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라이프플래닛, 13년 적자 끝 법인 해산…교보생명에 흡수

산업 > 산업일반

교보라이프플래닛, 13년 적자 끝 법인 해산…교보생명에 흡수

오하은 기자

기사입력 : 2026-09-29 13:08

[Hinews 하이뉴스]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보험이 출범 13년 만에 모회사인 교보생명에 흡수된다. 국내 최초 인터넷 전업 생명보험사를 표방하며 출범한 이후 디지털 보험 시장에서 독자적인 성장 모델을 만들어 왔지만, 수년간 이어진 적자와 자본 확충 부담을 넘어서지 못하면서 결국 별도 법인으로서의 사업을 정리하는 수순에 들어갔다.

이번 합병은 단순한 법인 통합을 넘어 교보생명이 디지털 보험 사업을 어떤 방식으로 가져갈 것인지에 대한 전략적 판단으로도 해석된다. 라이프플래닛이라는 법인은 사라지지만 브랜드와 디지털 채널은 유지하고, 그동안 별도 회사에 쌓인 플랫폼과 상품 운영 경험을 교보생명 내부로 가져와 통합하겠다는 것이 교보생명의 구상이다.

최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교보생명과 교보라이프플래닛은 지난 15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교보생명이 라이프플래닛의 기존 사업과 인력을 흡수하는 내용의 합병안을 의결했다. 교보생명이 라이프플래닛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일반적인 합병과 달리 주주총회 승인을 거치지 않고 이사회 결의로 진행할 수 있는 소규모 합병 방식이 적용된다. 금융당국의 인가 등 관련 절차를 거친 뒤 내년 4월 합병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라이프플래닛은 2013년 인터넷 전업 생명보험사로 출범했다. 당시 보험산업에서는 설계사 중심의 대면 영업이 주류를 이루던 상황에서 온라인과 모바일을 기반으로 상품 가입과 보험 관리 절차를 단순화하고, 디지털 채널을 통해 보험료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점을 앞세웠다. 교보생명 역시 디지털 보험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별도 법인을 통해 새로운 사업 모델을 실험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라이프플래닛은 13년 동안 단 한 차례도 연간 흑자를 기록하지 못했다. 출범 당시 손익분기점 도달 시점을 4~5년가량으로 예상했지만 수익 기반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데 시간이 필요했고, 보험업계의 회계 및 자본 규제가 바뀌면서 독립적인 디지털 보험사로서 사업을 지속하는 데 필요한 자본 부담도 커졌다.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보험이 출범 13년 만에 모회사인 교보생명에 흡수된다. 국내 최초 인터넷 전업 생명보험사를 표방하며 출범한 이후 디지털 보험 시장에서 독자적인 성장 모델을 만들어 왔지만, 수년간 이어진 적자와 자본 확충 부담을 넘어서지 못하면서 결국 별도 법인으로서의 사업을 정리하는 수순에 들어갔다. 사진은 교보문고 제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보험이 출범 13년 만에 모회사인 교보생명에 흡수된다. 국내 최초 인터넷 전업 생명보험사를 표방하며 출범한 이후 디지털 보험 시장에서 독자적인 성장 모델을 만들어 왔지만, 수년간 이어진 적자와 자본 확충 부담을 넘어서지 못하면서 결국 별도 법인으로서의 사업을 정리하는 수순에 들어갔다. 사진은 교보문고 제

13년 연속 적자에 총자산도 감소…독립법인 유지 부담 커져

라이프플래닛의 최근 실적을 보면 법인 유지에 대한 부담이 적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다. 라이프플래닛은 2023년 약 24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한 데 이어 2024년에도 256억원, 지난해에는 201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올해 상반기에도 순손실 규모가 약 65억원에 달하면서 적자 흐름이 이어졌다.

실적 악화는 손익계산서에만 나타난 것이 아니다. 지난 6월 말 기준 라이프플래닛의 총자산은 약 5273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9.6% 감소했으며, 같은 기간 보험수익도 33.1% 줄어든 91억원에 그쳤다. 올해 상반기 신계약률 역시 5.13%로 1년 전보다 6.30%포인트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디지털 보험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독립법인으로 출범했지만 외형 확대와 수익성 개선을 동시에 달성하는 데 한계를 보인 셈이다.

