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news 하이뉴스] 장정원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와 조미라 가톨릭의대 병리학교실 교수팀은 간암 환자마다 면역세포 탈진 정도가 크게 다르며, 탈진이 심한 환자에서 특정 유전자 변이와 B형간염 바이러스 통합 현상이 더 많이 나타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환자별 면역 환경을 고려한 맞춤형 치료 전략의 필요성을 보여주는 근거가 된다.
최근 PD-1 면역관문억제제 등 면역항암제가 널리 사용되지만, 환자마다 치료 효과가 달라 종양 면역 미세환경 이해가 중요하다. 연구팀은 서울성모병원 간암 수술 환자 8명을 대상으로 단일세포 RNA, 전장 엑솜, 전장 전사체 분석 등 다중오믹스 분석을 수행했다. 이를 통해 환자들을 고탈진군(2명)과 저탈진군(6명)으로 분류하고, 동일한 간암이라도 면역세포 탈진 정도에 따라 암 생물학적 특성이 뚜렷하게 달라짐을 확인했다.
연구에서 면역세포 탈진과 관련해 세 가지 특징이 나타났다. 첫째, 고탈진군에서는 특정 면역세포의 과도한 증식과 분화가 관찰됐으며, CD4+ 조절 T세포와 PDCD1 유전자 발현이 높아 면역세포의 암 공격 능력이 약화됐다.
둘째, 유전자 변이 패턴도 차이를 보였다. 고탈진군은 TP53 변이가 높아 암세포가 빠르게 증식했고, 저탈진군은 TERT 변이가 주로 나타났다.
셋째, B형간염 바이러스 통합 정도가 달랐다. 고탈진군에서는 바이러스의 공유결합 고리형 DNA, 프리게놈 RNA, 인간 유전자와 융합된 S-융합 전사체가 많았다. 이는 탈진이 심할수록 바이러스 통합이 많아 발암 가능성을 높이는 구조를 입증한다.
(왼쪽부터) 장정원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조미라 가톨릭의대 병리학교실 교수, 이순규 인천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임진영 성균관의대 교수 (사진 제공=서울성모병원)
연구팀은 독립적인 106명 간암 환자 코호트(고탈진 28명, 저탈진 78명)를 추가 분석해 동일한 현상을 재현하며 연구 결과의 신뢰성을 확보했다.
제1저자인 이순규 교수는 “같은 간암이라도 환자별 면역 미세환경과 T세포 탈진 정도에 따라 유전자 변이와 바이러스 통합 양상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교신저자인 장정원 교수는 “T세포 탈진은 면역항암제 효과를 낮추는 주요 원인이므로, 환자별 면역 탈진 상태 평가가 맞춤형 치료 전략 수립의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간암은 전 세계 세 번째 암 사망 원인으로 5년 생존율이 약 18%에 불과하며, 국내 환자의 60~70%가 B형간염 바이러스와 관련이 있다. 이번 연구는 면역 탈진 정도로 유전자 변이와 바이러스 통합을 예측하고, 이를 바탕으로 면역항암제 반응을 미리 평가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