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자동차 사고, 피해자는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경제일반

자율주행자동차 사고, 피해자는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함경호 기자

기사입력 : 2026-08-07 09:00

법무법인 베테랑 윤영석 대표변호사
법무법인 베테랑 윤영석 대표변호사
[Hinews 하이뉴스] 자율주행 기능을 탑재한 차량이 빠르게 늘고 있다. 경기도를 비롯한 여러 지방자치단체가 시범운행지구를 운영하며 상용화를 준비하는 가운데, 자율주행 중 사고가 발생했을 때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는지를 둘러싼 법적 쟁점도 함께 커지고 있다. 일반 교통사고가 운전자의 과실을 중심으로 판단되는 것과 달리, 자율주행자동차 사고는 차량의 인공지능 시스템과 센서, 소프트웨어, 제조상의 결함까지 함께 검토되어야 한다.

책임 판단의 출발점은 ‘자율주행 단계’다. 자율성은 0단계부터 5단계까지 구분되는데, 0~2단계는 사람이 운전을 주도하므로 기존 법리가 대체로 그대로 적용된다. 3단계는 시스템이 주행 전반을 제어하되 비상상황에서는 사람이 즉시 개입해야 하고, 4단계 이상부터는 사람이 운전에서 사실상 완전히 배제된다. 어느 단계였는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지므로, 자율주행 기능이 작동 중이었다는 이유만으로 제조사나 운전자 중 한쪽의 책임이 곧바로 결정되지는 않는다.

책임 귀속이 가장 첨예하게 다투어지는 것은 3단계다. 3단계 차량의 탑승자에게 사고와 피해를 방지해야 할 보증인 지위가 인정될 수 있다. 시스템이 개입을 요구했고 반응할 시간이 충분했음에도 개입하지 않았다면, 개입하지 아니한 사실 자체가 과실이나 고의를 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차량이 개입이 필요하다는 아무런 표시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고가 났다면 탑승자의 주의의무 위반을 인정하기 어렵고, 오히려 차량 자체의 결함으로 보아 설계자·제작자의 책임이 문제된다. 사람에게는 물리적인 반응시간이 필요한 만큼, 경고가 이루어진 순간 곧바로 탑승자에게 운전자의 지위가 부여된다고 보기도 어렵다. 결국 경고가 있었는지, 언제 있었는지, 반응할 시간이 충분했는지가 실무의 핵심 쟁점이 된다. 4단계 이상 차량의 탑승자는 택시 승객과 유사한 지위에 있어 원칙적으로 형사책임을 지지 않지만, 복잡한 도심에서 무리하게 고속 주행 모드를 선택하는 등 탑승자가 운전 모드를 직접 고른 경우에는 그 선택 행위가 별도로 평가될 수 있다.

제조사 측의 책임은 센서·조향·제동 등 하드웨어의 오류, 사고 상황에서의 작동방식을 정한 소프트웨어 알고리즘의 오류, 그리고 네트워크 보안의 세 갈래로 나뉜다. 자율주행자동차는 운행 중 실시간으로 외부 정보를 주고받아야 해 해킹 위험에 노출되어 있고, 제3자의 해킹으로 피해가 발생하면 보안관리자에게도 부작위에 의한 과실책임이 성립할 수 있다. 다만 예견가능성이 없는 오류까지 책임을 지울 수는 없어 이른바 ‘허용된 위험’의 법리가 함께 고려된다.

피해자가 가장 먼저 할 일은 객관적 자료의 확보다. 블랙박스와 CCTV, 현장 사진, 목격자 진술에 더해 자율주행정보 기록장치가 결정적인 자료가 된다.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은 제작자 등에게 이 기록장치의 부착 의무를 부과하고(제39조의17), 국토교통부장관이 자율주행자동차사고조사위원회를 구성·운영해 사고 원인을 규명하도록 정하고 있으며(제39조의14, 제39조의15), 이해관계인은 절차에 따라 자율주행정보의 열람과 제공을 요구할 수 있다. 사고 당시 자율주행 기능이 실제로 작동했는지, 제어권 전환 요구가 있었는지가 이 기록에 남는다.

배상 절차의 구조도 알아둘 필요가 있다. 피해자는 우선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상 운행자책임에 따라 보험을 통해 배상을 받고, 차량의 결함이 원인으로 확인되면 보험회사 등이 제작사에 구상하게 된다. 피해자가 제조사의 결함을 직접 입증해야만 배상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이력이나 운행가능영역 이탈 여부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어, 치료비·휴업손해 등 손해 항목의 입증과 함께 초기 자료 확보가 중요하다.

자율주행자동차에 관한 법리는 완성된 형태로 존재하기 어렵고 기술 발전에 맞추어 계속 보완되어야 한다. 사고가 발생했다면 자율주행 단계와 제어권 전환 기록을 먼저 확인한 뒤 형사·행정 절차와 손해배상 절차를 함께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도움말 법무법인 베테랑 윤영석 대표변호사

함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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