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현의 '경제가 뭐라고'] 대·중소기업 임금격차 늘어나면, 출산율 낮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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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현의 '경제가 뭐라고'] 대·중소기업 임금격차 늘어나면, 출산율 낮아진다

마지현 (재)파이터치연구원 수석연구원

기사입력 : 2025-12-24 12:07

임금 격차가 벌어지면 출산율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는 한국 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이미지=구글 제미나이 AI를 이용해 제작]
임금 격차가 벌어지면 출산율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는 한국 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이미지=구글 제미나이 AI를 이용해 제작]
[Hinews 하이뉴스]
마지현 (재)파이터치연구원 수석연구원
마지현 (재)파이터치연구원 수석연구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3월 한국의 심각한 저출산 실태에 대한 우려를 담은 책자 ‘한국의 태어나지 않은 미래: 저출산 추세의 이해’를 발간했다.

이 책자에 따르면 출산율 하락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지만, 한국의 경우 2023년 기준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가임기간인 15-49세 동안 출산할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이 0.72명으로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출산율이 현재 수준을 유지할 경우 한국의 인구는 향후 60년간 절반 수준으로 감소하고, 2082년에는 전체 인구의 약 58%가 65세 이상 고령층이 될 것이라는 전망으로 이어진다.

이같은 전망을 고려할 때, 출산율 감소 원인을 규명하는 작업이 시급하다.

출산을 결정하는 데에는 다양한 요인이 작용하지만, 최근에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격차 확대가 출산율 하락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실증 연구 결과가 제시됐다.

파이터치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대·중소기업 임금격차가 1% 확대될 경우 합계출산율은 평균적으로 0.005명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분석은 2008년부터 2020년까지 OECD 16개국의 자료를 활용했으며, 계량경제학에서 인과관계 추정을 위해 널리 사용되는 도구변수 일반화적률법을 적용했다.

이와 같은 결과가 나온 주된 이유는 다음과 같다. OECD 국가에서 대기업 근로자의 임금은 중소기업 근로자보다 평균적으로 약 1.6배 높은 수준이다. 상대적으로 임금이 낮은 중소기업 근로자는 교육비, 주거비, 생활비 등 자녀 양육과 관련된 부담이 커 출산을 미루거나 포기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중소기업 근로자는 전체 근로자의 다수를 차지하는데, OECD 평균 기준으로 약 60%에 달한다. 이로 인해 대·중소기업 임금 격차가 확대될수록 사회 전체의 출산율이 하락한다.

이 연구 결과를 우리나라에 적용하면 문제의 심각성은 더욱 분명해진다. 최근 10년(2015~2024년) 동안 한국의 대·중소기업 임금격차는 17.8% 확대됐다. 이를 앞선 연구 결과에 대입하면, 임금격차 확대만으로도 출생아 수가 약 3만 1467명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대·중소기업 임금격차 확대가 저출산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확인된 만큼, 이에 대한 정책적 대응이 요구된다.

구체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첫째, 일정 금액의 대출을 급여에서 자동 상환하도록 고용주가 보증할 경우, 금융기관이 출산한 중소기업 근로자에게 저금리 대출을 제공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실제로 2020년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arvard Business Review)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유사한 제도가 운영되고 있다.

둘째, 중소기업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아동수당과 부모급여의 인상도 대안이 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만 7세 이하 아동에게 월 10만원의 아동수당을 지급하고 있으며, 부모급여로는 만 0세 아동에게 월 100만원, 만 1세 아동에게 월 5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마지현 (재)파이터치연구원 수석연구원

jihyun.m@pi-touch.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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