특히 최근 보험업계의 경영환경 변화는 디지털 보험사에 또 다른 부담으로 작용했다. IFRS17 도입 이후 보험사들은 단순히 보험료 매출 규모를 키우는 것보다 계약의 수익성과 장기적인 이익 창출 가능성을 관리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보험계약서비스마진(CSM)이 주요 경영지표로 자리 잡으면서 장기 보장성보험 등 미래 이익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상품에 대한 중요성이 한층 커졌다.

문제는 디지털 채널을 중심으로 영업하는 보험사가 이 같은 상품 구조를 얼마나 경쟁력 있게 가져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비대면 판매의 특성상 상품 설명과 가입 절차가 상대적으로 간단한 상품을 온라인에서 판매하기는 수월하지만, 장기 보장성보험처럼 계약기간이 길고 상품 구조가 복잡한 보험은 대면 채널에 비해 설명과 판매가 쉽지 않다. 결국 보험료 규모가 크지 않은 단기 상품이나 단순 상품 중심으로 판매가 이뤄질 경우 장기적인 수익성을 높이는 데 한계가 생길 수 있다는 분석이다.

자본 측면에서도 부담이 있었다. 라이프플래닛은 별도 보험사인 만큼 K-ICS 기준에 맞는 가용자본을 자체적으로 유지해야 한다. 그러나 매년 적자가 이어지면서 자체적으로 이익을 통해 자본을 축적하기 어려웠고, 부족한 자본을 메우기 위해 모회사인 교보생명의 추가 출자가 이어지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교보생명은 이번 합병 배경으로 보험산업의 회계 및 자본 규제 환경 변화와 디지털 보험사의 독립 운영 한계를 들고 있다. 회사 측은 강화된 자본건전성 규제 아래에서는 디지털 보험사가 별도 법인으로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가기에는 구조적인 제약이 있다고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교보생명은 라이프플래닛 설립 당시 238억원을 출자한 이후 2014년부터 2024년까지 모두 여섯 차례 유상증자에 참여하며 추가 자금을 투입했다. 누적 출자 규모는 약 3370억원에 이른다. 별도 법인을 유지하면서 디지털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상당한 자금이 들어갔지만, 결국 안정적인 흑자 구조를 만들지 못한 상황에서 모회사가 직접 사업을 가져가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이다.

법인은 사라지지만 브랜드는 유지…디지털 보험 사업 교보생명으로

이번 합병으로 라이프플래닛이라는 법인 자체는 사라지지만 사업이 완전히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교보생명은 합병 이후 내부에 라이프플래닛사업부를 신설하고 기존 고객이 현재 이용하고 있는 애플리케이션과 홈페이지를 계속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기존 시스템 역시 단번에 통합하기보다 단계적으로 교보생명과 연결해 운영 효율을 높이는 방식을 택할 예정이다.

교보생명이 별도 법인을 없애면서도 브랜드를 유지하는 것은 그동안 라이프플래닛을 통해 축적한 디지털 운영 경험과 고객 접점까지 함께 버리기보다는 교보생명 본체의 디지털 경쟁력 강화에 활용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특히 최근 보험산업에서는 인공지능과 데이터 분석, 자동화 기술의 발전에 따라 IT 인프라와 디지털 플랫폼에 대한 투자 규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별도 법인에서 제한된 자원으로 디지털 서비스를 운영하기보다 대형 보험사인 교보생명의 자본과 인력, 시스템을 직접 활용하는 편이 기술 투자와 업무 효율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것이 교보생명의 판단이다.

