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양조장의 새로운 승부수…지평주조, ‘지평탁주’로 프리미엄 막걸리 시장 정조준

산업 > 유통

100년 양조장의 새로운 승부수…지평주조, ‘지평탁주’로 프리미엄 막걸리 시장 정조준

박미소 기자

기사입력 : 2026-08-29 16:03

[Hinews 하이뉴스] 100년 넘게 한 자리에서 술을 빚어온 지평주조가 프리미엄 막걸리를 앞세워 전통주 시장의 외연 확장에 나서고 있다. 단순히 오래된 양조장이라는 역사적 가치를 내세우는 데 그치지 않고, 전통 제조 철학에 현대적인 발효 기술과 제품 개발 역량을 결합해 새로운 소비층을 겨냥하는 모습이다.

특히 지난해 선보인 프리미엄 막걸리 ‘지평탁주’를 최근 리뉴얼하고 대형마트와 온라인몰, 프리미엄 외식 공간 등으로 판매 채널을 넓히면서 고급화되고 있는 막걸리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지평주조의 이번 행보가 주목되는 이유는 ‘100년 전통’이라는 브랜드 자산과 현대적인 제품 전략이 동시에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막걸리를 과거의 서민주나 지역 특산주에 머무르게 하지 않고, 미식과 페어링을 중시하는 소비자까지 아우르는 프리미엄 주류로 확장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지평주조 ‘지평탁주’ 리뉴얼 출시 / 사진=지평주조 제공
지평주조 ‘지평탁주’ 리뉴얼 출시 / 사진=지평주조 제공

1925년 시작된 지평주조…100년을 버틴 양조장의 역사

지평주조의 뿌리는 1925년 경기도 양평군 지평면에 세워진 지평양조장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평양조장은 일제강점기인 1925년 설립된 이후 오랜 기간 전통주를 생산해온 국내 대표적인 전통 양조장이다.
특히 지평양조장 건물 자체가 지평주조의 역사성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공간으로 꼽힌다. 막걸리 생산을 염두에 두고 지어진 건물답게 높은 창을 통해 환기를 확보하고, 왕겨 등을 활용해 보온성을 높이는 등 당시 양조 기술과 건축 방식이 결합된 독특한 구조를 갖추고 있다.

한식 목구조와 일식 목구조가 결합된 절충식 건축물이라는 점에서도 건축사적 가치가 인정됐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 따르면 지평양조장은 1951년 6·25전쟁 당시 지평리전투 과정에서 유엔군 프랑스 대대의 지휘소로 사용되기도 했다. 이후 역사적·건축학적 가치를 인정받아 2014년 7월 1일 등록문화재 제594호로 지정됐다.

즉 지평양조장은 단순히 술을 만들었던 생산시설을 넘어 한국 근현대사의 한 장면을 간직한 공간이기도 하다. 100년이라는 시간 동안 양조장과 지역의 역사가 함께 축적된 셈이다.

지평주조의 가업 역시 여러 세대를 거치며 이어졌다. 1925년 이종환 씨가 설립한 이후 1960년 김기환 대표의 조부인 김교섭 씨가 양조장을 인수했고, 이후 김기환 대표의 부친을 거쳐 김기환 대표가 경영을 맡게 됐다. 지평주조가 오랜 기간 가족 경영을 통해 전통을 이어온 배경이다.

‘오래된 양조장’에서 ‘성장하는 주류기업’으로

지평주조의 역사에서 중요한 전환점은 2010년대다.

전통주 시장이 장기간 정체된 가운데 지평주조 역시 오랫동안 지역 기반의 소규모 양조장에 가까운 사업 구조를 유지했다. 하지만 김기환 대표가 경영을 맡은 이후 품질 개선과 생산시설 투자, 브랜드 현대화 등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회사의 성장 속도가 달라졌다.

