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news 하이뉴스] 사람은 긴장을 하거나 온도가 올라갈 때 자연스럽게 땀을 흘린다. 하지만 그 양이 과도하고, 일상생활에 불편을 줄 정도로 많아진다면 단순한 체질의 문제가 아닐 수 있다. 특히 이유 없이 손바닥, 발바닥, 얼굴 등에 땀이 지나치게 나는 증상이 반복된다면 ‘자율신경실조증’에서 기인한 다한증일 가능성이 높다. 신체 내부의 균형을 조절하는 자율신경계에 이상이 생기면 땀 분비 조절도 무너지기 쉽기 때문이다. 겉으로 보이는 증상만 보고 단순히 민감하다고 넘기지 말고, 몸속 기능의 이상을 의심해봐야 한다.

자율신경계는 교감신경과 부교감 신경으로 이뤄져 있으며, 우리가 의식적으로 조절할 수 없는 신체기능을 담당해 몸의 항상성을 유지한다. 심박수, 혈압, 소화작용, 체온조절, 수면, 성기능 등 우리 몸의 기본적인 기능을 관리하는 역할을 하는데 교감신경 또는 부교감신경 항진 등으로 한쪽에 치우칠 경우 균형을 잃어 자율신경실조증이 나타나게 된다.

김호정 청담튼튼병원 신경과 원장
김호정 청담튼튼병원 신경과 원장
자율신경계에 기능 이상이 생기면 두통, 어지럼증, 소화불량, 식이장애, 심장 두근거림, 손발 저림, 수면장애 등의 다양한 증상이 발생하는데 자율신경계 균형이 무너질 경우 다양한 생리적 반응이 비정상적으로 나타나고, 땀이 과도하게 분비되는 다한증 역시 그 대표적인 증상 중 하나이다.

다한증은 주로 손, 발, 겨드랑이, 얼굴 등에 집중되며, 특정 상황이 아닌 평상시에도 땀이 비정상적으로 나는 특징이 있다. 특히 긴장하거나 불안할 때, 혹은 특별한 외부 자극 없이도 땀이 나는 경우 자율신경계 이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외에도 피로감, 두근거림, 불면증, 소화장애, 어지럼증 등 여러 신체 이상이 동반되기도 한다. 이러한 증상들은 하나하나가 명확한 질병으로 보이기보다는 전체적인 신경계 조절 기능이 흐트러졌을 때 나타나는 종합적인 결과다.

자율신경실조증에 의한 다한증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먼저 정확한 진단이 선행돼야 한다. 자율신경계의 기능을 평가하는 뇌신경 검사를 통해 이상 유무를 확인하는 것이 첫 단계다. 주요 검사로는 적외선 체열검사, 비디오안진검사(VNG), 뇌혈류 초음파, 전정유발근전위검사, 뇌파 검사, 청력 검사, 자기공명영상(MRI), 컴퓨터단층촬영(CT) 등이 있으며, 이들 검사를 통해 자율신경과 관련된 전반적인 기능 상태를 분석할 수 있다. 다양한 증상이 혼재된 자율신경실조증 특성상,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검사가 필요하다.

검사 결과에 따라 비수술 치료가 적용된다. 약물치료로는 신경계의 민감도를 낮추고, 자율신경의 조절 기능을 회복시키는 처방이 이뤄진다. 하지만 약물에만 의존하기보다는 수액 치료를 통해 체내 수분 및 전해질 균형을 조절하고, 스트레스와 피로에 따른 신경계 부담을 줄이는 생활 관리가 병행돼야 한다. 도수치료 역시 긴장된 근육을 이완시키고 뇌신경계 자극을 줄이는 데 도움을 주며, 수면 개선과 휴식, 규칙적인 식사와 운동 등 일상 속 습관 교정도 치료의 핵심이다.

특히 다한증과 같이 자율신경 실조로 인한 증상은 환자 개별 상태에 따라 다양한 경과를 보이므로, 획일화된 치료보다 맞춤형 치료 계획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심리적 긴장이 땀 분비를 악화시키는 경우, 스트레스 관리와 심리적 안정 유도가 필수적이다. 또한 신체 전반의 신경계 피로가 원인인 경우에는 충분한 휴식과 회복에 중점을 두는 접근이 효과적이다.

다한증이 단순한 체질이나 민감성으로 오해 받는 경우가 많지만, 반복된다면 자율신경계 기능 이상이 원인일 수 있다. 정확한 검사를 통해 신경계의 균형을 진단하고 조기에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증상 완화와 삶의 질 향상에 중요하다.

과도한 땀이 반복될수록 사람들은 자신감을 잃고 대인관계를 회피하게 되는 등 심리적 부담이 커지기 쉽다. 하지만 다한증은 조기에 정확히 진단하고 원인을 치료하면 충분히 개선될 수 있다. 자율신경계 이상이 의심된다면 증상을 억지로 참기보다는 체계적인 진단과 치료를 통해 삶의 균형을 되찾는 것이 필요하다.

(글 : 김호정 청담튼튼병원 신경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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