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보증금 반환, 먼저 전출하면 권리 소멸”…대법원 판례와 임차권등기 주의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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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보증금 반환, 먼저 전출하면 권리 소멸”…대법원 판례와 임차권등기 주의법

전세 계약 종료 후 임대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으며 “먼저 전출해 달라”고 요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하지만 대법원 2024다326398 판결에 따르면, 등기 완료 전 전출 시 기존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이 소멸하고 경매 배당에서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임차권등기 완료 여부를 반드시 등기부등본으로 확인하고, 임대인의 전출 요구는 절대 수용하지 말 것을 강조한다.

오하은 기자

기사입력 : 2026-03-03 12:51

[Hinews 하이뉴스] 지난 2017년 2월 세입자 A씨는 보증금 9500만 원을 주고 서울의 한 주택을 임대했다. 계약 당시 A씨는 집을 인도받고 주민등록 전입까지 마쳐 법적 대항력과 확정일자를 확보했다. 그러나 임대차 기간이 끝났는데도 임대인은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았다. 이에 A씨는 보험사(원고)가 대신 보증금을 청구하도록 하고,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했다. 임차권등기명령은 등기가 완료되면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다시 확보할 수 있는 절차다.

하지만 문제는 등기가 완료되기 전 A씨가 임대인의 요구로 집을 먼저 비우면서 점유를 상실한 것이었다. 이 때문에 A씨는 기존에 확보했던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모두 상실했고, 이후 경매 과정에서 보증금을 최우선으로 배당받을 권리를 잃게 됐다. 즉, 등기 완료 여부와 관계없이 전출 시점에서 법적 권리가 소멸한 상황이었다.

이와 관련해 대법원은 2025년 4월 “임차인이 전입 등으로 대항력을 취득하였더라도 이후 점유를 상실하면 그 대항력은 소멸한다”며 “이후 임차권등기가 완료되더라도 과거의 대항력이 소급해 회복되지 않고, 등기 완료 시점부터 새로운 대항력과 우선변제권만 발생한다”고 밝혔다. 즉, 전출하는 순간 기존 대항력은 사라지고, 등기 완료 이후에도 과거 권리는 되살아나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번 사건에서는 해당 부동산에 2018년 1월 이미 근저당권이 설정돼 있었다. 대법원은 “등기 완료 후 새로 생긴 대항력은 선순위 근저당권보다 늦게 발생한 권리이므로, 경매 과정에서 선순위 권리에 밀리게 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세입자는 전출 후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상실해 경매 매수인에게 임차권의 효력을 주장할 수 없었다.
“전세 보증금 반환, 먼저 전출하면 권리 소멸”…대법원 판례와 임차권등기 주의법

"전출 시점이 권리 보전 성패 결정"
법조계에서는 이번 판례를 두고 “보증금 반환 문제에서 전출 시점이 권리 보전의 성패를 결정짓는 핵심 포인트”라고 밝혔다.

엄정숙 법도종합법률사무소 변호사는 <하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임대인이 ‘먼저 전출해 달라’고 요구해도 문자나 녹취로 정황을 남기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전출을 조건으로 한 협상은 절대 수용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엄 변호사는 특히 “은행이든 중개인이든, 심지어 임대인이라도 ‘대항력 포기를 전제로 한 제안’에는 절대 응해서는 안 된다. 전세 보증금을 지키기 위해서는 임차권등기가 법적으로 완료된 사실을 반드시 등기부등본으로 직접 확인한 뒤 이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부분의 세입자는 판결문이나 결정문만 보고 이사를 먼저 하는데, 그 순간 법적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이 소멸해 이후 보증금을 돌려받을 길이 없다는 사실을 간과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출 요구가 있을 때는 시간을 끌기보다는 법적 절차를 먼저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임차권등기명령이 마쳐질 때까지 점유를 유지해야 보증금 보호 범위가 최대한 확보된다”고 덧붙였다.

엄 변호사는 이 사건 판례를 통해 “임대차 종료 후 보증금 반환 문제가 생겼을 때 세입자가 가장 흔히 하는 실패가 바로 ‘결정문만 받고 이사부터 하는 것’”이라면서 “임차권등기명령은 신청→결정→등기 촉탁→등기 완료의 단계를 거치는데, 결정과 완료 사이에는 수일에서 수주까지 시간이 걸릴 수 있으므로 이것(임차권등기명령)이 실제로 등기부에 기재된 것을 확인하지 않고 이사하는 것은 가장 큰 실수”라고 강조했다.

오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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