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news 하이뉴스] 요양병원에 부모님을 모신 보호자 A씨는 어버이날을 앞둔 최근 가슴 철렁한 연락을 받았다. 기력이 없던 어머니의 헤모글로빈(혈색소) 수치가 급격히 떨어져 응급 수혈이 필요하다는 내용이었다. 요양병원 장기 입원 환자들에게 빈혈은 생명력과 직결되는 문제다. 단순히 노화로 치부하기보다 정확한 원인을 파악해 대처해야 한다.
요양병원 장기 입원 환자들에게 빈혈은 생명력과 직결되는 문제다. 단순히 노화로 치부하기보다 정확한 원인을 파악해 대처해야 한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건강한 성인의 헤모글로빈 정상 수치는 보통 12~13g/dL 이상이다. 하지만 요양병원 환자들은 이 수치가 7~8g/dL 이하로 떨어져 응급 수혈을 받는 경우가 많다. 주요 원인으로는 '만성 신부전'이 꼽힌다. 신장은 적혈구 생성을 돕는 호르몬을 만드는데, 기능이 떨어지면 체내 혈액 생산에 차질이 생기기 때문이다. 위궤양이나 대장 질환으로 인한 미세 출혈도 빈혈을 유발한다.
수혈은 수치가 급락한 환자에게 활력을 주는 응급처치다. 그러나 반복적인 수혈이 근본 해결책은 아니다. 잦은 수혈은 체내 철분 과부하를 일으켜 심장이나 간 기능을 떨어뜨릴 수 있다. 면역 거부 반응이나 감염 위험도 배제하기 어렵다. 수혈에만 의존하면 빈혈을 일으키는 근본 질환을 놓칠 우려가 있다는 점도 문제다.
응급 수혈의 굴레에서 벗어나려면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 먼저 정기적인 잠혈 검사를 통해 소화기계 출혈 여부를 조기에 발견해야 한다. 또한 조혈제와 철분 주사 요법을 병행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고령 환자는 먹는 철분제의 흡수율이 낮고 변비를 일으키기 쉬우므로 정맥 주사를 통해 스스로 피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전기환 온요양병원 진료부원장이 회진을 돌며 환자를 돌보고 있다. <사진=온병원 제공>
식이 관리도 필수다. 적혈구 생성에는 단백질과 엽산, 비타민이 꼭 필요하다. 음식을 씹기 어려운 환자라면 특수 영양식으로 조혈에 필요한 영양소를 충분히 공급해야 한다. 전기환 온요양병원 진료부원장은 “빈혈은 기력 저하뿐 아니라 욕창이나 심부전 악화로 이어질 수 있는 신호”라며 “주기적인 점검을 통해 원인을 교정하려는 노력이 환자의 삶의 질을 결정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