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개천에서 용 안나요"...비수도권 '흙수저' 자녀 80%, 가난 대물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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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개천에서 용 안나요"...비수도권 '흙수저' 자녀 80%, 가난 대물림

유상석 기자

기사입력 : 2026-02-11 15:45

[이미지=구글 제미나이 AI를 이용해 제작]
[이미지=구글 제미나이 AI를 이용해 제작]
[Hinews 하이뉴스]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은 이제 옛 이야기가 됐다. 2026년 대한민국에서 부모의 경제력 격차는 자녀의 거주지 선택권을 가르고, 이는 다시 소득 격차로 이어지는 구조로 굳어졌다는 한국은행 분석이 나왔다.

한국은행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공동 연구한 '지역 간 거주지 이동의 특징과 시사점' BOK이슈노트 보고서를 통해 11일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는 "세대 간 경제력 대물림은 소득보다 자산을 통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면서 "특히 세대 간의 경제적 대물림이 지역 간 격차 확대와 맞물려 심화하는 양상"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자녀가 부모 품을 떠나 타지로 옮기는 '이주효과'가 교육환경이나 직장 등에 영향을 미쳐 계층 간 소득 대물림을 완화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은이 미시자료를 분석한 결과 타지로 이주한 자녀의 평균 소득(백분위)은 부모세대보다 6.5%p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비이주 자녀의 소득은 부모세대보다 2.6%p 낮았다.

이주효과는 자녀의 출생·이주지에 따라 큰 차이가 나타났다. 수도권 출생 자녀는 수도권내 이주만으로도 계층 상향 이동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저소득층 자녀가 수도권으로 이주할 경우 이같은 현상이 뚜렷했다. 비수도권 출생 자녀도 수도권으로 이주할 때 경제력 개선 폭이 컸다.

반면 비수도권 출생자녀가 광역권 내에서 이동할 경우에 과거 대비 경제력 개선 폭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저소득층 자녀일수록 수도권으로의 이주에 소극적이라는 점이다. 보고서를 보면, 부모 자산이 하위 25%에 속한 자녀는 상위 25% 자녀보다 수도권으로 이주할 확률이 43%p 가량 낮은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 및 수도권의 가파른 주거비 상승이 저소득층 자녀들에게 거대한 ‘진입 장벽’역할을 하고 있다는 의미다.

정민수 한은 조사국 지역경제조사팀장은 "저소득층 자녀들이 주거비 부담 등으로 서울 대신 인근 거점도시 이주를 선택하고 있다"며 "최근 들어 광역권 내 이주의 경제력 개선 효과가 과거보다 크게 축소되면서 계층 상승의 사다리가 끊어졌다"고 설명했다.

비수도권에서 태어나 고향에 남은 청년들의 소득 고착화는 심해지고 있다. 1986~1990년 출생자 가운데 부모 소득이 하위 50%이면서 지역에 남은 자녀가 여전히 소득 하위 50%에 머무는 비율은 전체의 80% 이상을 기록했다. 1970년대생들의 동일 조사 비율이 50% 후반인 점을 감안하면 큰 격차다. 비수도권 출신 비이주 자녀들이 소득 상위 25%에 진입하는 비율도 13%(1970년대생)에서 4%(1986~1990년생)로 급락했다.

학력 효과도 지역에 따라 달라졌다. 비수도권 저소득층 자녀가 지역 대학을 졸업했을 때 평균 소득 백분위는 54.5%에서 39.7%로 떨어졌으나 부모 소득이 높은 수도권 대학 졸업자는 61.5%에서 66.5%로 상승했다.

한은은 이러한 불평등이 단순히 개인을 넘어 초저출산과 국가 잠재성장률 하락의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청년들이 합리적 선택에 따라 수도권으로 몰리지만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과도한 경쟁과 비용이 사회 전체의 효율성을 갉아먹고 있다는 것이다.

한은은 문제 해결을 위해 기존의 온건한 균형발전 정책 대신 파격적인 구조개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 팀장은 "상급 학교 진학 시 지역별 인구 비례에 맞게 신입생을 선발하는 ‘지역별 비례선발제’를 추진해 교육을 통한 대물림 고리를 끊어야 한다"며 "비수도권 거점대학의 교육 경쟁력을 서울대 수준으로 획기적으로 높여 지역 내에서도 충분한 상향 이동이 가능하도록 ‘작은 개천을 큰 강으로’ 탈바꿈시켜야 한다"고 했다.

유상석 기자

walter@hi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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