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이 뇌를 씻어낸다’ 글림파틱 시스템과 수면무호흡증의 놀라운 연결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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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 뇌를 씻어낸다’ 글림파틱 시스템과 수면무호흡증의 놀라운 연결고리

임혜정 기자

기사입력 : 2025-10-30 14:47

[Hinews 하이뉴스] 우리가 깊이 잠든 밤, 뇌에서는 보이지 않는 청소 작업이 이뤄진다. 바로 ‘글림파틱(Glymphatic) 시스템’이라 불리는 뇌 속 배출 경로가 작동하며, 하루 동안 쌓인 대사 노폐물을 씻어내는 것이다.

글림파틱 시스템은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Glia(신경교세포)’와 ‘Lymphatic(림프계)’의 합성어다. 이는 뇌척수액(CSF)이 혈관 주위를 따라 흐르며, 뇌세포 사이에 남은 대사 산물을 청소하는 일종의 순환 경로로 작동한다.

흥미롭게도 이 시스템은 깊은 수면(느린파 수면, N3 단계) 중에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며, 수면이 부족하거나 자주 끊기면 그 기능이 현저히 떨어진다. 특히 알츠하이머병의 원인물질인 베타 아밀로이드 제거에도 핵심적 역할을 하는 만큼, ‘잠을 잘 자는 것’이 곧 뇌 건강을 지키는 가장 근본적인 행위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수면무호흡증(Obstructive Sleep Apnea, OSA) 환자에게서 이 글림파틱 시스템의 기능 저하 가능성이 속속 보고되고 있다는 점이다.

‘잠이 뇌를 씻어낸다’ 글림파틱 시스템과 수면무호흡증의 놀라운 연결고리 (사진 제공=수원 호매실연세이비인후과)
‘잠이 뇌를 씻어낸다’ 글림파틱 시스템과 수면무호흡증의 놀라운 연결고리 (사진 제공=수원 호매실연세이비인후과)
이유재 수원 호매실연세이비인후과 원장은 "수면무호흡증은 잠을 자는 동안 상기도가 반복적으로 막혀 호흡이 멈추거나 얕아지는 질환으로, 그 결과 산소 포화도가 떨어지고 깊은 수면 단계가 파괴된다. 그러면, 글림파틱 시스템이 활발히 작동해야 할 시간대가 제대로 확보되지 못하게 돼 뇌의 회복을 방해하게 된다"고 말했다.

Continuous Positive Airway Pressure(CPAP)을 이용한 동물 실험에서 기도 폐쇄를 완화하자 뇌척수액의 흐름과 글림파틱 유동이 증가했다는 보고가 있으며, 인간 연구에서도 무호흡이 심할수록 글림파틱 기능 지표가 낮아진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로써 수면무호흡증은 단순한 코골이가 아니라 뇌 기능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전신 질환임이 드러나고 있다.

일부 연구에서는 체액의 이동(fluid shift) 역시 중요한 연결고리로 지목된다. 낮 동안 다리 등 말초 부위에 머물던 체액이 밤에 상체 쪽으로 이동하면서 기도 주변 부종을 유발해 무호흡을 악화시키는 현상이 보고된 것이다. 이러한 체액의 재분포는 림프순환 장애와 맞물려, 수면–체액–뇌’가 모두 연결된 순환 시스템임을 보여준다.

최근 동물 및 초기 임상연구들은 양압기(CPAP) 치료가 글림파틱 유동을 회복시킬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CPAP을 통해 기도 폐쇄를 막고 산소 공급과 수면의 연속성이 개선되면, 깊은 수면 단계가 늘어나고 뇌척수액의 순환이 정상화되는 것이다. 즉, 단순히 코골이나 무호흡을 완화하는 것을 넘어, ‘건강까지 지켜주는 치료’로서의 의미가 점점 커지고 있다.

이제 수면무호흡증은 단순히 숨의 문제가 아닌 뇌의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 꾸준한 CPAP 치료, 올바른 수면 위생, 체액순환을 돕는 생활습관이 뇌를 젊게 유지하는 첫걸음이다 잠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리의 뇌가 스스로를 정화하고 회복하는 가장 과학적인 시간이다.

이유재 원장은 "숨이 막히는 시간은 단순히 호흡이 멈추는 순간이 아니라, 뇌가 스스로를 정화할 수 있는 기회를 잃는 시간이다. CPAP 치료를 통해 숨이 안정되면 뇌가 다시 활발히 작동하고, 피로와 집중력 저하 같은 증상도 점차 개선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임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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