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치료 중 '불면증', 의지가 아닌 리듬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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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치료 중 '불면증', 의지가 아닌 리듬의 문제

임혜정 기자

기사입력 : 2026-01-30 09:54

[Hinews 하이뉴스] 암 치료 과정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고민 중 하나는 ‘잠’이다. “누우면 잠이 안 와요.”, “자다 깨면 다시 잠들 수가 없어요.”, “밤새 꿈만 꾸다 아침이 된 느낌이에요.”

이런 말은 진료실에서 하루에도 여러 번 반복된다. 환자 본인뿐 아니라 곁에서 돌보는 가족의 호소인 경우도 적지 않다. 암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어도, 오랫동안 불면으로 지친 이들이 이 글을 읽고 있을 수도 있다.

잠을 이루지 못하는 문제는 단순한 불편으로 끝나지 않는다. 치료를 버티는 힘을 떨어뜨리고, 회복 과정의 질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불면은 암 치료 과정에서 가볍게 넘길 문제가 아니다.

암 치료 중 불면은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흔들린 수면 리듬의 결과로, 이해와 조정을 통해 충분히 관리할 수 있다. (사진 제공=클립아트코리아)
암 치료 중 불면은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흔들린 수면 리듬의 결과로, 이해와 조정을 통해 충분히 관리할 수 있다. (사진 제공=클립아트코리아)
◇“잠을 못 잔다”는 말은 하나의 문제가 아니다


불면은 모두 같은 모습이 아니다. 어떤 이는 잠자리에 누운 뒤 몇 시간씩 뒤척이다 새벽이 돼서야 잠든다. 또 어떤 이는 잠들긴 하지만 자주 깨 깊은 잠을 유지하지 못한다. 새벽 2~3시에 눈이 떠진 뒤 아침까지 다시 잠들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유소영 서울대학교병원운영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불면을 호소할 때 가장 먼저 구분해야 할 것은 ‘잠들기 어려운지’, ‘잠을 유지하지 못하는지’, ‘너무 이르게 깨는지’”라며 “이 차이에 따라 접근 방법과 치료 방향이 달라진다”고 설명한다.

막연히 “잠을 못 잔다”고 생각하기보다, 자신의 수면이 어떤 형태로 흔들리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불면을 다루는 첫 단계다.

◇암 치료가 수면을 흔드는 이유

불면은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지만, 암 환자에게서는 더 흔하게 나타난다. 암 진단 자체가 강한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하고, 치료 과정에서 겪는 통증, 오심, 피로, 활동량 감소가 수면 리듬을 쉽게 무너뜨린다. 여기에 재발에 대한 걱정, 우울감, 무력감이 겹치면 밤은 더 길어진다.

많은 환자들이 “예전엔 정말 잘 잤다”고 말한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깊은 수면이 줄어들고, 수면을 돕는 호르몬 분비도 감소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변화다. 과거의 수면과 현재를 그대로 비교할수록 불면은 더 힘들게 느껴진다.

또 “밤새 꿈만 꿔서 한숨도 못 잤다”는 표현도 흔하다. 하지만 실제로는 전혀 잠을 못 잔 경우는 드물다. 수면은 깊은 단계와 얕은 단계가 반복되는 구조이고, 꿈은 주로 얕은 수면에서 기억된다. 꿈을 또렷하게 기억한다는 것은 잠을 전혀 못 잤다는 뜻이 아니라, 깊은 잠에 머무는 시간이 줄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잠은 의지가 아니라 리듬의 문제다

잠은 노력해서 억지로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수면은 깨어 있던 시간이 쌓이며 생기는 ‘졸림’과, 몸을 깨우는 신호가 균형을 이룰 때 자연스럽게 찾아온다. 이 리듬을 조절하는 핵심 요소는 빛, 체온, 호르몬, 활동량이다.

유 교수는 “불면 치료의 핵심은 잠을 강제로 늘리는 것이 아니라, 깨진 수면 리듬을 다시 정렬하는 데 있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서는 생활 속 기본 원칙이 중요하다. 침대는 자는 공간으로만 사용하고, 잠이 오지 않으면 오래 누워 있지 않는 것이 좋다. 기상 시간은 매일 비슷하게 유지하고, 낮잠은 짧게 제한한다. 잠자리에서 스마트폰은 멀리 두고, 술로 잠을 유도하려는 시도는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유소영 서울대학교병원운영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유소영 서울대학교병원운영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수면제에 대한 걱정도 많지만, 필요한 상황에서 처방에 따라 사용하는 수면제는 치료의 한 부분이다. 다만 임의로 용량을 늘리거나 갑자기 끊는 것은 피해야 한다. 반대로 검증되지 않은 수면 보조 제품은 성분을 충분히 확인하지 않으면 위험할 수 있다.

잠을 며칠 설쳤다고 해서 모든 것이 무너지는 것은 아니다. “잠을 못 자면 큰일 난다”는 생각 자체가 불면을 악화시키기도 한다. 목표는 완벽한 숙면이 아니라, 현재의 몸 상태에서 가능한 가장 안정적인 리듬을 찾는 것이다.

잠은 다시 조정할 수 있다. 혼자서 견뎌야 할 문제도 아니다. 불면은 암 치료 과정에서 충분히 이해되고, 다뤄질 수 있는 문제다.

임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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