교보생명은 이번 합병을 두 회사의 단순한 조직 결합이 아니라 라이프플래닛이 확보한 디지털 역량과 교보생명의 사업 기반을 결합하는 과정으로 설명하고 있다. 보험상품 판매 채널을 온라인으로 확대해 나가는 것과 함께 데이터 기반 상품 개발, 고객 관리, 디지털 서비스 고도화 등을 본체 차원에서 추진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

다만 시장에서는 브랜드 유지와 별개로 라이프플래닛이 별도 보험사로 출범했던 사업 모델 자체가 사실상 종료된다는 점에 의미를 두고 있다. 출범 당시에는 대면 영업의 비용 구조에서 벗어난 인터넷 전업 보험사가 새로운 보험 유통시장을 만들어낼 것이라는 기대가 컸지만, 장기간 이어진 적자와 자본 부담을 감안하면 독립법인 모델의 한계가 확인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합병 시점 두고 관심…신중현 상무 이동과 맞물려

합병 결정 시점도 업계에서 관심을 받고 있다. 교보생명은 IFRS17과 K-ICS 등 보험산업의 제도 변화가 독립적인 디지털 보험사 운영에 구조적인 부담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해당 제도들이 본격적으로 시행된 것은 이미 2023년부터다. 라이프플래닛의 누적 적자 역시 수년간 이어져 온 만큼 시장에서는 왜 지금 시점에서 법인 통합이 결정됐는지를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올 수 있는 상황이다.

특히 라이프플래닛에서 디지털 사업 전략을 담당해 온 신중현 SBI저축은행 상무의 이동 시점이 합병 결정과 맞물리면서 그의 행보 역시 함께 주목받고 있다.

신 상무는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의 차남으로, 2020년 라이프플래닛 디지털전략파트 매니저로 입사한 뒤 디지털전략팀장과 디지털전략실장을 거쳤다. 2024년부터 올해 4월까지 디지털전략실장을 맡아 라이프플래닛의 디지털 사업 전략을 담당했고, 이후 SBI저축은행으로 이동해 시너지팀장을 맡았다. 이어 지난 7월 상무로 승진하면서 미래성장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라이프플래닛에서 주요 디지털 전략 업무를 담당하던 신 상무가 회사를 떠난 지 약 5개월 만에 법인 합병이 결정됐다는 점에서 시점이 겹치기는 한다. 다만 신 상무의 이동과 이번 합병 결정 사이에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있다는 점은 확인되지 않았다. 교보생명 역시 이번 합병의 배경으로 특정 인사의 이동보다는 보험산업 규제 환경 변화와 독립법인 운영에 따른 자본 부담, 디지털 역량 통합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교보생명 측은 “보험산업의 규제 환경이 바뀐 이후 이사회에서 수차례에 걸쳐 고객보장 실천을 위한 최선의 방안을 논의했으며 최종적으로 흡수합병을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합병 이후 교보생명이 라이프플래닛의 기존 디지털 사업을 어느 수준까지 확대할지는 또 다른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별도 법인 체제에서는 독립적인 의사결정과 실험적인 사업 추진이 가능했지만, 통합 이후에는 교보생명 전체의 수익성과 자본 효율성을 기준으로 디지털 사업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대형 보험사의 자본과 고객 기반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과거보다 사업 확장에 유리한 조건이 만들어질 가능성도 있다.

결국 교보라이프플래닛의 흡수합병은 13년간 이어진 독립 디지털 보험사 실험의 마무리이자, 교보생명이 디지털 보험 사업을 자체 경쟁력으로 흡수하는 새로운 출발점으로 볼 수 있다. 출범 초기에는 인터넷 전문 보험사라는 별도 법인 모델 자체가 혁신으로 평가받았지만 보험산업의 회계와 자본 규제가 빠르게 변화하고 수익성을 둘러싼 부담이 커지면서 이제는 대형 보험사 내부에서 디지털 역량을 통합하는 방식으로 전략이 바뀌게 됐다.

라이프플래닛이 앞으로 교보생명 내부에서 기존 고객과 브랜드를 유지하면서 어느 정도의 성과를 만들어낼지는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 다만 이번 합병을 계기로 교보생명이 디지털 보험을 별도 법인의 성장 사업이 아닌 전사적인 핵심 사업으로 재편할지, 그동안 축적해온 플랫폼과 데이터, 인력 경쟁력을 실제 수익성 개선으로 연결할 수 있을지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오하은 기자

haeun@hinews.co.kr

<저작권자 © 하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