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두경부암 환자의 약 85%는 흡연과 관련이 있으며, 음주를 병행할 경우 발병 위험이 최대 20배까지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남성이 여성보다 두경부암에 더 취약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으며, 필자의 연구팀이 건강보험공단 자료를 기반으로 10년간 추적한 결과, 남성 환자 발생률이 높게 나타났다.
최근에는 HPV(인유두종 바이러스)와 관련된 두경부암도 빠르게 늘고 있다. 특히 젊은 층에서 구인두암(편도·설근부암) 발생이 증가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에서도 HPV 관련 두경부암이 증가하는 추세이며, 국내 역시 흡연율은 줄어드는 반면 HPV 관련 암은 증가 중이다. 이에 따라 남성도 HPV 예방백신 접종이 권고되고 있다.
두경부암은 초기 증상이 뚜렷하지 않아 진단 시 이미 진행된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 5년 생존율은 50~60% 수준이나, 조기 발견 시 80% 이상 치료가 가능하다. 후두내시경을 통해 초기 진단이 가능하며, 의심 병변이 있을 경우 조직검사와 영상검사를 통해 병기와 범위를 확인한다.
치료는 암의 위치와 진행 정도에 따라 수술, 방사선치료, 항암화학요법, 표적치료, 면역항암치료 등을 병행한다. 부위가 다양하고 복잡해 이비인후과, 종양내과, 방사선종양학과, 영상의학과, 병리과, 핵의학과, 성형외과, 치과, 안과 등 여러 진료과가 협력하는 다학제 진료가 필수다.
두경부 부위는 신경·혈관·근육 등이 밀집해 있어 수술 난도가 높고, 말하기·삼키기·호흡 등 중요한 기능이 손상될 수 있다. 경우에 따라 종양 제거 후 조직 이식이 필요한 재건수술도 함께 이뤄진다. 과거엔 넓은 절제로 인한 후유증과 외형 변화로 환자의 삶의 질이 크게 떨어졌지만, 최근 로봇수술이 도입되며 치료 방식에 큰 변화가 생겼다.
특히 구인두암 수술에 로봇수술이 활발히 적용되고 있다. 좁은 입안 공간에서 정밀하게 종양을 제거할 수 있어 절제 범위를 줄이고 수술 및 회복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재건수술이 줄고 기능 보존이 가능해지면서 환자 만족도도 높아졌다.
로봇 구인두암 수술은 기존 수술법과 비교해 치료 성적이 비슷하면서도, 주변 조직 손상을 줄이고 말하거나 삼키는 기능을 최대한 유지할 수 있어 최근 표준치료로 자리잡고 있다.
두경부암 수술 후에는 삼킴장애로 인한 흡인 위험이 있어, 재활운동과 함께 삼킴 훈련이 필요하다. 연하고 소화가 쉬운 음식을 섭취하고, 조리 방법을 조정해 섭취를 도와야 한다. 입으로 음식 섭취가 어려운 경우에는 코나 위장을 통한 경관영양이 필요할 수 있다.
또한 흡연과 음주는 두경부암 재발의 주요 원인이므로 금연·절주는 반드시 지켜야 한다.
박준욱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두경부암센터 교수(이비인후과)는 “두경부암은 초기에 특별한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아 정기검진이 중요하다”며 “목 부위에 혹이 만져지거나, 혀나 구강에 궤양이 지속될 경우 반드시 전문의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혜정 하이뉴스(Hinews)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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