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news 하이뉴스] 장내 미생물에 대한 의학적 관심은 2006년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발표된 연구에서 본격화됐다. 미국 워싱턴 대학교의 제프리 고든(Jeffery Gordon) 연구팀은 비만이 장내 세균 분포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연구에 따르면 비만한 쥐는 정상 쥐에 비해 박테로이데스(Bacteroidetes) 균은 적고, 퍼미큐테스(Firmicutes) 균이 증가한 양상을 보여줬다. 이후 2016년 예일대학교 제럴드 슐만(Gerald Shulman) 연구진은 장내 세균이 비만에 이르는 구체적인 기전을 밝혀내며 장 건강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각인시켰다.
장내 미생물은 인체가 소화하지 못한 식이섬유를 발효해 단쇄지방산(SCFA, Short Chain Fatty Acid)으로 분해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가스는 장내 불편감을 유발하기도 하지만, 생성된 SCFA는 혈액-뇌 장벽(BBB)을 통과해 시상하부의 식욕 중추를 자극한다. 이는 위에서 식욕 촉진 호르몬인 그렐린(Ghrelin) 분비를 자극해 과식을 유도하고, 췌장에서는 인슐린 분비를 촉진해 지방 세포를 축적하는 대사 과정을 거친다. 즉, 장내 환경이 전신 대사와 체중 조절의 핵심 키를 쥐고 있는 셈이다.
봉아라 리셋의원 원장
이러한 장내 환경의 영향력은 전신을 넘어 피부 건강에도 직접 미친다. 최근 의학계가 주목하는 '장-피부 축(Gut-Skin Axis)' 이론이 이를 뒷받침한다. 피부에는 외부 자극으로부터 신체를 보호하는 표피 장벽이 존재하는데, 이 장벽이 무너지면 비만세포(Mast cell)나 헬퍼 T세포 등이 자극돼 염증 반응이 일어나고 아토피 피부염 등 다양한 피부 질환으로 이어진다.
과거에는 피부 문제를 장에서 유래한 이차적인 과정(Secondary process)으로만 여겼으나, 최근 연구는 피부 자체가 문제의 시작점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2019년의 한 연구에 따르면, 피부에 스카치테이프를 반복적으로 붙였다 떼어 물리적인 자극만 줬음에도 음식 알레르기 반응이 증가하는 것이 확인됐다. 이는 피부 장벽(Skin barrier)의 손상이 단순히 피부 문제에 그치지 않고 체내 면역 체계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미생물 불균형(Dysbiosis)에 의한 장누수증후군은 피부 염증을 심화시키는 결정적인 요인이다. 장 점막의 투과성이 높아지는 '장누수' 상태가 되면, 장내에서 발생한 사이토카인이나 항원들이 혈류를 타고 전신으로 퍼진다. 이렇게 유입된 염증 물질들은 피부의 타이트 정션(Tight junction)이나 수지상세포를 자극해 피부 염증을 일으키고 아토피성 질환을 악화시킨다. 역으로 피부에서 발생한 염증 물질이 장 점막에 영향을 줘 장 건강을 해치는 악순환이 발생하기도 한다.
인체의 장은 가장 많은 정상 세균총이 상주하며 외부 항원과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는 최대의 면역 기관이다. 식생활, 환경오염, 스트레스, 위생 상태 등 다양한 요인이 장내 세균의 다양성을 해치면 이는 곧 피부 질환의 발병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근본적인 피부 건강을 되찾기 위해서는 겉으로 드러난 피부 염증만을 치료할 것이 아니라, 장내 미생물의 균형을 복구하고 장 점막 장벽을 강화하는 치료가 병행돼야 한다. 건강한 피부는 결국 건강한 장에서 시작된다는 점을 명심하고, 식습관 개선과 스트레스 관리 등 통합적인 건강관리에 나서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