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위에 군림하는 빅테크…돈으로 쌓아 올린 ‘치외법권’ 성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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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위에 군림하는 빅테크…돈으로 쌓아 올린 ‘치외법권’ 성벽

- 캘리포니아 반독점법(COMPETE), 테크 자금에 묶여 법사위 고사 위기
- 오픈AI·앤트로픽 등 신흥 강자도 로비 가세… 분기 수백만 달러 투입
- EU·프랑스 등 글로벌 규제 전방위 후퇴… "빅테크 치외법권 심화"

송소라 기자

기사입력 : 2026-07-06 11:23

[Hinews 하이뉴스] 혁신이라는 화려한 이름 뒤에 가려진 글로벌 거대 기술기업(빅테크)과 신흥 인공지능(AI) 기업들의 민낯이 드러나고 있다. 이들은 자사의 독점적 지위를 지키고, 공정한 시장 경쟁을 유도하려는 정부의 규제를 무력화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부터 유럽연합(EU) 브뤼셀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 규제 당국이 빅테크의 전방위적 로비와 정치자금 공세에 밀려 잇따라 규제의 칼날을 거두거나 후퇴시키는 모양새다.

■ 캘리포니아 ‘반독점 획기적 법안’… 핵심 의원들 후원금에 발목
미국 캘리포니아주가 추진 중인 강력한 반독점 규제 개정안, 이른바 ‘COMPETE 법안’이 거대 기술기업들의 막강한 로비력에 밀려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캘리포니아 법률개정위원회가 3년간의 조사 끝에 마련한 이 법안은 캘리포니아 반독점 집행 체계 역사상 100여 년 만의 가장 큰 변화로 꼽힌다. 현행법과 달리 두 개 이상의 기업이 공모하지 않더라도, 특정 단독 기업이 시장 지배력을 이용해 경쟁을 부당하게 배제하는 '단독 독점 행위'까지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제 대상을 넓히는 것이 골자다.

법안이 통과되면 구글과 애플이 자사 플랫폼에서 자체 애플리케이션을 우선 노출하는 행위가 제재를 받게 된다. 또한 우버가 2010년대 시장점유율을 장악하기 위해 사용했던 ‘생산원가 이하 판매 후 소규모 경쟁사 퇴출’ 방식의 가격 전략도 소송 대상이 된다. 체임버 오브 프로그레스 등 기술업계 로비 단체들은 스타트업 투자금 회수 등을 이유로 들며 이 법안이 기술업계의 인수·합병(M&A)을 위축시킬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정치자금 공시 자료에 따르면, 구글과 메타, 캘리포니아 상공회의소 등 이 법안에 반대하는 기업과 단체들은 2026년 1분기에만 주정부와 의회를 상대로 410만 달러(약 60억 원) 이상의 로비 자금을 지출했다. 캘리포니아 상공회의소가 160만 달러, 구글이 28만 4,000달러를 썼다.

이 자금은 법안의 생사여탈권을 쥔 상원 법사위원회 핵심 위원들에게 흘러 들어갔다. 법사위원장인 토머스 엄버그(Thomas Umberg) 민주당 상원 의원은 메타(9,800달러), 구글(4,000달러), 캘리포니아 상공회의소 PAC(1만 3,000달러) 등으로부터 총 7만 3,000달러 이상의 선거자금을 받았다. 동료인 앙젤리크 애시비(Angelique Ashby) 의원 역시 구글과 아마존 등으로부터 3만 7,000달러 이상을 수령했다. 이들은 과거 유사한 반독점 법안 표결에서 "유럽의 실험을 지켜봐야 한다"거나 "시행 과정의 혼란이 우려된다"며 반대표를 던지거나 기권했던 인물들이다.

