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news 하이뉴스] 업무상 질병 치료 과정에서 조기난소부전을 진단받은 여성 노동자가 오랜 심사 절차 끝에 산업재해 장해등급을 상향 인정받았다. 당초 근로복지공단은 해당 노동자에게 생식 기능이 일부 남아 있다는 점을 전제로 ‘생식기에 뚜렷한 장해가 남은 사람’에 해당하는 제9급 제14호를 적용했지만, 산업재해보상보험심사위원회는 양쪽 난소 기능 상실이 남성의 양쪽 고환 상실과 의학적으로 동일한 수준의 생식기능 완전 상실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기존 처분을 취소했다.
이번 심사 결정은 단순히 한 노동자의 장해등급이 조정된 사건을 넘어, 현행 산업재해보상보험 제도 내 장해등급 기준이 성별에 따라 불균형하게 설계돼 있다는 문제를 다시 한번 드러낸 사례로 평가된다.
업무상 질병 치료 과정에서 조기난소부전을 진단받은 여성 노동자가 오랜 심사 절차 끝에 산업재해 장해등급을 상향 인정받았다. 당초 근로복지공단은 해당 노동자에게 생식 기능이 일부 남아 있다는 점을 전제로 ‘생식기에 뚜렷한 장해가 남은 사람’에 해당하는 제9급 제14호를 적용했지만, 산업재해보상보험심사위원회는 양쪽 난소 기능 상실이 남성의 양쪽 고환 상실과 의학적으로 동일한 수준의 생식기능 완전 상실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기존 처분을 취소했다. 사진은 무료이미지 사이트 픽사베이 제공
현재 산재보험 장해등급 기준에는 남성의 경우 ‘양쪽 고환을 잃은 사람’에 대해 제7급 장해를 인정하는 명확한 규정이 마련돼 있다. 그러나 여성의 경우 양쪽 난소 기능 상실에 대한 별도의 기준이 존재하지 않아, 동일한 수준의 생식 기능 상실임에도 개별 사건마다 의학적 판단과 법적 다툼을 거쳐야 하는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
노동계에서는 이러한 기준이 과거 남성 중심의 산업 구조와 노동 환경을 전제로 만들어진 낡은 규정이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과거에는 남성이 주요 산업 노동자로 간주되면서 남성 생식기관 손상에 대한 기준만 구체적으로 마련됐지만, 여성 노동자의 산업재해가 증가하고 노동 환경이 변화한 이후에도 관련 기준은 충분히 정비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사건은 이미 법원이 동일한 문제를 지적한 이후에도 행정기관이 제도 개선에 나서지 않았다는 점에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앞서 서울행정법원은 2023년 2월 8일 선고한 사건(2020구단63927)에서 양쪽 난소 기능 상실과 양쪽 고환 상실이 생식 기능 측면에서 본질적으로 동일하다는 취지의 판단을 내렸다. 이어 서울고등법원 역시 2024년 2월 22일 선고한 사건(2023누36079)에서 원심 판단을 유지하며 여성의 난소 기능 상실 역시 제7급 장해 수준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당시 법원은 현행 규정이 남성의 생식 기능 상실만을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여성의 경우를 누락하고 있어 결과적으로 성별에 따른 차별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 이후에도 근로복지공단과 고용노동부는 관련 장해등급 기준을 즉각적으로 개정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동일한 장해를 입은 여성 노동자들은 법원의 판단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심사청구와 행정소송 등 별도의 권리구제 절차를 거쳐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번 심사위원회의 결정 역시 기존 법령 자체가 개선된 결과가 아니라, 해당 노동자가 직접 문제를 제기하고 심사 절차를 진행한 끝에 얻어낸 결과라는 점에서 제도적 한계를 보여준다.
산재보험 제도는 업무상 재해를 입은 노동자의 생활 안정과 재활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된 사회보험 제도다. 그러나 장해등급 기준이 시대 변화와 의료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경우, 피해 노동자가 제도의 보호를 받기 위해 또 다른 절차와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는 지적이다.
노동계는 이번 결정을 계기로 고용노동부와 근로복지공단이 장해등급 기준을 조속히 정비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우선 법원 판결과 심사위원회 결정을 개별 사건에만 적용할 것이 아니라, 동일한 사례가 반복되지 않도록 장해 판정 기준과 관련 지침을 신속하게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한 과거 잘못된 기준에 따라 낮은 장해등급을 받거나 장해급여를 인정받지 못한 여성 노동자들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권리구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과거 업무상 질병 인정 기준이 변경됐을 당시 기존 처분 대상자들에게 재신청을 안내했던 사례처럼, 정부와 공단이 피해 가능성이 있는 노동자를 선제적으로 찾아 안내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동계 관계자는 “법원과 심사위원회를 통해 기존 기준의 문제가 확인됐음에도 피해자가 직접 소송과 심사청구를 해야만 권리를 인정받는 구조는 개선돼야 한다”며 “성별에 따라 다른 기준이 적용되지 않도록 산재 장해 판정 체계를 전면적으로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