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그렇다”고 말한다. 미국 텍사스주 시더파크시티의 족부 전문의 앤 샤키 박사는 신발을 “움직이는 세균 배양 접시라고 봐도 무방하다. 학교 화장실을 지나가거나, 더러운 주차장을 걸을 수도 있고, 개 배설물이나 새 배설물을 밟을 수도 있다. 게다가 꽃가루 같은 알레르기 유발 물질도 신발 표면에 그대로 남는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 연구에 따르면 신발 겉면에는 약 42만 개의 세균이 안쪽에는 약 3천 개의 세균이 존재한다. 하지만 세탁기를 활용하면 이들 세균의 90~99%를 제거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얼마나 자주, 어떻게 세탁해야 할까?
◇신발에 숨어 있는 세균들
신발에 묻는 세균의 종류는 우리가 어디를 걸었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대장균, 살모넬라, 황색포도상구균(MRSA), 폐렴간균, 세라티아 등은 호흡기 감염이나 봉와직염 같은 피부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특히 사람이나 동물의 대변소변·구토물, 오염된 음식, 씹던 껌 등을 밟으면 이런 병원체가 쉽게 옮겨 붙는다. 흙탕물 속에도 세균,곰팡이 포자,기생충 알과 낭포 등이 존재한다.
장의진 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신발 밑창은 우리가 모르는 사이 수많은 세균이 집으로 들어오는 통로가 된다. 변기보다 더 많은 세균이 남을 수 있기 때문에, 외출 후 현관에서 바로 벗는 습관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라고 강조한다.

정확한 주기는 신발이 얼마나 더러워지는지에 달려 있다. 일반적으로는 두 달에 한 번 꼼꼼히 세탁하는 것이 좋다. 매일 신는 운동화나 땀이 많이 차는 운동화는 2주에 한 번 세탁기에 돌리는 것을 권장한다.
또한 고무,플라스틱,합성 소재는 소독 티슈로 자주 닦아내는 것도 도움이 된다. 단, 가죽,스웨이드 같은 섬세한 소재에는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앤 샤키 박사는 “특히 아이가 기어 다니는 집이라면 매일 신발을 닦거나 실내용 신발을 따로 두는 것이 안전하다”라고 조언했다.
◇신발을 세탁기에 넣는 방법
샌들, 레인부츠, 캔버스, 면, 나일론, 폴리에스터 소재 신발은 대체로 세탁기에 돌릴 수 있다. 단, 찬물과 순한 세제를 사용하고 약한 코스로 돌려야 한다. 캐나다의 청소 전문 유튜버 멜리사 메이커(Melissa Maker)는 “세탁기로 돌릴 수 있는 건 무조건 세탁기를 활용하는 게 가장 간단하고 효과적이다”라고 말한다.
세탁 전에는 라벨이나 제조사 웹사이트를 확인해 세탁 가능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최근에는 스케쳐스(Skechers), 로티스(Rothy’s), 올버즈(Allbirds), 케즈(Keds)처럼 세탁 가능한 신발을 내놓는 브랜드가 늘고 있다. 특히 더러운 신발은 먼저 주방세제를 칫솔에 묻혀 얼룩을 문지른 뒤 세탁기에 넣으면 더 효과적이다. 안쓰는 수건을 함께 넣으면 밑창이 더 깨끗해지고 세탁기 소음도 줄어든다.ㅍ세탁 후에는 반드시 자연 건조해야 한다. 건조기에 넣으면 열 때문에 접착제가 녹거나 형태가 변할 수 있다. 형태 유지를 위해 신문지를 구겨 넣어두면 도움이 된다.
◇가죽, 스웨이드(Suede) 신발은?
가죽 구두, 스웨이드 부츠, 어그(Uggs) 같은 신발은 세탁기에 돌리면 망가진다. 이 경우엔 마른 브러시로 흙을 털고, 전용 세정제를 묻혀 원형으로 문지른 뒤, 마른 극세사 천으로 닦아낸다. 마지막으로 전용 컨디셔너를 뿌려주면 오염 방지 효과가 더해진다.
◇신발끈과 냄새 관리
신발끈이 누렇게 변했다면 얼룩 제거제나 베이킹소다+물 혼합액으로 미리 문질러준 뒤 세탁망에 넣어 세탁하는 것이 좋다. 세탁 후에는 자연 건조하면 된다. 겉보기에 깨끗해 보여도 신발 속에서 냄새가 날 수 있다. 이럴 땐 깔창을 꺼내 햇볕에 말리거나, 활성탄 파우치를 넣어 냄새를 흡착할 수 있다.
옥수수전분·베이킹소다·베이킹파우더를 섞은 파우더를 활용해도 효과적이다. 앤 샤키 박사는 “무엇보다 양말을 항상 신는 것이 발 위생의 기본이다. 맨발로 신발을 신으면 땀이 고이고, 세균과 곰팡이가 번식하기 좋은 환경이 된다”라고 강조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손 씻기
감염내과 전문의 리처드 A. 마르티넬로 예일대 의대 박사는 “신발 자체보다 더 중요한 건 손 위생”이라고 말한다. 신발을 만진 뒤 손을 씻지 않고 입을 만지거나 음식을 조리하면 세균이 그대로 옮겨가기 때문이다. 안진영 신촌 세브란스병원 감염내과 교수 역시 “작은 생활 습관이지만, 신발을 세탁하고 손을 철저히 씻는 것만으로도 감염성 피부질환이나 발 무좀 같은 문제를 크게 줄일 수 있다. 현관에서 외출화를 분리하는 습관이 건강 관리의 출발점이다”라고 덧붙였다.
◇신발 건강 체크리스트
• 외출화는 실내 반입 금지, 현관에서 벗고 실내화로 교체
• 운동화는 2주 1회 세탁, 비·땀에 젖으면 즉시 건조
• 같은 신발을 연속으로 신지 않고 최소 24시간 통풍·건조
• 양말은 항상 착용, 하루 1회 이상 교체
• 공용시설 이용 후 발가락 사이까지 세정 후 완전 건조
• 신발끈·깔창은 분리 세탁, 세탁망 사용
• 냄새 관리: 햇볕 건조·활성탄 파우치·탈취 파우더
• 가죽·스웨이드는 세탁기 금지, 전용 세정제 사용
• 발 통증 예방을 위한 힐 패드·아치 인솔 활용
• 신발 만진 뒤 반드시 30초 이상 손 씻기
신발은 단순한 패션 아이템이 아니라 우리 건강과 직결된 생활 위생의 일부다. 정기적인 세탁과 통풍, 양말 착용, 손 씻기라는 작은 습관이 발 건강뿐 아니라 집안 위생과 전신 건강까지 지켜줄 것이다.
지종현 하이뉴스(Hinews) 기자
neopr2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