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news 하이뉴스] '국민 식재료' 계란값이 가파르게 치솟으면서 정부가 사상 최대 규모의 수입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미 미국·태국산 신선란 수입을 진행 중인 가운데 추가 예산 약 1000억원을 투입해 8월까지 2억개의 계란을 더 들여오기로 했다. 소비자 부담을 줄이기 위한 긴급 조치지만, 생산 기반 회복 없이는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 식재료' 계란값이 가파르게 치솟으면서 정부가 사상 최대 규모의 수입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미 미국·태국산 신선란 수입을 진행 중인 가운데 추가 예산 약 1000억원을 투입해 8월까지 2억개의 계란을 더 들여오기로 했다. <사진= 연합뉴스 제공>
■한 달 새 17% 급등…1년 전보다 38% 올라
최근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6월 특란 10구 평균 소매가격은 5240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평균(4476원)보다 17.1%, 지난해 같은 기간(3786원)보다 38.4% 오른 수준이다. 계란값은 지난달 말 10구 기준 5000원을 넘어선 뒤 한 달 넘게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27일에는 평균 5302원을 기록하며 5300원 선까지 돌파했다.
30구 기준으로 환산하면 소비자가격은 1만5000원을 웃도는 수준이다. 대형마트 할인 행사 여부에 따라 실제 판매가격 차이는 있지만, 체감 물가는 더욱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가격 급등의 가장 큰 원인은 공급 부족이다. 지난 겨울(2025~2026년) 전국적으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HPAI)가 확산하면서 산란계 1134만마리가 살처분됐다. 이는 직전 겨울 살처분 규모인 약 483만마리의 두 배를 훌쩍 넘는 수준이다. 산란계는 병아리를 들여온 뒤 곧바로 알을 낳는 것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약 6개월이 지나야 본격적인 산란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살처분 이후 병아리를 다시 입식했더라도 당장 생산량이 회복되지 못했고, 현재까지 공급 부족이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이달 6개월령 이상 산란계 사육 마릿수를 5508만마리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해보다 3.2% 감소한 규모다. 하루 평균 계란 생산량 역시 4705만개로 지난해보다 3.3%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사육면적 확대도 변수…"가격 올렸다" vs "영향 미미"
정부의 산란계 사육환경 개선 정책도 가격 상승 원인을 둘러싼 논란의 중심에 있다. 정부는 2018년부터 동물복지와 방역 강화를 위해 산란계 한 마리당 사육면적을 기존 0.05㎡에서 0.075㎡로 50% 확대하는 제도를 시행했다. 기존 농가에는 내년 9월까지 시설 개선을 완료하도록 유예기간을 부여했고, 현재 약 60%의 농가가 개선을 마친 상태다.
대한산란계협회는 ▲AI 살처분 ▲소모성 질병 ▲사육면적 확대가 동시에 공급 감소를 불러왔다고 주장한다. 반면 농림축산식품부는 시설투자 비용이 계란 생산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으며, 현재 가격 상승의 핵심 원인은 AI에 따른 생산 감소라고 선을 긋고 있다.
■정부, 신선란 2억개 추가 수입…총 1000억원 투입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는 계란값을 잡기 위해 수입 물량을 대폭 확대한다. 현재 약 215억원을 투입해 미국과 태국, 브라질 등에서 신선란 3139만개를 수입 중이다. 여기에 약 997억원을 추가 편성해 8월까지 매주 2000만개씩 총 2억개의 계란을 들여온다는 계획이다.
앞서 농식품부는 7월까지 미국·태국산 신선란 2112만개를 매주 약 448만개씩 시장에 공급하는 방안도 발표했다. 수입 계란은 대형마트뿐 아니라 중소형 유통업체와 제과·제빵업체 등에도 공급된다.
정부는 항공 운송비 등을 포함하면 실제 원가는 높지만 소비자에게는 한 판(30구) 기준 약 5000~6000원 수준으로 공급해 가격 상승을 억제한다는 방침이다.
■'에그플레이션' 현실화…빵·외식도 줄줄이 영향
계란은 가정뿐 아니라 제과·제빵, 김밥, 도시락, 프랜차이즈 외식 등 다양한 식품산업의 핵심 원재료다. 계란값이 장기간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 빵과 케이크, 마요네즈, 가공식품은 물론 외식업계까지 원가 부담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대형마트인 이마트가 창사 이후 처음으로 태국산 계란 판매를 검토할 정도로 공급난이 심각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는 현재의 공급 부족이 일시적이라는 입장이다.
AI 이후 입식된 어린 산란계가 7월 말부터 본격적으로 산란을 시작하면 생산량이 지난해 수준까지 회복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농식품부 역시 산란계 사육 마릿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계란 생산은 7월부터 정상 수준에 근접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폭염이나 추가 AI 발생, 사료비 상승 등 변수에 따라 가격 안정 시점이 늦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정부는 수입 확대와 할인 지원을 병행하며 계란 수급 상황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