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레르기 비염은 단순히 코가 불편한 질환이 아니다. 방치할 경우 부비동염, 중이염, 결막염 등으로 번질 수 있고, 수면장애, 집중력 저하, 두통 등을 유발해 일상생활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최근에는 도시화, 실내 생활 증가, 반려동물 양육 확대, 기후변화 등 복합적 요인으로 인해 환자 수가 꾸준히 늘고 있다. 분석에 따르면 성인 5명 중 1명은 평생 한 번 이상 알레르기 비염 진단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알레르기 비염은 특정 알레르겐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서 나타나는 만성 염증 질환이다. 국내에서는 집먼지진드기, 곰팡이, 바퀴벌레, 반려동물의 털·비듬뿐 아니라 계절성 잡초류 꽃가루가 대표적인 원인이다. 특히 가을철 건조하고 바람이 많은 날에는 공기 중 꽃가루 농도가 급격히 높아져 증상이 쉽게 악화된다.
전형적인 증상은 코막힘, 맑은 콧물, 재채기, 코 가려움 네 가지다. 여기에 눈 가려움이나 충혈, 두통, 후각 저하가 함께 나타나는 경우도 많다. 감기와 달리 열이 나지 않고, 증상이 수주 이상 지속되기도 한다. 특히 재채기와 콧물은 아침에 심해지고, 코막힘은 하루 종일 지속되는 경우가 많아 감염성 비염과의 구별이 중요하다.
증상이 자주 반복되거나 장기화된다면 전문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의료진은 문진과 비내시경으로 점막 상태를 확인하고, 필요 시 혈액검사나 피부단자검사를 통해 알레르겐을 찾아낸다. 원인을 정확히 파악해야 생활환경을 조절하고 맞춤 치료계획을 세울 수 있다.
알레르기 비염 치료는 크게 회피요법, 약물요법, 면역요법, 수술요법으로 나뉜다. 그중 가장 기본은 ‘회피’다. 알레르겐 노출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 증상 완화의 출발점이다.
약물치료는 비강 내 스테로이드 스프레이와 2세대 항히스타민제가 가장 널리 사용되며, 증상에 따라 류코트리엔 수용체 길항제나 항콜린제 비분무제 등을 병용할 수 있다. 면역요법은 근본적인 치료로, 원인 물질을 소량씩 반복 투여해 면역 반응을 조절하는 방식이다. 최소 3년 이상 유지해야 효과가 기대된다.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 경우에는 수술이 필요할 수도 있다. 비중격 만곡, 하비갑개 비후 등으로 비강이 좁아진 경우에는 약물만으로 증상이 해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서민영 고려대 안산병원 교수는 “가을은 일교차, 건조한 공기, 꽃가루가 동시에 영향을 주는 계절”이라며 “비염 증상이 반복된다면 증상 악화 전에 미리 약을 준비하고, 꽃가루 농도가 높은 날엔 외출이나 환기를 조절하는 등 선제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눈에 정리하는 가을철 비염 관리 팁
· 꽃가루 예보 확인하고 고농도 날엔 외출 자제
· 실내 환기 시간은 새벽·밤 피해 오전 중 짧게
· 반려동물과 접촉 후엔 손·옷 깨끗이 세척
· 자주 쓰는 패브릭(침구, 커튼 등)은 고온 세탁
· 증상 반복되면 진료로 정확한 원인 파악
임혜정 하이뉴스(Hinews)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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