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현의 '경제가 뭐라고'] 부동산 안정의 열쇠, '세율'이 아닌 '공급'과 '시장 신뢰'

칼럼·인터뷰 > 오피니언

[마지현의 '경제가 뭐라고'] 부동산 안정의 열쇠, '세율'이 아닌 '공급'과 '시장 신뢰'

마지현 (재)파이터치연구원 수석연구원

기사입력 : 2026-02-25 17:07

[사진=연합뉴스 제공]
[사진=연합뉴스 제공]
마지현 (재)파이터치연구원 수석연구원
마지현 (재)파이터치연구원 수석연구원
지난 1월 도심 주택 공급 확대 및 신속화 방안 브리핑에서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보유세와 거래세를 포함한 합리적인 조세 개편 방안을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같은 발언이 나오면서 시장에서는 보유세 인상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정부는 보유세를 인상하면 다주택자들이 집을 팔아 주택 공급이 늘어나고, 이에 따라 주택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회의적이다. 집주인들이 집을 파는 대신 늘어난 세금 부담을 월세 가격에 전가하면 주택 가격 하락이 아니라 오히려 월세 가격이 급등하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한 추론이 아니라 실증적으로도 입증된 사실이다. 필자가 속한 파이터치연구원에서 2000년부터 2020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2개 국가의 주택 보유세와 월세 간 연관성을 분석했다. 그 결과 주택 보유세와 월세 간 정(+)의 상관관계를 보였다. 이는 주택 보유세가 증가할수록 월세가격도 함께 상승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이것은 간단한 상관관계 분석이다. 주택 보유세 이외에도 다른 요인이 월세 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예를 들면 금리가 상승하면 대출로 집을 마련한 다주택자는 대출 이자 부담이 커져 이를 월세로 전가시킬 요인이 크므로 월세를 올리게 된다. 따라서 이자율, 주택가격 등 월세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다른 요인을 통제한 후 순수하게 주택 보유세가 월세 가격에 미치는 인과관계 분석이 필요하다.

계량경제학의 ‘하우스만-테일러 추정법’을 적용한 인과관계 분석결과, 주택 보유세가 1% 증가하면 월세는 0.06%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세금이 결국 임차인에게 전가된다는 이른바 ‘세부담 전가설’을 실증적으로 입증한 셈이다.

대출 규제를 핵심으로 한 10·15 대책에 보유세 인상까지 추가된다면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지난 문재인 정부의 실패를 그대로 답습하게 된다. 집값 상승의 주범이 다주택자들의 투기 수요 때문이라는 문제 인식 역시 판박이다. 문재인 정부는 규제와 세금 중심의 부동산 정책을 28차례나 쏟아냈음에도 불구하고, 임기 동안(2017년 5월~2022년 5월) 전국과 수도권의 주택매매가격지수는 각각 18%, 27% 상승했다. 공급 확대보다 세금과 규제에 의존한 결과 시장은 더 큰 불안으로 되돌아왔다. 이재명 정부가 똑같은 길을 걸어선 안된다.

주택 보유세 인상은 시장의 자율적 조정 기능을 훼손하고 월세를 끌어올려 서민의 주거비를 악화시킬 뿐이다. 진정한 부동산 안정의 해법은 세율 조정이 아니라 시장 원리에 있다. 주택 공급을 늘리고 세제의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근본적인 대책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정부는 원칙으로 돌아가야 한다. 시장에 대한 신뢰가 곧 부동산 안정의 시작이다.

마지현 (재)파이터치연구원 수석연구원

walter@hinews.co.kr

<저작권자 © 하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