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news 하이뉴스] 간암 세포가 몸속 청소부 역할을 하는 면역세포인 대식세포의 공격력을 떨어뜨리는 새로운 경로를 국내 연구진이 찾아냈다. 사람 간암 조직과 세포, 동물을 이용한 실험 단계의 기초연구 결과다.
가톨릭대 의대 남석우 교수 연구팀은 간암 세포 안에서 유전 정보를 옮기는 리보핵산의 조절에 이상이 생기면 주변 대식세포의 공격 능력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2026년 9월 29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캔서 커뮤니케이션스' 게재가 확정됐다.
남석우 교수 연구팀 연구 결과 <사진=남석우 교수 제공>
◇ '나를 먹지 말라' 신호...새롭게 밝혀진 또 하나의 회피 경로
대식세포는 세균과 죽은 세포, 암세포 같은 비정상 세포를 삼켜 없애는 선천 면역세포다. 항원에 노출돼야 작동하는 후천 면역세포인 T세포와 달리 처음부터 몸을 지키는 방어선 역할을 한다.
지금까지 알려진 간암 세포의 대표적인 회피 방식은 암세포 표면의 수용체가 대식세포에 '나를 먹지 말라'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었다. 연구팀은 이와 별개로, 간암 세포 안에서 리보핵산을 조절하는 단백질인 IGF2BP2가 늘어나면 MYBL2와 HMGB2로 이어지는 신호 체계가 켜지고, 이 신호가 RAGE 수용체를 거쳐 전달되면서 대식세포의 공격 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을 밝혀냈다. HMGB2와 RAGE 사이의 신호를 막자 대식세포의 암세포 제거 기능이 되살아나는 현상도 관찰했다.
◇ 암 넘어 '간염·섬유화 질환' 치료 단서 기대
연구팀은 사람의 간암 조직과 대식세포를 이용한 기능 실험, 동물 실험을 거쳐 결과를 단계적으로 검증했다고 설명했다. 암세포 내부의 리보핵산 변화가 암세포 성장뿐 아니라 면역 회피에도 영향을 준다는 점을 보여줬고, 대식세포 면역 조절의 개념을 암세포 내부 변화까지 넓혔다는 데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남 교수는 질병 때문에 비정상적으로 바뀐 대식세포의 기능을 정상으로 되돌릴 수 있다면 암뿐 아니라 염증과 섬유화 질환에서도 새로운 치료 가능성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번 성과는 기초연구 단계로, 실제 환자 치료에 쓰이기까지는 추가 연구와 임상시험이 필요하다.
간암 세포가 몸속 면역세포인 대식세포의 공격을 약하게 만드는 새로운 신호 경로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확인됐다. <사진=남석우 가톨릭대 교수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