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도 겪는 '노권상', 단순 피로로 넘기지 말아야 하는 이유 [임주훈 원장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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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도 겪는 '노권상', 단순 피로로 넘기지 말아야 하는 이유 [임주훈 원장 칼럼]

송소라 기자

기사입력 : 2026-05-28 16:03

[Hinews 하이뉴스] 최근 학업과 다양한 활동에 노출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아이들의 피로 누적을 걱정하는 보호자들이 많아지고 있다. 충분히 자고 먹는 것처럼 보여도 아침마다 일어나기 힘들어하거나, 사소한 일에도 예민하게 반응하고, 식욕 저하와 복통을 반복적으로 호소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단순한 컨디션 난조로 여기기 쉽지만, 한의학에서는 이러한 상태를 '노권상(勞倦傷)'의 관점에서 살펴보기도 한다.

노권상은 과도한 육체 활동이나 정신적 긴장, 불규칙한 생활이 장기간 이어지면서 몸의 기운이 소모되고 균형이 무너진 상태를 의미한다. 쉽게 말하면 지속적인 피로와 스트레스가 회복되지 못한 채 누적된 상태라고 볼 수 있다. 성인에서는 흔히 만성피로나 번아웃과 비슷한 개념으로 이해되기도 하지만, 성장 과정에 있는 아이들에게는 보다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하다.

아이들은 성인처럼 자신의 몸 상태를 정확하게 표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피곤하다는 말을 직접 하기보다는 행동이나 생활 패턴의 변화로 신호를 보내는 경우가 흔하다. 평소보다 짜증이 늘고 사소한 일에도 예민하게 반응하거나, 이유 없이 칭얼거리는 모습이 반복되기도 한다. 아침에 쉽게 일어나지 못하고 낮에도 계속 눕고 싶어 하거나, 집중력이 떨어져 학습이나 일상생활에 영향을 받는 경우도 있다.

임주훈 함소아한의원 인천점 원장
임주훈 함소아한의원 인천점 원장

소화기 증상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밥을 오래 물고 있거나 식사 속도가 지나치게 느려지고, 자주 배가 아프다고 하거나 헛구역질을 반복하기도 한다. 변비와 무른 변이 번갈아 나타나는 등 배변 상태가 불안정해지는 경우도 있으며, 영양 흡수가 원활하지 않다 보니 체중 증가나 성장 속도가 더디게 느껴질 수 있다.

수면 문제 역시 노권상과 깊게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 낮 동안 충분히 쉬지 못하고 긴장 상태가 이어지면 밤에도 깊은 잠에 들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자다가 자주 깨거나 잠꼬대가 심해지고, 식은땀을 많이 흘리는 모습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눈 밑이 거무스름해지거나 푸른빛을 띠는 다크서클 역시 반복적인 피로 누적 상태에서 흔히 관찰되는 변화 중 하나다.

특히 최근에는 학업 외에도 방과 후 활동, 운동, 학원 일정 등으로 아이들의 하루가 과도하게 채워지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 새 학기 적응 스트레스나 시험 부담, 친구 관계에서 오는 긴장감 등이 더해지면 몸과 마음 모두 쉽게 지치게 된다. 스마트폰과 태블릿 사용 시간이 길어지면서 수면 시간이 줄어드는 생활 패턴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한의학에서는 소아를 장부 기능이 아직 충분히 성숙하지 않은 상태로 바라본다. 따라서 성인이라면 견딜 수 있는 정도의 피로와 스트레스도 아이들에게는 더 크게 작용할 수 있다고 본다. 특히 소화기 기능과 회복력이 떨어진 상태에서는 면역력 저하로 이어져 감기를 반복하거나 잔병치레가 잦아지는 모습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노권상이 의심되는 경우에는 먼저 생활 리듬을 점검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나치게 빽빽한 일정을 줄이고 하루 중 충분히 쉬는 시간을 확보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아이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편안하게 쉬는 시간 자체가 회복 과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아이스크림이나 얼음물, 탄산음료처럼 차갑고 자극적인 음식 섭취를 줄이고, 따뜻하고 소화가 편한 식사를 규칙적으로 하는 습관도 중요하다.

수면 환경 관리 역시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늦은 시간까지 전자기기를 사용하는 습관은 뇌를 계속 각성 상태로 유지시켜 숙면을 방해할 수 있다. 따라서 취침 전에는 스마트폰이나 TV 같은 시각적 자극을 줄이고 일정한 시간에 잠자리에 드는 생활 리듬을 만드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한의학에서는 아이의 체질과 현재 나타나는 증상을 함께 고려해 기운 회복과 소화 기능 개선, 긴장 완화 등을 중심으로 접근하게 된다. 기운이 많이 떨어진 경우에는 보중익기탕 계열의 처방을 활용하기도 하고, 예민함과 긴장이 두드러지는 경우에는 귀비탕 계열, 소화기 허약 증상이 동반되는 경우에는 소건중탕 계열 등을 고려하기도 한다. 다만 증상 양상과 체질에 따라 접근 방식은 달라질 수 있어 개별 상태를 충분히 살피는 과정이 중요하다.

(글 : 임주훈 함소아한의원 인천점 원장)

송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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