대 취업자 수는 43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청년들의 취업 문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기업들의 채용 방식이 변화한 것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과거처럼 대규모 공개채용을 통해 신입사원을 선발하기보다는 즉시 업무에 투입할 수 있는 경력직 채용을 선호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기 공채 대신 수시 채용이 확대되면서 취업 준비 과정도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이 같은 변화 속에서 대학을 졸업한 청년들은 첫 직장을 구하기 위해 더 오랜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실제로 직장 초년생이 집중된 30~34세 연령대의 실업자는 10개월 연속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경제 성장이 반도체와 같은 일부 산업에 집중된 결과라고 분석한다. 수출과 기업 실적은 개선되고 있지만 그 효과가 청년 고용시장 전반으로 확산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경제성장률이 높아지고 국가 경제 규모가 커진다고 해서 청년들이 체감하는 취업난이 곧바로 해소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 현재 한국 경제가 안고 있는 대표적인 과제로 지적된다.
■ 소득은 늘었다는데, 서민들의 지갑은 더 얇아졌다
고용 문제와 함께 양극화 현상도 뚜렷해지고 있다. 올해 1분기 전체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약 548만 원으로 지난해보다 증가했다. 국민총소득 증가와 함께 전체적인 소득 수준도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모든 계층이 같은 혜택을 누린 것은 아니다. 소득 하위 10%에 해당하는 1분위 가구의 월소득은 오히려 감소해 약 73만 원 수준에 머물렀다. 소득이 줄어든 데다 물가까지 오르면서 생활 여건은 더욱 악화됐다.
특히 하위 10% 가구는 한 달 평균 82만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벌어들이는 돈보다 지출이 더 많다는 의미다. 반면 소득 상위 10% 가구는 월 574만 원에 가까운 흑자를 기록하며 자산을 더욱 늘리고 있다.
이처럼 성장의 과실이 특정 산업과 계층에 집중되면서 경제지표와 국민들이 체감하는 현실 사이의 간극도 커지고 있다. 여기에 최근 환율과 물가 상승까지 겹치면서 서민들의 부담은 더욱 커지는 모습이다.
올해 한국의 경상수지는 사상 최대 규모의 흑자를 기록하고 있지만 원·달러 환율은 1,500원을 웃도는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중동 지역 긴장 고조와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내 주식 매도세가 원화 가치 하락을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다.
환율 상승은 곧바로 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 해외에서 들여오는 원유와 원자재, 식료품 가격이 비싸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1%를 기록했고 석유류 가격은 24% 이상 급등했다.
결국 국민들이 마주하는 현실은 GDP 성장률이나 수출 실적보다 장을 볼 때의 식료품 가격, 주유소의 기름값, 매달 빠져나가는 생활비다. 경제가 성장하고 있다는 통계가 체감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의 경제정책이 단순히 성장률을 높이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청년 일자리 확대와 취약계층 지원, 물가와 환율 안정 등을 통해 성장의 과실이 국민 생활 전반으로 전달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금의 한국 경제는 '성장'과 '체감경기'가 서로 다른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반도체 수출과 기업 실적은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청년들은 일자리를 찾기 어렵고, 서민들은 높아진 물가와 생활비 부담에 직면해 있다.
올해 하반기 경제정책의 성패는 성장률 수치 자체보다 국민들이 얼마나 경기 회복을 체감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경제 성장의 열매가 특정 산업과 계층에 머무르지 않고 고용과 소득, 소비 전반으로 확산될 때 비로소 국민들은 '경제가 좋아졌다'는 말을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한 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지금의 한국 경제는 성장 자체보다 성장의 분배가 중요한 시점에 와 있다"며 "반도체 수출 호조가 고용과 내수 회복으로 연결되고, 취약계층의 생활 여건이 개선될 때 비로소 경기 회복을 체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