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2024년 거식증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 중 10~19세 청소년이 절반을 차지했다. 성별로 보면 여성 환자가 1만1885명으로, 남성 환자(2525명)보다 뚜렷하게 많았다.

섭식장애는 음식 섭취 방식에 이상이 생기는 정신건강 질환이다. 체중이 정상보다 많이 줄거나, BMI가 17 이하로 떨어졌다면 경고 신호일 수 있다. 대표적인 유형은 다음과 같다.
· 신경성 식욕부진증 : 극단적으로 음식을 제한해 체중이 급격히 감소한다. 체력이 저하되고, 생리 불순이나 무월경이 동반될 수 있다.
· 신경성 대식증 : 폭식 후 스스로 구토하거나, 이뇨제나 설사약을 남용해 체중을 조절하려 한다. 반복되면 심장, 신장 등 주요 장기에 심각한 부담을 준다.
이 질환은 단순한 다이어트의 연장선이 아니다. 자기혐오, 낮은 자존감, 통제에 대한 집착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복잡한 정신적 문제다.
◇청소년기, 외모 압박이 병으로 이어진다
청소년기는 외모에 민감한 시기다. SNS 속 ‘이상적인 몸매’, 또래 사이의 비교, 학업과 스트레스가 겹치며 자신을 몰아붙이게 된다.
특히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은 외모와 체중에 대한 통제로 연결되고, 결국 음식에 대한 두려움이나 통제불능의 폭식으로 이어진다.
이 과정에서 자존감은 무너지고, 우울·불안 증상이 함께 나타난다. 하지만 주변에서는 이를 단순한 다이어트로 여겨 초기에 놓치는 경우가 많다.

김수진 고려대 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섭식장애는 단순히 음식을 덜 먹는 게 아니라, 감정과 정신 건강이 직접 연결된 문제”라고 설명한다. 조기에 개입하지 않으면, 우울증, 불안 장애는 물론 자살 위험으로까지 번질 수 있다는 경고다.
김 교수는 “청소년 스스로도 자신의 감정 변화와 신체 반응을 예민하게 살펴야 하고, 이상 징후가 느껴진다면 즉시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섭식장애는 단순한 외모 문제로 시작해, 삶 전체를 잠식할 수 있는 위험한 질환이다. 완벽함을 좇는 대신, 자신을 이해하고 돌보는 연습이 필요한 시기다. 조기 인식과 개입이 회복의 첫걸음이다.
임혜정 하이뉴스(Hinews)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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