■ AI 스타트업까지 가세… 사상 최대 '머니 게임' 변질
로비전은 기존 빅테크를 넘어 신흥 AI 기업으로까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미 정치전문지 악시오스(Axios)가 연방 로비활동 공개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오픈AI(OpenAI)와 앤트로픽(Anthropic)은 올해 1분기 각각 100만 달러와 160만 달러를 지출하며 사상 최대 로비 지출액을 기록했다. 앤트로픽의 경우 지난해 1분기(36만 달러) 대비 지출 증가율이 344%에 달한다.

앤트로픽은 자사 AI 모델 '클로드'를 미 국방부가 기밀 업무에 사용하도록 제공했으나, '인간의 감독이 없는 자율 살상 무기 배제' 원칙을 고수하다 정부와 갈등을 빚었다. 이후 국방부가 앤트로픽을 '공급망 위험' 기업으로 지정하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행정명령을 통해 전 정부 기관의 앤트로픽 제품 사용 금지 지침을 내리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소송과 함께 대규모 로비자금을 투입한 것으로 밝혀졌다. 오픈AI 역시 AI 저작권 분쟁, 사이버 보안 가이드라인, 클라우드 인프라 구축 등 전방위적 규제 방어를 위해 로비 인력을 대거 고용했다.

이 같은 신흥 기업의 공세 속에서도 기존 빅테크의 지출 규모는 압도적이다. 올해 2분기 기준 메타는 580만 달러(약 85억 원), 아마존은 450만 달러(약 66억 원), 구글은 320만 달러(약 47억 원)를 로비 활동에 쏟아부었다.
혁신이라는 화려한 이름 뒤에 가려진 글로벌 거대 기술기업(빅테크)과 신흥 인공지능(AI) 기업들의 민낯이 드러나고 있다. 이들은 자사의 독점적 지위를 지키고, 공정한 시장 경쟁을 유도하려는 정부의 규제를 무력화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부터 유럽연합(EU) 브뤼셀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 규제 당국이 빅테크의 전방위적 로비와 정치자금 공세에 밀려 잇따라 규제의 칼날을 거두거나 후퇴시키는 모양새다. 사진은 AI가 생성한 워싱턴 의사당의 모습
혁신이라는 화려한 이름 뒤에 가려진 글로벌 거대 기술기업(빅테크)과 신흥 인공지능(AI) 기업들의 민낯이 드러나고 있다. 이들은 자사의 독점적 지위를 지키고, 공정한 시장 경쟁을 유도하려는 정부의 규제를 무력화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부터 유럽연합(EU) 브뤼셀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 규제 당국이 빅테크의 전방위적 로비와 정치자금 공세에 밀려 잇따라 규제의 칼날을 거두거나 후퇴시키는 모양새다. 사진은 AI가 생성한 워싱턴 의사당의 모습

■ EU·미국 정부, 규제 도미노 후퇴… '빅테크의 승리'
천문학적인 자금을 앞세운 전방위 로비의 결과는 전 세계적인 규제 완화와 후퇴로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다.

최근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이 합의한 ‘아동 보호 규제’ 법안이 대표적인 사례다. 당초 이 법안의 초안은 구글과 메타 등 플랫폼 기업에 아동 성 착취물을 강제 식별하고 보고·삭제할 강력한 의무를 부과했으나, 최종 합의안에서는 기업의 자율성과 국가별 재량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대폭 수정됐다. 로이터 통신은 일제히 이를 두고 "미국 기술 기업들의 완승"이라고 평가했다.

프랑스 경쟁 당국 역시 자국 검색 엔진 기업 콴트(Qwant)가 마이크로소프트(MS)를 상대로 제기한 독점 금지법 위반 제소를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정식 조사조차 하지 않고 종결 처리했다.

미국 연방정부 차원에서도 규제 완화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각 주가 제각각 AI를 규제할 경우 혁신이 위협받는다"며 주정부 차원의 AI 규제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미 정부가 마련 중인 ‘AI 행동 계획’ 또한 위험 통제나 규제보다는 기술 개발 촉진과 자국 기업의 시장 주도권 확보에 방점이 찍혀 있어, 사실상 빅테크 기업들의 손을 들어주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송소라 기자

sora@hi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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