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news 하이뉴스] 치매로 이어질 수 있는 특발성 정상압 수두증(iNPH) 환자가 알츠하이머병 등 퇴행성 뇌질환을 함께 앓고 있어도 수술을 통해 보행 능력과 일상생활 기능이 유의하게 회복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예병석 세브란스병원 신경과 교수, 장원석 신경외과 교수, 김세훈 병리과 교수 공동 연구팀은 2017년부터 2022년까지 VP 션트 수술을 받은 iNPH 환자 58명을 분석하고, 수술 효과와 뇌 병리 연관성을 국제 학술지 ‘알츠하이머와 치매(Alzheimer’s & Dementia)’ 최신호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수술 중 전두엽 피질에서 소량의 뇌 조직을 채취해 알츠하이머병 관련 단백질을 면역염색으로 확인하고, 일부 환자에게는 아밀로이드 PET과 도파민 수송체(DAT) PET 검사를 시행했다. 이를 통해 수술 전 퇴행성 병리와 신경 기능 상태를 정밀하게 평가했다.
퇴행성 뇌질환이 있어도 정상압 수두증 수술은 보행과 일상 기능 개선에 효과적이다. (사진 제공=클립아트코리아)
◇보행과 생활 기능은 충분히 개선 가능
특발성 정상압 수두증은 뇌척수액이 과도하게 차 발생하며, 고령층에서 주로 나타난다. 주된 증상은 걸음걸이 불안정, 인지 저하, 요실금 등이다. 현재로서는 뇌척수액을 다른 부위로 배출하는 ‘뇌실복강단락술(VP shunt)’과 ‘요추복강단락술(LP shunt)’만이 유일한 치료법이다.
연구 결과, 전체 환자의 약 40%에서 알츠하이머병 단백질이 확인됐지만, 수술 후 인지 기능 회복은 제한적이었음에도 보행 능력과 일상생활 수행 능력은 뚜렷하게 개선됐다. 이는 환자와 보호자가 실제 체감하는 ‘걷기 능력’과 ‘독립적 생활 수행력’이 충분히 회복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왼쪽부터) 예병석 세브란스병원 신경과 교수, 장원석 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교수, 김세훈 세브란스병원 병리과 교수 (사진 제공=세브란스병원)
◇도파민 기능 저하 환자, 오히려 수술 효과 더 커
도파민 수송체(DAT) PET 검사에서 도파민 신경 기능이 저하된 환자군은 비교적 유지된 환자군보다 수술 후 기능 회복 폭이 더 컸다. 연구팀은 이를 근거로 “퇴행성 뇌질환 병리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수술 효과를 부정적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예병석 교수는 “인지 기능 회복과 관계없이 보행과 생활 기능 개선은 충분히 가능하며, 환자 개별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수술 전략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정상압 수두증 치료에서 퇴행성 뇌질환 동반 여부를 입체적으로 평가하고, 수술 여부를 결정하는 새로운 판단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