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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데이터센터 투자 경쟁…빚 부담 커진다

미국 5대 빅테크 1~9월 회사채 발행 2300억달러…지난해 연간 규모 두 배 넘어
데이터센터 투자액 2조9000억달러 전망…절반가량 외부자금 조달
기업 간 상호 투자·금융지원도 확대…국내 반도체 공급망으로 위험 전이 우려

김유진 기자

기사입력 : 2026-11-06 10:33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인공지능(AI) 투자가 확대되면서 회사채 발행과 대출을 통한 자금조달 규모도 빠르게 늘고 있다. 대규모 데이터센터와 서버 구축에 필요한 투자비가 증가하자 기업들이 자체 현금뿐 아니라 금융시장에서 자금을 끌어오는 방식으로 투자 재원을 확보하고 있는 것이다. AI 산업의 성장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기업 간 투자와 금융지원까지 맞물리면서 자금조달 구조가 복잡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최근 미국 주요 기술기업들의 자금조달 움직임도 활발하다. 오라클은 지난 2일 100억달러 규모의 보통주와 100억달러 규모의 선순위 채권 발행 조건을 확정했다. AI 클라우드 인프라 확장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메타 역시 AI 인프라 투자를 위해 최소 200억달러 규모의 달러화·유로화 회사채 발행을 검토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메타는 올해 4월에도 250억달러 규모의 투자등급 회사채를 발행한 바 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인공지능(AI) 투자가 확대되면서 회사채 발행과 대출을 통한 자금조달 규모도 빠르게 늘고 있다. 대규모 데이터센터와 서버 구축에 필요한 투자비가 증가하자 기업들이 자체 현금뿐 아니라 금융시장에서 자금을 끌어오는 방식으로 투자 재원을 확보하고 있는 것이다. AI 산업의 성장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기업 간 투자와 금융지원까지 맞물리면서 자금조달 구조가 복잡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은 연합뉴스 제공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인공지능(AI) 투자가 확대되면서 회사채 발행과 대출을 통한 자금조달 규모도 빠르게 늘고 있다. 대규모 데이터센터와 서버 구축에 필요한 투자비가 증가하자 기업들이 자체 현금뿐 아니라 금융시장에서 자금을 끌어오는 방식으로 투자 재원을 확보하고 있는 것이다. AI 산업의 성장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기업 간 투자와 금융지원까지 맞물리면서 자금조달 구조가 복잡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은 연합뉴스 제공

대형 기업들의 채권 발행 규모는 이미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27일 발표한 'AI 산업 자금조달의 주요 특징과 리스크 평가'에 따르면 알파벳과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메타, 오라클 등 미국 5대 하이퍼스케일러의 올해 1~9월 회사채 발행액은 약 2300억달러로 집계됐다. 지난해 연간 발행 규모의 두 배를 넘어선 수치다. 미국 투자등급 회사채 잔액에서 이들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9월 2.0%에서 올해 9월 4.8%로 상승했다.

이 같은 자금 수요는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와 맞물려 있다. 모건스탠리는 2025~2028년 글로벌 하이퍼스케일러의 데이터센터 투자 규모가 2조90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이 가운데 약 1조5000억달러는 회사채와 대출 등 외부자금으로 조달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은행은 주요 기업들의 영업이익을 자본지출로 나눈 비율이 2025년 1.6에서 올해 1.1, 내년에는 0.9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기업들의 설비투자 증가 속도가 영업이익 확대 속도를 앞지르면서 외부자금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자금조달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대형 클라우드 기업들은 장기 회사채 발행을 늘리는 반면 AI 전문 클라우드 기업인 네오클라우드는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담보로 한 대출과 전환사채 등을 활용하고 있다. 특수목적법인(SPV)이나 합작법인(JV)을 별도로 설립해 데이터센터 건설자금을 조달하는 방식도 확대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하이퍼스케일러가 합작법인을 통해 발행하는 프로젝트금융 채권 잔액이 올해 1080억달러 이상에서 내년 3000억달러 수준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러한 방식은 기업이 직접 부담하는 차입 규모를 줄이고 투자 위험을 나누는 데 활용된다. 그러나 별도 법인에 부채가 쌓이고 모기업이 장기 임대계약이나 지급보증을 제공하는 구조에서는 실제 위험을 부담하는 주체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AI 서비스 수요가 예상보다 줄거나 데이터센터 가동이 지연되면 프로젝트에 투자한 금융회사와 사모펀드까지 손실을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AI 기업들 사이에서 투자와 제품 구매가 맞물리는 순환금융도 확대되고 있다. 대형 클라우드 기업이나 반도체 제조사가 AI 모델 개발사에 지분을 투자하거나 자금을 지원하고, 투자받은 기업은 다시 해당 기업의 클라우드 서비스와 반도체를 구매하는 방식이다. 기업 간 협력과 투자라는 측면에서는 일반적인 사업 거래지만, 투자금이 다시 제품 구매로 이어지면 실제 최종 수요와 기업 간 계약에 따른 매출을 구분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국제결제은행(BIS)은 AI 모델 개발사와 하이퍼스케일러, 반도체 제조사 사이에서 이뤄지는 순환금융 비중이 50%를 넘는 것으로 추정했다. 한국은행은 이러한 거래가 확대될 경우 특정 기업의 사업 부진이 투자자와 공급업체, 금융기관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AI 산업의 수익화가 늦어지면 투자받은 기업의 자금 사정이 악화하고, 해당 기업에 자금을 제공한 곳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국내 산업도 이러한 자금 흐름에서 자유롭지 않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데이터센터 투자는 국내 반도체 업계의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서버용 D램 수요를 뒷받침하는 주요 요인이다. 반도체 업체뿐 아니라 장비와 소재·부품 기업들도 글로벌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에 맞춰 생산과 공급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러나 주요 고객사들이 차입 부담이나 AI 서비스 수익성 문제로 설비투자를 축소하면 국내 반도체 기업의 공급 물량과 협력업체 매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하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당장 금융리스크가 현실화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장기금리 상승 국면에서 취약성이 점차 누적되고 있다”면서 “글로벌 AI 공급망과 국내 산업의 연결성이 높아 AI 투자 위축이 발생할 경우 국내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으로 충격이 전달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유진 기자

leesh@hi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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