동아비즈니스리뷰에 따르면 김기환 대표는 2010년 경영을 맡은 이후 맛과 품질에 대한 투자를 확대했고,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던 품질 편차를 줄이기 위한 시스템 구축에 나섰다. 이후 지평주조는 전통적인 제조 방식에 현대적인 생산·관리 시스템을 접목하는 방식으로 체질 개선을 추진했다.

실제 매출 성장세도 가팔랐다. 법원 판결문에 인용된 자료를 보면 지평주조의 전신인 개인사업체 지평주조의 매출은 2011년 약 6억9000만원에서 2012년 약 12억원, 2013년 약 17억원, 2014년 약 27억원으로 빠르게 증가했다.

2015년에는 약 4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2016년 60억원, 2017년에는 110억원까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통주 업계 전반이 정체된 상황에서도 지평주조가 상대적으로 빠른 성장세를 보인 배경에는 제품 품질 개선과 브랜드 리뉴얼, 유통망 확대가 있었다는 분석이다.

이후 지평주조는 생산시설 확대에도 나섰다. 2016년 양평공장을 구축한 데 이어 2018년 춘천공장을 준공하면서 생산 안정성과 품질 관리 역량을 강화했다. 2023년에는 천안공장을 열며 대량 생산 기반까지 확보했다. 회사 역시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100년 전통의 양조 기술을 현대적인 스마트 생산시설과 결합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과거의 지평주조가 ‘양평의 오래된 막걸리 양조장’이었다면 현재의 지평주조는 전통을 기반으로 전국 유통망과 대규모 생산시설을 갖춘 주류기업으로 성장한 셈이다.

이번에는 ‘프리미엄’…12도 ‘지평탁주’로 시장 정조준

지평주조가 최근 주목하는 분야는 프리미엄 막걸리 시장이다.

이번에 리뉴얼한 ‘지평탁주’는 지난해 7월 처음 선보인 알코올 도수 12도의 프리미엄 막걸리다. 일반적인 막걸리보다 높은 도수와 진한 풍미를 앞세워 기존 제품군과 차별화한 것이 특징이다.

이번 리뉴얼에서는 기존 지평탁주의 고유 레시피를 유지하면서 원료 배합과 발효 공정을 세밀하게 조정했다. 특히 발효 제어기술을 적용해 재료가 가진 풍미를 유지하면서 단맛과 산미의 균형을 정교하게 맞췄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막걸리 특유의 텁텁하고 거친 입자감을 줄이고 부드러운 질감을 구현한 것도 핵심이다. 여기에 청사과와 청포도를 연상시키는 산뜻한 과실향을 더해 전통주에 익숙하지 않은 소비자도 접근하기 쉬운 맛을 구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는 지평주조가 막걸리의 소비 방식을 바꾸려는 시도와도 맞닿아 있다.

과거 막걸리가 주로 한식이나 전통 음식과 함께 즐기는 서민적인 술이었다면 최근에는 음식과의 페어링, 향과 질감, 패키지 디자인 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프리미엄 주류로서의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지평주조 역시 이러한 시장 변화에 맞춰 ‘전통을 지키는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전통을 현대적인 방식으로 재해석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롯데마트 63개점 입점…온라인·외식으로 소비자 접점 확대

제품 리뉴얼과 동시에 유통 채널도 넓혔다.

지평탁주는 지평주조 공식 온라인몰 ‘블루브루어리’를 비롯해 롯데마트 63개점에 입점했다. 온라인 중심의 판매에서 벗어나 소비자가 직접 제품을 접할 수 있는 대형 유통망까지 확보하면서 제품 접근성을 높인 것이다.

프리미엄 외식 공간으로의 확장도 눈에 띈다.

지평주조가 운영하는 한식 다이닝 레스토랑 ‘푼주’에서도 지평탁주 판매를 시작했다. 단순히 술을 판매하는 공간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한식과 전통주의 조합을 통해 지평탁주의 맛과 향을 소비자가 직접 경험하도록 하는 전략이다.

