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막히는 부종, 원인은 희귀질환?” 유전성 혈관부종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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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막히는 부종, 원인은 희귀질환?” 유전성 혈관부종 경고

임혜정 기자

기사입력 : 2025-12-02 09:00

[Hinews 하이뉴스] 얼굴, 목, 손발, 복부 등 신체 곳곳에 특별한 이유 없이 부종이 반복된다면 단순 알레르기나 두드러기보다는 유전성 혈관부종(HAE, Hereditary Angioedema) 가능성을 의심해야 한다.

HAE는 체내 염증 조절 단백질인 C1-에스테라제 억제제(C1-INH)가 결핍되거나 기능이 떨어지면서 발생하는 희귀질환이다. 인구 5만~10만 명당 1명 꼴로 발병하며, 국내 추정 환자는 약 1000명 수준이다. 실제로 2024년 희귀질환 산정특례 등록자는 약 300명에 불과하다. 증상이 드물고 다양하게 나타나 인지도가 낮기 때문에 많은 환자가 초기에 정확한 진단을 받지 못해 ‘진단 방랑’을 겪는다.

◇이유 없는 부종, 단순 알레르기 아닌 신호

HAE 환자는 평소에는 증상이 없다가 얼굴, 입술, 혀, 목, 손발, 복부 등에서 갑자기 부종이 나타난다. 특히 상부 호흡기 부종은 적기에 치료받지 못하면 기도 폐쇄로 이어져 생명에 위협이 된다.

유전성 혈관부종은 원인 불명의 반복 부종과 급성 발작이 특징인 희귀질환으로, 조기 진단과 발작 초기 대응이 생명을 좌우한다. (사진 제공=클립아트코리아)
유전성 혈관부종은 원인 불명의 반복 부종과 급성 발작이 특징인 희귀질환으로, 조기 진단과 발작 초기 대응이 생명을 좌우한다. (사진 제공=클립아트코리아)
스트레스, 경미한 외상, 치과 시술이나 수술, 에스트로겐 노출 등이 발작을 유발할 수 있다. 반복적인 급성 부종은 단순 피로나 알레르기로 착각되기 쉽지만, 치료를 늦출수록 심혈관계 부담과 정신적 고통이 쌓인다. 심지수 이대목동병원 알레르기내과 교수는 “환자는 진단까지 평균 8년을 방황하며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겪는다. 진단 이후에도 예측할 수 없는 발작이 반복돼 생활 전반에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진단 늦는 희귀질환, 가족력·돌연변이 영향

HAE 진단은 혈액검사(C1-INH 농도·기능, C4 수치), 임상 증상 평가, 가족력 확인으로 이뤄진다. 혈액 내 보체 단백 수치와 활성도를 측정해 정상 범위보다 낮으면 진단이 가능하다.

환자의 약 75%는 가족력으로 발생하지만, 25%는 돌연변이로 생긴다. 증상과 발작의 중증도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초기에는 단순 두드러기나 소화기 질환으로 오인되기 쉽다. 이 때문에 많은 환자가 장기간 병원을 오가며 정확한 원인을 찾지 못한다.

HAE의 발작은 평균 2~3일 지속되며, 주기적으로 반복될 수 있다. 복통이 동반될 경우, 응급실 방문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일부 환자는 반복적인 발작 때문에 일상생활과 직장 활동에 큰 제약을 받는다.

심지수 이대목동병원 알레르기내과 교수
심지수 이대목동병원 알레르기내과 교수
◇발작 초기 대응·자가치료로 위험 관리


HAE 치료는 예방치료와 급성 발작 시 응급치료로 나뉜다. 특히 급성 발작은 빠른 대응이 중요하다. 2018년부터 국내에서는 응급 자가투여 주사제가 급여화돼, 교육받은 환자는 발작 초기에 집에서 스스로 투약할 수 있다.

심 교수는 “HAE는 조기 진단과 발작 초기 치료가 생명을 좌우한다. 진단 비용 완화, 정보 공유 확대, 응급약 접근성이 개선되면 환자의 치료 만족도와 안전성이 크게 높아진다”고 강조했다.

또한 HAE 환자는 발작을 미리 예방하고 관리할 수 있는 생활 습관도 중요하다. 충분한 수면, 스트레스 관리, 경미한 외상 회피, 약물 사용 시 주의 등이 도움이 된다. 정기적인 진료와 발작 기록 관리로 의료진과 환자가 협력하면 급성 상황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

임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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