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한 잔도 위험 신호, 심혈관에 안전한 음주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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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한 잔도 위험 신호, 심혈관에 안전한 음주는 없다”

임혜정 기자

기사입력 : 2025-12-17 09:25

[Hinews 하이뉴스] 술은 적당히 마시면 괜찮다는 인식이 여전히 남아 있지만, 심장 건강만 놓고 보면 상황은 다르다. 고대구로병원과 고대안산병원 심혈관센터 연구팀은 단 한 잔의 소량 음주도 심혈관계에 부담을 줄 수 있으며, 안전하다고 단정할 수 있는 음주량은 없다고 밝혔다.

연구팀이 대규모 코호트 연구와 무작위 임상시험, 멘델리안 무작위분석 결과를 종합해 분석한 결과, 소주 한 잔 수준의 음주만으로도 심방세동 발생 위험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증가했다. 주당 소주 6~7잔을 마신 경우 심방세동 위험은 비음주자보다 약 8% 높았고, 음주량이 늘어날수록 위험도 함께 상승했다. 특히 소주 한 병을 넘는 폭음에서는 위험이 급격히 커졌다.

심방세동은 증상이 거의 없는 상태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지만, 뇌졸중과 심부전, 돌연사와 밀접하게 연관된 부정맥이다. 연구진은 심방세동 위험이 있거나 이미 진단받은 사람이라면 소량 음주라도 중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술은 한 잔이라도 심방세동과 심혈관질환 위험을 높이며, 특히 아시아인과 술에 약한 체질은 더 취약하다. (사진 제공=클립아트코리아)
술은 한 잔이라도 심방세동과 심혈관질환 위험을 높이며, 특히 아시아인과 술에 약한 체질은 더 취약하다. (사진 제공=클립아트코리아)
◇알코올, 염증과 전기신호 교란으로 심장 손상


알코올이 체내에 들어오면 산화 스트레스와 염증 반응이 증가하고 에너지 대사 균형이 흐트러진다. 이런 변화는 뇌와 자율신경계의 조절 기능 이상으로 이어지며, 호르몬 분비와 면역 체계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혈관 염증과 혈전 형성이 촉진되고 동맥경화가 빠르게 진행된다.

연구팀은 이러한 과정을 ‘1차 생물학적 변화, 2차 조절 이상, 최종 장기 손상’이라는 단계로 정리해 설명했다. 이 연쇄 반응은 심장의 전기 신호 전달 체계를 교란하고 심방 조직의 염증과 섬유화를 촉진해 부정맥이 발생하기 쉬운 환경을 만든다. 결국 심장과 뇌 같은 주요 장기에 부담이 누적되며 다양한 심혈관 질환 위험이 높아진다.

(좌측부터) 이대인·강동오 고대구로병원 심혈관센터 교수, 김선원 고대안산병원 심혈관센터 교수 (사진 제공=고대구로병원)
(좌측부터) 이대인·강동오 고대구로병원 심혈관센터 교수, 김선원 고대안산병원 심혈관센터 교수 (사진 제공=고대구로병원)
◇아시아인·술에 약한 체질은 위험 더 커


유전적 배경에 따른 차이도 분명했다. 동아시아인에게 흔한 ALDH2, ADH1B 유전자 변이가 있는 경우, 같은 양의 술을 마셔도 체내에 독성 물질인 아세트알데하이드가 더 오래 남는다. 이로 인해 혈관 염증과 심장 전기 전도 이상이 쉽게 발생해 부정맥 위험이 커진다. 흔히 ‘술이 약한 체질’로 불리는 사람에게 소량 음주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또 하루 알코올 섭취량이 12g, 소주 약 1.5잔을 넘으면 고혈압 발생 위험이 꾸준히 증가하는 경향이 나타났으며, 이 영향은 여성보다 남성에서 더 뚜렷했다. 폭음은 전체 사망률과 심혈관 사망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했고, 특히 심근경색 병력이 있는 환자에서는 위험 증가 폭이 더 컸다. 주 1회 이상 소주 한 병을 넘는 과음 습관 역시 관상동맥질환 발생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분석됐다.

임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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