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news 하이뉴스] 반려동물과 함께 지내다 보면, 예전처럼 활발하지 않거나 갑자기 걷기를 거부하는 모습을 볼 때가 있다. 특히 반려견이나 반려묘를 안아 올릴 때 움찔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단순한 근육통이 아닐 수 있다. 이런 경우 의심해야 할 질환 중 하나가 바로 ‘디스크 질환’이다. 사람처럼 반려동물의 척추에도 디스크가 존재하는데, 이 부의에 이상이 생기면 극심한 통증과 신경 마비를 유발한다.
디스크는 척추뼈 사이에 위치한 ‘추간판’을 말한다. 디스크 가운데에는 젤리처럼 말랑한 수핵이 있고, 이를 섬유륜이 둘러싸고 있다. 이러한 구조로 인해 디스크는 충격을 흡수하고 척추의 유연성을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반려동물이 나이가 들거나 반복인 충격을 받을 때, 이 디스크가 손상돼 수핵이 돌출되면 신경을 압박하게 된다. 그 결과 다리 마비, 통증, 보행 이상 등 다양한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반려견의 경우 닥스훈트나 웰시코기처럼 몸통이 길고 다리가 짧은 품종에게 특히 흔하게 발생한다. 유전적인 요인 외에도 비만, 계단 오르내리기, 무리한 점프 같은 반복적인 충격이 원인이 된다. 반려묘는 반려견에 비해 비교적 드물지만 노령묘나 낙상, 외상 이력이 있는 고양이에게서 발견된다.
최재혁 용인 닥터펫동물의료센터 원장
디스크 증상은 초기에는 뚜렷하지 않아 보호자가 알아차리기 어렵다. 반려견은 걸음을 피하고, 꼬리를 내리거나 갑자기 깨갱 소리를 내기도 한다. 평소 활발하던 강아지가 소파나 침대 위로 뛰어오르지 않거나 안아 올릴 때 움찔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이미 통증을 느끼고 있을 확률이 높다. 고양이의 경우 활동량이 줄고 수직 활동을 하지 않으며, 구석에서 오랜 시간 같은 자세로 웅크리고 있는 모습을 보인다. 이런 행동은 통증을 줄이기 위한 본능적인 반응이다. 증상이 심해지면 대소변 조절이 어려워지고, 다리를 질질 끄는 너클링 증상이 나타난다.
디스크의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신경학적 검사와 영상 검사가 필요하다. 반사 신경, 통증 반응, 걸음걸이 등을 통해 신경 손상 부위를 추정한 뒤, MRI 검사를 통해 병변을 확인한다. 디스크 판별을 위해서는 CT 촬영보다 MRI 촬영을 진행해야 한다. CT는 주로 뼈 구조를 세밀하게 보여주는 검사로, 디스크처럼 신경이나 연부조직 중심의 질환을 판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실제로 CT로는 추간판 탈출의 정도나 신경 압박 부위를 명확히 확인하기 어렵다. 반면 MRI는 자기공명영상을 이용해 척수, 신경, 디스크 구조를 정밀하게 관찰할 수 있어, 탈출된 수핵의 위치와 압박 정도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디스크는 완치가 어렵기 때문에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비만은 디스크의 가장 큰 위험 요인이기 때문에 반드시 적정 체중을 유지해야 한다. 또 잦은 점프나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는 행동, 미끄러운 바닥에서 달리는 습관도 척추에 부담을 준다.
디스크는 조기에 발견하면 약물치료나 물리치료로 충분히 회복이 가능하지만, 방치하면 마비나 영구적인 신경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반려동물이 평소와 다르게 움직임이 둔하거나 통증을 보인다면 단순히 나이가 들어서 그런 거라 넘기지 말고 반드시 동물병원을 방문해야 한다. MRI 검사를 포함한 정확한 진단을 통해 원인을 찾아야만 진짜 치료가 시작된다.
강아지든 고양이든, 그들이 느끼는 통증은 말로 표현되지 않는다. 보호자가 가장 먼저 그 변화를 알아차리고 적절한 시기에 대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치료이자 사랑이다. 반려견과 반려묘가 아프지 않게, 오래 함께하기 위해서는 하루의 작은 걸음과 습관 하나하나가 그들의 척추 건강을 지켜주는 첫걸음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