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카다피 차남 사이프 알이슬람, 자택서 암살당해…정치 구도 요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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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아 카다피 차남 사이프 알이슬람, 자택서 암살당해…정치 구도 요동

이상호 기자

기사입력 : 2026-02-04 17:27

[Hinews 하이뉴스] 리비아 전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의 차남 사이프 알이슬람 카다피(53)가 3일(현지시간) 서부 진탄에 있는 자택에서 무장 괴한들의 총격을 받아 사망했다. 현지 보도와 가족 측 발표에 따르면 이날 오후 네 명의 복면 무장 괴한이 사이프의 거주지에 침입해 CCTV를 무력화한 뒤 그를 총으로 쏴 살해하고 현장을 이탈했다. 그의 변호사와 정치 고문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그의 죽음을 확인하면서, 범행 동기와 배후 세력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리비아 법무장관실은 사건 직후 공식 수사에 착수했다고 발표했으며, 총상으로 인한 사망이 확인됐다. 한 민병대는 성명을 통해 자신들은 이번 사건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리비아 전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의 차남 사이프 알이슬람 카다피(53)가 3일(현지시간) 서부 진탄에 있는 자택에서 무장 괴한들의 총격을 받아 사망했다. 사진은 사이프 알이슬람 카다피의 SNS 사진
리비아 전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의 차남 사이프 알이슬람 카다피(53)가 3일(현지시간) 서부 진탄에 있는 자택에서 무장 괴한들의 총격을 받아 사망했다. 사진은 사이프 알이슬람 카다피의 SNS 사진

사이프 알이슬람 카다피는 1972년 트리폴리에서 태어나 영국 런던정치경제대(LSE)에서 유학한 뒤 아버지 통치 시절에는 사실상 정권의 2인자로 평가받으며 외교와 정책 조율에 관여했다. 그는 2000년대 초반 리비아의 국제관계 개선과 서방과의 대화 확대를 주도하며 온건한 이미지를 쌓았지만, 2011년 ‘아랍의 봄’ 당시 반정부 시위를 무력으로 진압하면서 이미지가 급격히 악화됐다. 당시 유엔은 리비아 내 유혈 진압과 분쟁으로 수만 명이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2011년 카다피 정권이 붕괴하고 아버지가 반군에게 사살된 후 사이프는 남부에서 체포돼 진탄의 민병대에 수감됐다. 2015년 리비아 법원은 그에게 사형을 선고했으며 국제형사재판소(ICC)는 반인도적 범죄 혐의로 수배했다. 그러나 2017년 포괄적 사면으로 석방된 뒤에는 은신 생활을 해왔으며, 2021년에는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했으나 리비아 정부와 주요 세력 간의 선거 규칙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아 선거 자체가 무기한 연기됐다. 이 같은 정치적 행보는 리비아 내에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사이프는 지난 몇 년간 상대적으로 낮은 프로필을 유지하며 정치적 복귀를 준비해온 것으로 알려졌으며 최근 몇 달 동안 화해와 정치적 합의를 위한 제안도 마련하고 있었다는 측근의 언급도 나왔다. 그러나 그가 피살되면서 향후 리비아 정치 구도와 예정됐던 대선 추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그의 사망이 친카다피 세력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한편, 대선을 치르는 데 걸림돌 중 하나가 사라졌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일부 평론가들은 그가 상당수 리비아 국민에게 순교자로 기억될 가능성이 있으며, 대선 구도와 정치적 역학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리비아는 2011년 카다피 정권 붕괴 이후 수도 트리폴리를 기반으로 한 정부와 동부를 중심으로 한 경쟁 정부 체제로 분열된 상태이며, 무장 세력과 민병대가 지역별로 권력을 행사하는 등 지속적인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사이프의 피살 사건은 이러한 분열과 불안정이 여전히 리비아 정치의 중심적 문제임을 다시 한번 드러냈다.

이상호 기자

leesh@hi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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