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news 하이뉴스] 겨울이 되면 건선 환자들의 피부는 가장 먼저 계절을 느낀다. 공기가 메말라 가는 속도만큼 각질은 거칠어지고, 붉은 염증은 깊어진다. 겉으로 보기엔 단순히 ‘피부가 트는 계절’ 같지만, 건선 환자에게 겨울은 면역의 균형이 흔들리고 염증이 되살아나는 시기다. 실제로 겨울철에는 판상형 건선이나 손바닥 건선, 발바닥 건선이 특히 심해지는 경향이 있다.
건선은 면역계의 이상 반응으로 인해 피부세포가 과도하게 증식하면서 생기는 만성 염증성 질환이다. 특히 건조한 기후는 이 과정을 더 빠르게 만들며, 피부 장벽이 손상되면 외부 자극에 더 취약해진다. 국내외 연구에서도 건조한 환경과 일조량 부족이 건선의 발병률과 증상 악화에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가 보고된 바 있다. 겨울철 햇빛이 줄어들면 피부에서 비타민 D 합성이 감소해 면역 균형이 흔들리고, 이는 염증 반응을 더욱 촉진시킨다.
손인미 미소로한의원 천안점 원장
겨울철 건선이 악화되는 원인은 단순히 피부가 건조해서만은 아니다. 차가운 공기와 낮은 습도는 피부 장벽을 약화시키지만, 동시에 체내 면역과 순환에도 영향을 미친다. 일조량이 줄어들면서 피부에서 비타민 D 합성이 감소하고, 체내 면역 균형이 흔들리면 염증 반응이 더욱 활발해진다. 또한 찬 공기와 실내 난방으로 인해 말초 혈류가 줄어들면서 피부 재생력과 장벽 회복이 늦어지고, 가려움과 각질이 반복적으로 나타나기 쉽다.
이런 몸속과 피부 환경의 복합적 요인을 바탕으로, 한의학에서는 건선을 단순한 피부 문제로만 보지 않는다. 체내 순환의 불균형, 특히 ‘삼초(三焦)’의 흐름이 막히면 노폐물과 열이 피부로 몰려 염증이 심해진다고 보고, 이를 개선하는 치료를 중심으로 접근한다. 삼초는 인체의 상·중·하 세 구역의 기운을 조화시키는 통로로, 순환이 원활해야 열과 독소가 고르게 퍼지지 않고 빠져나간다. 이에 따라 한방 치료에서는 삼초 소통을 중심으로 체내의 울체된 열을 완화하고, 면역체계를 안정시키는 방향으로 접근한다. 침 치료나 약침, 한약 처방을 통해 기혈순환을 돕고, 열독을 줄이는 것이 핵심이다.
생활 관리 역시 치료만큼 중요하다. 보습은 하루 두세 번 이상, 샤워 직후 수분이 남아 있을 때 바로 해주는 것이 좋다. 실내 습도는 50~60%로 유지하고, 뜨거운 물보다는 미지근한 물로 세안과 샤워를 해야 한다. 자극적인 세정제나 알코올 함유 로션은 피하고, 통풍이 잘되는 면 소재 옷을 입는 것이 좋다. 스트레스 또한 건선의 주요 악화 요인이므로, 수면과 식사 리듬을 일정하게 유지하고 가벼운 운동으로 순환을 도와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
겨울철 건선은 단순히 계절 탓이 아니라, 몸의 균형이 깨졌다는 신호일 수 있다. 피부에 나타나는 변화 뒤에는 면역과 순환의 불균형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에, 꾸준한 생활 관리와 체내 순환을 바로잡는 치료가 함께 이뤄져야 증상을 안정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