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news 하이뉴스] 35세 여성 A씨는 몇 년 전부터 반복되는 옆구리 통증과 혈뇨로 여러 병원을 찾았지만, 정확한 진단을 받지 못했다. 최근 시행한 CT 검사에서 신장에 수십 개의 낭종이 발견됐고, 그 크기가 점점 커지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과거 어머니가 다낭성 신장질환을 앓았다는 가족력이 확인되면서 A씨 역시 유전성 질환임이 드러났다.

상염색체 우성 다낭성 신장질환(ADPKD)은 부모 중 한 명이 PKD1 또는 PKD2 유전자 결함을 가지고 있을 경우, 자녀에게 50% 확률로 유전되는 질환이다. 국내 유병률은 1,000명당 1명 정도로 추정된다.

이신아 이대목동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ADPKD는 소아기에는 거의 증상이 없으며, 20대 이후부터 천천히 나타난다. 초기에는 낭종 개수가 적고 크기도 작아 대부분 무증상으로 지나가는 경우가 많아, 가족력이 있어도 진단을 늦추는 사례가 흔하다”고 설명했다.

◇초기 신호는 고혈압... 낭종 성장 시 혈뇨·옆구리 통증 나타나

ADPKD 초기에는 고혈압이 흔하게 나타난다. 낭종이 커지면 주변 신장 조직을 압박하거나 요로결석을 유발해 혈뇨와 옆구리 통증이 발생한다. 특히 40~50대가 되면 낭종 성장 속도가 빨라지고, 신장 기능이 점차 저하된다. 약 절반은 60세 전후 투석이나 신장이식이 필요한 말기 신부전으로 진행된다.

이신아 교수는 “초기 고혈압이나 미세 혈뇨 같은 경미한 증상을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가족력이 있는 경우, 초음파만으로도 조기 진단이 가능하며, 필요 시 유전자 검사를 통해 위험도를 파악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환자들 중 일부는 요로결석이나 감염으로 인해 급성 통증으로 병원을 찾기도 한다. ADPKD는 점진적으로 신장 기능을 망가뜨리므로, 증상이 없더라도 정기적인 검진과 관리가 필수”라고 덧붙였다.

◇치료 핵심은 진행 속도 늦추기…혈압 관리와 약물 효과적

다낭성 신장질환 치료의 목표는 신장 기능 저하 속도를 늦추고 합병증을 예방하는 것이다. 이신아 교수는 “혈압을 130/80mmHg 이하로 철저히 관리하면, 낭종으로 인한 신장 조직 손상을 늦출 수 있다. 특히 톨밥탄은 낭종 성장과 신기능 저하를 늦추는 효과가 입증돼 진행 위험이 높은 환자에게 적극 권장된다”고 말했다.

또한 “가벼운 운동, 충분한 수분 섭취, 저염식은 낭종 성장을 촉진하는 바소프레신(항이뇨호르몬) 분비를 억제해, 질환 진행을 늦추는 데 도움된다. 걷기, 실내 자전거 타기 같은 일상적인 운동만으로도 혈압과 신장 건강 관리에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이 교수는 이어 “ADPKD는 완치가 어려운 희귀질환이지만, 적절한 관리와 치료를 통해 진행을 늦추고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다. 가족력이 있거나 초기 증상이 나타나면, 주저하지 말고 의료진과 상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