특히 프리미엄 막걸리의 경우 제품 자체의 품질뿐 아니라 어떤 음식과 함께 소비되는지가 브랜드 이미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외식 공간과의 연계는 의미가 있다.

‘푼주’ 김세진 셰프는 지평탁주의 부드러운 목넘김과 산뜻한 과실향이 한식의 풍미를 살리는 데 적합하다는 평가를 내놨다.

결국 지평주조가 이번에 구축한 판매 구조는 온라인몰을 통한 접근성, 대형마트를 통한 대중성, 프리미엄 다이닝을 통한 브랜드 경험을 동시에 확보하는 형태다.

지평주조의 이번 행보에서 가장 눈여겨볼 부분은 100년이라는 역사 자체보다 이를 현재의 소비자에게 어떻게 전달하느냐에 있다.

오랜 역사를 가진 전통주 업체라고 해서 소비자가 자동으로 제품을 선택하는 시대는 지났기 때문이다. 특히 젊은 소비자층을 중심으로 주류 선택 기준이 다양해지면서 맛과 향은 물론 브랜드 스토리, 디자인, 음식과의 조화, 구매 편의성 등이 종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평주조가 과거의 제조방식만을 강조하기보다 현대적인 생산시설과 발효기술, 프리미엄 제품 개발, 유통망 확대에 동시에 투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1925년 설립된 지평양조장은 현재 지평주조의 가장 강력한 브랜드 자산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역사만으로 미래 시장을 확보할 수는 없다. 지평주조가 지난 10여 년간 보여준 성장 과정 역시 결국 전통에 현대적인 경영과 생산기술을 결합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지평주조는 공식적으로 100년 동안 술을 빚어온 시간을 강조하면서도 생산시설의 현대화와 제품군 확대를 병행하고 있다.

최근 실적 역시 회사의 외형 확대를 보여준다. 지평주조는 2025년 매출 약 502억원, 영업이익 약 78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전해졌다. 과거 지역 양조장 수준에 머물렀던 기업이 수백억원대 매출을 올리는 주류기업으로 성장했다는 점에서 지난 10여 년간의 변화가 두드러진다.

지평주조가 지평탁주를 통해 노리는 시장은 단순히 막걸리 시장의 점유율을 늘리는 데 그치지 않는다. 100년 동안 축적한 양조 기술을 기반으로 막걸리를 하나의 미식 경험으로 확장하는 것이 핵심이다.

12도 프리미엄 막걸리라는 제품 특성에 발효기술을 통한 맛의 정교화, 대형마트와 온라인몰을 통한 유통 확대, 한식 다이닝을 통한 페어링 경험까지 더한 것은 이러한 전략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특히 1925년 만들어진 지평양조장이 6·25전쟁 당시 유엔군 지휘소로 사용됐고 등록문화재로 지정될 정도로 역사적 가치를 지닌 공간이라는 점은 다른 주류기업과 차별화되는 지평주조만의 자산이다.

결국 지평주조가 풀어야 할 과제는 ‘100년 된 막걸리’라는 과거의 명성을 유지하면서도 ‘100년 후에도 선택받는 술’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지평주조 관계자는 “이번 리뉴얼을 통해 미각·후각·시각 전반의 완성도를 높인 만큼 소비자들이 새로워진 지평탁주를 직접 체감할 수 있도록 접점을 확대하고 있다”며 “차별화된 맛과 풍미, 목넘김 등 지평탁주만의 품질을 통해 우리 술의 자부심을 높이고 프리미엄 탁주 시장을 적극적으로 키워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1925년 양평의 한 양조장에서 시작된 지평주조는 이제 100년이라는 시간을 넘어 새로운 경쟁에 들어섰다. 과거의 전통을 보존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이를 현대적인 맛과 생산기술, 유통망으로 재해석하는 것이 지평주조의 다음 100년을 결정할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박미소 기자

miso@hinews.co.kr

<저작권자 © 하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