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news 하이뉴스] 아이가 원래는 말을 잘 하다가 갑자기 단어 수가 줄어들고, 눈맞춤이 감소하며,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혼자 있으려는 모습이 나타난다면 보호자는 큰 충격을 받게 된다.
특히 뇌전증 진단 이후 이러한 변화가 나타난다면 "발작은 멈췄는데 왜 발달이 후퇴할까?"라는 의문을 가지게 되는데, 최근 소아신경학에서는 단순히 발작 자체보다도 반복되는 뇌파 이상이 언어와 사회성 발달에 더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설재현 브레인리더한의원 원장
◇ 언어는 단순히 말을 하는 기능이 아니다.
귀로 들은 소리를 분석하는 청각피질, 의미를 이해하는 베르니케 영역, 말로 표현하는 브로카 영역, 주의집중을 담당하는 전두엽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야 정상적인 언어 발달이 가능하다.
하지만 뇌전증에서는 반복적인 비정상 전기신호가 발생하면서 이러한 언어 네트워크의 정보 전달 효율이 떨어진다.
특히 수면 중 뇌파 이상은 낮 동안 학습한 정보를 정리하고 저장하는 과정을 방해하여 언어 습득 속도를 저하되고, 실제로 란다우-클레프너 증후군(Landau-Kleffner syndrome)에서는 정상적으로 언어 발달을 하던 아이가 갑자기 말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표현 언어가 감소하는 후천성 실어증 양상을 보인다.
◇ 사회성이 함께 퇴행하는 이유
언어와 사회성은 서로 깊게 연결되어 있다. 상대방의 말을 정확히 듣지 못하면 대화 흐름을 이해하기 어렵고, 표현이 어려워지면 의사소통에 대한 자신감도 감소한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눈맞춤 감소, 또래관계 회피, 혼자 노는 시간 증가, 감정 표현 감소, 짜증과 공격성 증가와 같은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 보호자 입장에서는 자폐스펙트럼 증상이 심해진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일부 아이들은 뇌전증 이후 자폐스펙트럼과 유사한 사회성 저하 양상을 보이기도 한다.
◇ 발작이 없어도 치료가 필요한 이유
많은 보호자들이 발작만 없어지면 치료가 끝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발작이 조절되더라도 언어 이해력, 청지각 능력, 작업기억력, 주의집중력, 사회적 추론 능력이 충분히 회복되지 않으면 발달은 정체될 수 있기에, 단순히 발작 횟수만 보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실제 기능 변화를 함께 관찰해야 한다.
◇ 한의학에서는 어떻게 접근할까?
한의학에서는 뇌전증 이후 나타나는 언어 및 사회성 퇴행을 단순한 언어 문제가 아니라 뇌 기능 조절력 저하의 문제로 바라본다고 한다. 담음(痰飮), 열(熱), 경풍(驚風), 기혈순환 저하등이 청각 정보 처리와 전두엽 기능을 방해할 수 있다고 해석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아이의 체질과 증상에 따라 한약, 침치료, 두침 치료 등 다양한 한의학적 접근을 고려할 수 있으며, 구체적인 치료 방향은 전문의와 충분한 상담을 통해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 조기 개입이 중요한 이유
언어와 사회성은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회복되는 기능이 아니다. 특히 발달기 아동은 뇌의 가소성이 높기 때문에 적절한 시기에 개입할수록 회복 가능성이 높아지는 영역이다.
만약 뇌전증 이후 말수가 줄어들었다. 질문에 대한 반응이 느려졌다. 친구들과 어울리지 않는다. 눈맞춤이 감소했다. 예전보다 멍한 시간이 늘었다 등의 변화가 있다면 단순히 성격 문제로 보기보다 언어 및 사회성 발달 퇴행의 신호인지 평가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발작 조절과 함께 언어, 인지, 사회성 기능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접근이 아이의 장기적인 예후에 중요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도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